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지금 한국이 일본 보며 배울 것
[홍승희 칼럼] 지금 한국이 일본 보며 배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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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젊은이들이라면 일본이 쇠락해가며 국제적으로는 고립화되어가는 모습만 봤을 수도 있기에 굳이 우리가 일본에게서 무얼 배워야 하냐고 여길 수도 있다. 노인세대들에게 일본은 역사적으로 가해국가였으면서 동시에 우리보다 앞서 산업화에 성공하고 한때 세계 2위의 경제성장을 이루었기에 따라가야 할 나라라는 이율배반적 감정을 지닌 국가였지만 요즘 젊은이들에게 그런 감정은 이해하기 힘든 정서다.

물론 20, 30대와 달리 조금 더 나이 든 세대라면 부러움이 더 큰 대상이었다. 학창시절 소니 워크맨과 일본 애니메이션에 열광했던 세대이면서 한국이 고속성장에서 저성장 사회로 전환되는 시대의 경제적 고통과 청소년기 혹은 청년기에 혹독한 IMF의 파고를 직간접적으로 겪고 동시에 정치`사회적으로는 민주화의 마무리에 나서야 했던 세대였으니 여러 면에서 안정된 일본을 부러워할 법했다.

그러나 버블붕괴 이후 추락을 거듭하고 있는 요즘의 일본을 보는 젊은 세대에게 일본은 더 이상 우리가 무엇을 배울 대상이라기보다는 반도체 소재 수출제한을 통해 한국에 경제전쟁을 도발한 국가, 독도를 두고 계속 우리에게 영토분쟁을 일으키고자 하는 골치 아픈 이웃국가일 뿐이다. 그 덕분에 앞선 세대보다 더 일본이 한국에 피해를 준 역사에 더 민감한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요즘 인터넷 상에서 보면 혐한으로 삶의 낙을 삼는 일본 넷 우익에 필적할만한 소위 국뽕 유투버들의 반일 챌린지도 만만찮다. 물론 일본 넷 우익들에 비하면 한국의 국뽕 유투버들은 나름의 논리가 확실하고 자료인용도 꽤 성실하지만 종종 균형감을 잃는 모습도 보인다.

그런 채널들을 보고 있노라면 일본은 내일 당장 멸망할 것만 같고 당장 무력전쟁을 벌여야 할 대상인가 싶을 정도다. 일본이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면모를 확실히 보여주기에 우리가 좀 더 일본에게는 강하게 나갈 필요가 있다는 점은 인정하더라도 혐한감정을 쏟아내는 일본 넷 우익들처럼 혐일로 맞대응할 일은 아니지만 채널에 따라서는 반일을 넘어선 혐일의 경계를 넘는 예도 간혹 보인다.

워낙 한국과 일본의 관계는 정부 차원에서는 몰라도 국민감정이 썩 좋을 수 없는 역사를 갖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수출규제 이전까지 한국 내에서 일본은 그저 우리가 극복하고 이겨낼 이웃한 경쟁국가 수준이었다면 수출규제 이후로 일본은 완전히 적대적 국가로 인식되고 있는 듯하다.

그런 일본이 경제적으로 여러 곤란한 지경에 놓였다. 국가부채는 거의 GDP 대비 300%를 향해 빠르게 증가하고 있고 첨단산업으로 갈수록 국가경쟁력도 떨어져가는 게 확연하다. 그에 비해 한국은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빠르게 발전해나가며 일본과의 격차를 대폭 줄여가고 있다.

문화산업은 오히려 일본을 앞지르는 분야가 늘어가고 국내 언론들이 늘 칭찬만 하던 일본의 행정력은 최근의 팬데믹 상황 속에서 매우 무기력한 시스템임을 노출시켰다.

우리에 비해 자연재해가 잦기에 각종 재난에 대응하는 매뉴얼이 매우 잘 갖춰졌다고 인정받아 왔던 일본이 최근에는 팬데믹 상황에 허둥대느라 그런지 올해 들어 잇따른 태풍과 지진 등에서도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모습도 보인다. 매끄러운 행정능력을 보여주던 일본이 왜 이렇게 변한 것인지 살펴보면 지금 일본 뒤를 바짝 쫓아가고 있는 우리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대목이 무엇인지를 발견하게 된다.

일본이 우리보다 앞서 성장을 일궈낸 사회인만큼 뒤를 쫓는 우리는 적어도 그들이 밟은 함정을 다시 밟는 우를 범하지는 말아야 한다. 그 가운데서도 우리가 미리 대비해둬야 할 대표적인 두 가지를 꼽자면 첫째는 젊은이들이 모험심을 버리고 무기력해지도록 만드는 사회적 요소들을 제거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고 둘째는 요즘 무섭게 치솟는 집값이 예고하는 부동산 버블을 경계하고 예방해나가는 것이다.

일본 경제 침몰의 첫 시작은 부동산 버블의 붕괴였다. 넘치는 돈을 생산활동 대신 부동산 차익실현에 몰아넣던 기업들과 가격이 부풀어 오른 부동산에 과도한 대출을 통해 영업이익 늘리기에 몰입하던 은행들이 합작해 만든 버블 붕괴 이후 장기간의 경기침체는 젊은 세대의 희망을 앗아가고 무력감만 남겨줬다. 그런 사회는 변화를 거부하게 되고 산업도 사회도 노후화돼간다. 그런 위험이 우리 코앞에 다가온 것은 아닌지 조심 또 조심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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