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확산세보다 무서운 '가계부채·물가상승·금융불균형' 三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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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기준금리 0.25%p 인상···경기회복 전망 반영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사진=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유은실 기자]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세가 지속되고 있지만 경기회복 흐름이 전망되는 점, 물가 상승 압력이 당분간 높은 수준을 나타낼 것으로 보이는 점, 금융불균형 위험이 누증되고 있는 점을 반영해 기준금리를 인상을 결정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6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진행된 통화정책방향 관련 기자단감회에서 금리인상 배경에 대해 이와 같이 설명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2000명을 넘나드는 시점에서 '금리인상'을 해야 하는 필연적 이유로 '경기회복·물가·금융불균형'이라는 세가지 화살을 꺼내든 것이다. 

이주열 총재는 기자간담회를 통해 한은 입장에서도 이번 금리인상은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는 뉘앙스를 여러 번 풍겼다.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세가 지속되고 있지만'이라는 가정을 언급하며 코로나19 상황에 대한 어려움을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고, 취약계층의 어려움에 대해서는 "모든 금통위원들이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에 뜻을 같이 한다"고 부연하기도 했다.

이러한 코로나19 상황과 취약계층의 부채 부담에도 한은은 양대 책무인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이 시급하다고 봤다. 코로나19가 가장 강력한 변수로 남아있지만 물가와 금융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금이 가장 적절한 시기라고 판단한 것이다.

먼저 한은은 우리 경제의 경기회복 신호가 강하다고 평가했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민간소비가 다소 주춤할 수 있지만 국내 실물경기 전반에서 양호한 회복세를 보이는 만큼 견조한 흐름도 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또 과거에 비해 경제에 미치는 코로나19 여파도 감소한 것으로 봤다. 이번 8월 통화정책방향문구에는 지난 7월 통방문에 적은 추경효과에 '백신보급 확대' 문구를 추가해 민간소비 개선과 회복 지속 전망을 강조했다.

경기회복에 대한 자신감은 한국은행의 경제성장률 전망치에서도 드러난다. 한은은 4차 대유행에도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4.0%로 유지했다. 앞서 전문가들도 한은의 성장률 예측 경로에 동의하면서 금리인상의 필요성이 차곡차곡 쌓였다는 평가다. 거시경제·채권 전문가들은 과거 확산기와 다르게 수출·투자가 호조를 보이는 것과 재난지원금·집단면역 효과 등 경기회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이벤트들이 줄줄이 예정된 점을 주목했다.

이주열 총재도 "이번 확산은 과거 확산기와 비교했을 때 부정적인 영향의 폭이 상당히 감소했다"며 "결국 학습효과라고 보는데 위기 초기에는 서비스와 재화 전반으로 소비가 위축됐지만 최근에는 대면서비스 소비도 온라인, 비대면 방식으로 전환되면서 서비스·재화 모두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물가에 대한 우려도 금리인상 결정에 한몫했다. 물가안정은 한은의 양대 책무 중 하나다.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 모두 인플레이션 압력이 크게 높아졌다. 상반기 물가상승률(1.8%)이 이미 한은 예상치(1.7%)를 뛰어넘었고, 소비자물가지수·생산자물가지수·수출물가지수 등 전반적인 물가지표가 최고치를 경신했다. 앞서 발표한 지난 7월 통방문에서도 한은은 전망치보다 물가가 상회할 것으로 언급하며 금리인상 명분을 쌓았다.

이주열 총재는 물가에 대한 고민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생각보다 높은 수준의 물가가 예상보다 더 길게 갈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인플레이션 압력에 대해 눈여겨보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종합적인 흐름을 반영해 한은은 이날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1.8%에서 2.1%로 0.3%포인트(p) 올려잡았다. 

기준금리 인상에 가장 강력한 힘을 싣은 요건으로는 '금융불균형'이 꼽힌다. 한국은행은 이례적으로 완화적인 금융 여건을 1년 넘게 유지하면서 '금융불균형 누적'이라는 부작용이 일어났다고 자체 평가를 밝혔다. 이에 당분간 금융불균형 해소에 역점을 두고 통화정책을 꾸리겠다며 이번 금리인상을 "금융불균형 누적 완화를 위한 첫발"로 강조했다. 

통화정책이 아닌 규제강화와 건전성 정책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에는 "거시건전성 하에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못 박았다. 금융 불균형이 커지고 있는 데 여러 영향이 있었지만 저금리가 장기화된 것이 주효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의 '가계신용(빚)' 통계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806조원 규모다. 가계 빚 증가 속도는 역대 최대를 기록하고 있고 수도권 집값 상승률도 13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지난 5월 금통위 이후 이주열 총재를 비롯한 금통위원들이 여러 차례 연내 금리인상을 예고한 배경에 금융불균형이 있었다.

우혜영 이베스트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은행이 저금리가 유지되면서 금융불균형이란 부작용이 생겼다고 언급하고 불균형 해소가 상당히 시급하다는 판단 하에 금리를 인상했다고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며 "향후 경기가 양호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제하면서 당분간은 누적된 금융 불균형을 완화하는데 더 큰 방점을 두겠다는 것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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