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다 특검 때문이다?”
“이게 다 특검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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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민규 기자 © 서울파이낸스
[서울파이낸스 박민규 기자]<yushin@seoulfn.com> 최근 삼성 비자금 관련 특별검사 조사기한이 연장되면서 삼성그룹의 경영 전반에 직·간접적으로 미치는 영향도 심화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동시에, 한국 경제에 큰 축을 담당하고 있는 삼성의 경영 차질로 인해 한국 경제도 자연히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도 적잖이 제기된다.

심지어는 얼마 전 삼성전자가 액정표시장치(LCD) 관련 최대 고객인 소니를 경쟁사인 샤프에게 빼앗긴 것이나 삼성 계열사들이 올해 경영계획 및 예산안을 수립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다 특검 때문이라는 소리도 나온다. 경영계획 수립을 못 하는 건지 안 하는 건지는 모를 일이다.

지난 11일에는 15개 시민·사회단체들이 나서 삼성 특검의 사회적 파장을 고려해 조속히 수사를 마무리할 것을 촉구했다. 삼성생명 본사에 대한 특검의 수색이 있던 날에는 삼성생명 본사 앞에서 보수 시민단체가 집회를 열기도 했다. 삼성 특검으로 인해 한국 경제가 타격을 받으므로 특검을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검으로 인한 영향이 전혀 없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특검 때문에 삼성의 전반적인 경영이 중단됐다거나 그로 인해 한국 경제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이유로 특검이 조기 중단돼야 한다고 말한다면 억지스런 면이 없지 않다고 할 것이다. 

그런 논지라면 죄를 짓거나 의혹이 있다 해도 지금까지 이룬 업적이 훌륭하거나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면 관련 죄나 의혹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다는 말이 되는데, 이는 힘 있는 자의 논리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적잖은 삼성 계열사들이 특검에도 불구하고 임직원들에 대한 성과급은 이상 없이 지급했다. 또한 삼성그룹은 지난 3일부터 9일간 상반기 신입사원 공개 채용도 실시한 바 있다. 하려는 의지만 있다면 제반 경영활동을 딱히 실행 못 할 이유도 없다는 소리다.

이에 단순히 특검 때문에 경영이 차질을 빚는다는 것도 일종의 핑곗거리에 지나지 않고 ‘내 얼굴에 침 뱉기’밖에 안 된다는 지적이다. 세계 일류 기업이라는 삼성이 특검 때문에 제반 경영이 사실상 중단됐다고 한다면 더 이상 일류라는 간판을 달 자격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설사 단지 특검으로 인해 실제로 삼성그룹이 막대한 경영상의 차질을 빚고 있다고 해도 차명계좌 등 비자금 관련 의혹들이 사실로 드러난 마당에 단순히 한국 경제를 이끄는 기업이라고 해서 면죄부를 준다면 법의 형평성이나 평등성에도 위배된다고 할 것이다. 비자금 관련 의혹이 설령 사실이 아니라고 쳐도 특검이 구성될 만큼 그 의혹이 불거진 상황이라면 그에 합당한 조사를 받아 마땅하다.

하긴 천인공노할 범죄를 저지르고도 전직 대통령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높으신 분들의 보필을 받으며 신임 대통령 취임식에까지 초청되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이런 주장이 제기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혹자는 이런 말을 공공연히 하곤 한다. 자신은 “‘대한민국’이 미쳤다고 생각한다”라고.
조금 극단적인 표현일지 모르지만 그 말에 반박할 수 없다고 느껴지는 건 혼자만의 생각인지.

박민규 기자 <빠르고 깊이 있는 금융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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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신 2008-03-17 00:00:00
삼성에 안 좋은 내용 쓰면 회사를 짤려야 되는 거군요.
'삼성공화국'이란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네요.
삼성이 돈(광고)으로 언론을 길들이는 건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거지만..

상선약수 2008-03-15 00:00:00
ㅎㅎㅎ~
전 이렇게 쓰면 기사 짤리는데... ㅠ.ㅠ
좋은 회사 다니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