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 초읽기' 은행권, 수익성 '파란불'·건전성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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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금리 상승 본격화···예대마진 커져 수익에 긍정적
취약차주·한계기업 부담 가중···부실화 리스크는 우려
한 고객이 은행 대출 창구에서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우리은행)
한 고객이 은행 대출 창구에서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우리은행)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한국은행이 1년 3개월 만에 금리 동결의 빗장을 풀면서 은행권의 표정이 복잡미묘해졌다. 금리가 금융권의 수익성을 결정짓는 요인이라는 점에서 이번 금리 인상은 은행권에 호재로 꼽혀왔으나, 한편으로는 건전성을 우려하는 시각도 만만찮아서다.

은행권은 기존 대출자들의 커질 이자부담이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취약차주·고위험가구·한계기업 부실화 리스크가 커진다는 얘기다. 특히 가계부채가 1800조원 규모까지 증가한 상황에서 은행들의 추가적인 대출금리 인상이 불가피한 만큼, 부실 위험에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26일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현재 연 0.5%인 기준금리를 0.75%로 0.25%포인트(p)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코로나 충격 완화를 명목으로 지난해 5월 역대 최저 수준으로 기준금리를 내린 뒤 1년 3개월 만의 인상이다.

예고됐던 기준금리 인상이 가시화되면서 시중은행들의 대출금리 상승 속도도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한은이 금리 인상 가능성을 수차례 내비친 만큼, 은행들의 대출금리는 이미 오름세를 탔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현재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일반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연 3.03∼3.63%로 집계됐다. 지난해 7월 말과 견줘 최대 1.27%p 상승한 수준이다.

신용대출 뿐 아니라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꾸준히 높아졌다. 이들 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는 지난 1월 말 연 2.41∼4.07%에서 지난 19일 연 2.48∼4.65%로 금리 상단이 0.6%p가량 뛰었다. 가산금리를 올리고 우대금리를 줄이는 방법으로 금리를 점점 올린 결과다.

이같은 대출금리 상승은 은행권 수익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통상 기준금리 인상은 예금금리보다 대출금리에 더 빠르게 반영되는데, 예대금리차 확대로 은행들의 수익은 자연스럽게 늘어난다. 특히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이 오르는 효과를 낸다. 은행권 일부에서 기대감을 드러내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감이 이미 대출금리에 반영되고 있다"면서 "금리가 오르고 조달비용까지 낮추게 되면 순이자마진 상승폭은 더욱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기준금리 인상이 은행권에 호재로만 작용할지에 대해선 업계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일각에선 금리 인상으로 가중될 자영업자와 서민, 취약계층, 한계기업들의 부담에 더 촉각을 기울이는 분위기다. 이들의 이자부담이 확대될 경우 은행 입장에선 잠재 리스크도 같이 커지게 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실제로 한은은 이날 기준금리 인상분(0.25%p)이 대출금리에 반영될 경우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이자 부담이 약 3조1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지난 6월 말 기준 가계대출잔액 1705조원 가운데 변동금리(대출 기준금리+가산금리) 비중은 72.7%에 달하는데, 시장 상황에 따라 금리가 조정되는 변동금리의 비중이 높은 신용대출 차주들은 금리상승분을 더 빨리 체감할 것으로 보인다.

더 큰 문제는 이주열 한은 총재가 기준금리 인상과 함께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명분을 얻은 은행권 금리 상승 속도가 더욱 빨라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금리 인상 기조가 지속되면 대출금리 상승세는 가팔라질 수 있는데, 이 경우 늘어날 한계차주 및 부실채권이 은행권에 되레 변수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상이 곧바로 대출금리에 반영되지는 않겠지만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있는 만큼, 대출금리는 추가로 오를 수 있다"며 "이자 수익이 많아진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반면, 늘어날 이자 부담으로 높아질 연체율을 감안하면 기준금리 인상이 '양날의 검'으로 작용한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상황이 좋지 않은 자영업자 등은 금리 인상에 대한 체감이 클 텐데, 은행권은 코로나 금융지원으로 감춰져 있던 부실이 수면 위로 들어날 경우를 우려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제계 역시 이런 우려와 맥을 같이 한다. 한국경제연구원은 "델타 변이발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국내외 경기하강 리스크가 높아 통화정책의 급격한 기조전환은 연체율 급등이라는 부작용이 초래될 소지가 있다"며 "금리를 안정적으로 운용하고 가계의 소득원을 확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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