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미달 지원자도 합격"···LG전자 채용비리, 1심 유죄
"기준미달 지원자도 합격"···LG전자 채용비리, 1심 유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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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역 6개월에 집유 2년···LG전자 "채용 프로세스 개선하겠다"
정식 공판으로 사건회부, 일부 피고인에게 구형량보다 높은 형
LG전자 본사 전경 (사진=오세정 기자)
LG전자 본사 전경 (사진=서울파이낸스DB)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LG전자 신입사원 채용 비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당시 인사업무 책임자가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LG전자의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 그룹 임원 등으로부터 청탁을 받고 자격 요건을 갖추지 못한 자녀들이 채용되도록 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인사팀장에게 1심 법원이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0단독 임광호 부장판사는 지난 26일 LG전자 본사 인사 담당 책임자였던 계열사 전무 박모 씨에게 업무방해죄를 적용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LG전자 관계자 7명에게는 각각 벌금 700만∼1000만원을 선고했다.

검찰은 당초 이들을 벌금 500만∼1500만원에 약식 기소했지만, 재판부는 사건을 정식 공판으로 회부해 심리한 뒤 일부 피고인에게는 구형량보다 높은 형을 선고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박 씨 등은 2013∼2015년 LG전자 신입사원 선발 과정에서 청탁을 받고 자사 임원 아들 등을 부정 합격시켜 회사의 채용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이른바 '관리대상자(GD, 채용청탁대상자 중 선별된 자, 회사 차원에서 리스트를 만들어 관리함)'에 해당하는 응시자 2명이 각각 1차 서류전형과 2차 면접전형에 불합격하자 결과를 합격으로 바꾸고, 최종합격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합격자 중 한 명은 석사 학점 4.5점 중 2.33점을 취득해 1차 서류전형 기준인 '평균 3.0 이상'을 넘지 못했고, 다른 한 명은 2차 면접전형 응시자 105명 중 102등을 했지만 최종 합격했다. 

특히 박 씨 등은 2014년 3, 4월경 '관리 방안' 및 '관리 지침'을 만들어 채용 청탁자의 지위와 영향력, 청탁자와 응시자의 관계(친밀도) 등에 따라 청탁을 3단계 등급으로 구분한 뒤 관리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가운데 상위 2등급은 청탁 수용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이들에 대한 합격조치는 본사에서 이들을 GD로 결정하고 영업본부에 통보한 것이 유일한 이유가 돼 재검토된 것으로 보일 뿐 실질적으로 정성적 평가나 전반적 재평가가 이뤄진 정황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이 회사의 이익에 도움이 되는 실력을 갖춘 응시자라 하더라도 면접위원 업무의 적정성과 공정성이 방해된 이상 범죄의 성립에는 영향이 없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피고인들의 행위는 사기업의 채용 재량이 가지는 범위를 넘어 면접위원의 업무를 방해한 것으로 평가된다"며 "그 재량이 법률을 위반하거나 사회 통념상 공정성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정도를 허용하는 것은 아니며 채용 과정에서 본질적으로 추구해야 할 투명성·공정성·형평성의 법적 수준과 사회적 공감대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박씨에 대해 "채용 절차의 적정성과 공정성을 허무는 범행으로 사회에 큰 허탈감과 분노를 일으켰다"면서도 "피고인의 범행이 우리 사회·기업의 구조적 부조리에 기인한 측면이 일부 있음을 부정할 수 없고 인정된 범죄가 2건에 그친 점, 초범이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인 점을 고려했다"고 양형 배경을 설명했다.

이와 관련, LG전자는 채용청탁으로 합류한 직원 2명에 대한 후속 조치를 진행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1심이어서 형이 확정되지 않은 만큼 '채용 비리' 관련자들의 거취 문제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 없는 상태로, 관련자들은 항소할 것으로 전해졌다.

LG전자는 "재판부의 결정을 존중한다,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던 것에 대해 깊이 사과 드린다"며 "이번 사안을 계기로 사회의 인식 변화, 높아진 잣대에 맞춰 회사의 채용 프로세스 전반을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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