첫선보인 '비대면 주담대'···"시도는 좋으나 더 두고봐야"
첫선보인 '비대면 주담대'···"시도는 좋으나 더 두고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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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비대면 주담대 첫 반응 '시큰둥'···심리적 거리감↑
"비대면 확대·400조 넘는 주담대 시장···성장, 문제없다"
한 은행 영업점 창구. (사진= 서울파이낸스DB)
한 은행 영업점 창구. (사진= 서울파이낸스DB)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최근 은행권 내 지점을 방문하지 않고도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는 비대면 상품이 나왔지만, 시장의 반응은 영 시큰둥하다. 주담대와 같은 큰 대출을 진행하는 데 있어 비대면 대출은 아직 못미덥다는 게 대중의 평가다. 다만 업계에선 초기 진입 과정에 따른 어려움일 뿐, 비대면 환경의 확대, 주담대 성격으로 볼 때 핵심 수익원으로 성장할 것이란 관측에는 변함이 없다.

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은행권은 당초 올해 하반기에 비대면 주담대 상품을 내놓기 위한 준비를 이어왔지만, 최근 고민에 빠졌다. 지난 7월초 우리은행이 내놓은 '완전' 비대면 주담대 상품의 공급 실적이 이날까지 수십건 수준에 불과한 등 은행권 첫 비대면 주담대 출시 실적으로는 저조했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우리은행이 비대면, 디지털 트렌드에 부응해 과감하게 시도한 점은 후하게 평가한다. 하지만 고객 반응이 현재로선 달아오르지 못해 좀더 두고봐야 하며 이에 따른 문제점 파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담대를 일으킨 고객들은 아직까지 주담대와 같이 큰 대출 건과 관련해선 비대면보다 대면을 더욱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빚투(빚내서 투자), 영끌(영혼을 끌어모은 투자) 등으로 대출 수요가 많은 2030세대의 경우 온라인·비대면에 익숙한 젊은 층임에도 내 집 마련을 위한 대출 과정이 익숙하지 않아 심리적인 불안감은 더욱 두드러졌다.

30대 후반의 Y씨는 "물어볼 것도 많고 상담도 진행하고 하려면 비대면으로 대출이 가능하다고 해도 대면으로 진행하고자 한다"면서 "비대면 대출 진행에 따른 명의 도용, 인증서 도용과 같은 부작용에 있어 정말 안전한 것인지 모르겠고, 비대면으로는 온전히 이해하고 신뢰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답했다.

또 다른 30대 H씨는 "주담대와 같은 큰 대출을 받기 위해선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비대면으로 진행하게 되면 지점 방문과 같은 번거로움을 해소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아직까지는 비대면 대출에 있어 온라인 서비스로 진행할 수 없는 부분들이 많은 것 같고, 지점 대면을 통해 대출을 일으키는 것이 더욱 안전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 강화도 부담스럽다. 우리나라 가계빚이 사상 처음 1800조원을 넘어서면서 한국은행에선 지난달 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인상했고, 금융당국은 연일 대출 규제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이 때문에 올해 하반기 혹은 내년초에 비대면 주담대 상품을 내놓고자 했던 카카오뱅크나, 내년까지 비대면 주담대 비중을 최대 3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KB국민은행 등 시중은행들의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하지만 은행권에선 비대면 주담대는 일종의 추세적 흐름이라는 시각이다. 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 전환이 매우 빠르게 진행되면서 주담대 역시 비대면 전환이 가팔라질 것이란 관측이다. 실제로 지난해 국내은행 및 우체국금융의 인터넷뱅킹(모바일뱅킹 포함) 이용건수는 일평균 1378만건에 달했다. 지난 2018년 1024만건, 2019년 1218만건에 달하는 등 매년 10% 넘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이용금액은 58조8011억원으로 60조원에 육박했으며, 1년 전과 비교해 무려 20% 넘게 성장했다.

이 때문에 향후 비대면 주담대 시장도 가파르게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처음 접하는 비대면 주담대이기 때문에 막연한 불안감이 있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이미 비대면 주담대뿐만 아니라 인터넷전문은행에서 전세자금대출을 출시하거나, 비대면으로 신용대출을 진행하는 등 (비대면은) 생활 속으로 자리잡고 있다. 향후 인식이 개선됨에 따라 비대면 주담대 실적은 자연스럽게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대면 환경은 더욱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기존 은행권에서도 비대면 주담대 시장 진입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절대적 강자가 없는 비대면 주담대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은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 강력한 대출규제 정책에 새로운 대출 상품을 쉽사리 꺼내기는 어려운 점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국내 주담대 시장이 400조원이 넘어서는 만큼, 핵심 수익원을 차지하기 위한 주도권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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