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규제·금리인상' 신호탄?···은행채 발행 급증
'대출규제·금리인상' 신호탄?···은행채 발행 급증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8월 은행채 순발행액 5조···올해 '최대치'
금리 인상시 조달비용 부담 대비 확대
서울 한 은행 영업점에서 대출 상담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박시형 기자)
서울 한 은행 영업점 모습 (사진=박시형 기자)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올해 수시입출금 계좌 등 저원가성 예금이 크게 증가하면서 상대적으로 줄어들었던 은행채 발행 규모가 이달 들어 다시 늘고 있다. 이달 순발행액만 약 5조원을 기록했는데, 올해 들어 가장 큰 규모다.

은행들이 금리인상과 대출규제를 목전에 두고 조달금리가 더 오르기 전에 선제적으로 자금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여기에 9월 말 LCR(유동성커버리지비율) 규제 완화 조치 종료를 앞두고 은행들의 자금조달 필요성이 커진 것도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2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25일까지의 은행채 순발행액은 5조6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은행채 순발행액이 마이너스(-)7777억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한 달 새 발행 규모가 크게 증가한 것이다.

이는 올해 은행채 발행 규모가 지난해 대비 줄어든 것과도 대비된다. 올해 1~7월 은행채 발행액은 총 96조3923억원으로, 지난해 1~7월 발행 규모(103조9900억원) 대비 7.3% 줄었다. 순발행액으로 비교하면 차이는 더 컸다. 올해 1~7월 은행채 순발행액은 총 3조341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0조2141억원)보다 83.5% 줄었다.

상반기 은행채 발행이 줄어든 원인으로 저원가성 예금 증가가 꼽힌다. 올해 7월 말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저원가성 예금(요구불예금·MMDA) 잔액은 760조9356억원으로 지난해 말(698조8359억원)보다 62조997억원 늘었다. 시중 유동자금이 대거 늘면서 저원가성 예금도 함께 늘어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저원가성 예금은 금리가 연 0.1% 수준으로, 은행 입장에선 고객에게 돌려줄 이자부담이 적은 상품이다. 1~2%대 금리를 주고 은행채를 발행하는 것보다 저원가성 예금으로 연 0.1%대 금리를 고객에게 돌려주는 것이 수익성 측면에서 유리하다.

수익성에 도움이 되는 저원가성 예금이 늘면서 은행들이 은행채 발행을 줄였다는 분석이다. 실제 국내 은행들은 올해 상반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저원가성 예금 증대에 따른 조달부담 완화'를 호실적 배경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달 들어 은행채 발행 흐름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순발행액만 5조원을 넘어서는 등 규모가 크게 늘어난 것이다. 시장에서는 글로벌 금리인상, 대출규제 등을 앞두고 선제적으로 자금을 확보하려는 수요가 몰린 것으로 분석한다. 금리가 오를 경우 은행채 발행금리도 오르고, 이는 조달비용 부담 확대로 이어진다.

금융당국의 전방위적인 대출규제로 가수요가 폭발할 것이란 우려도 영향을 미쳤다. 은행들이 고객에게 대출을 내주려면 그만큼 보유 자본을 늘려야 하는데, 그 일환으로 은행채 발행을 늘렸다는 분석이다. 실제 NH농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중단 사실이 발표됐던 지난 19일부터 23일까지 5대 은행에서 새로 개설된 마이너스통장 건수는 7096건으로, 전주 대비 43.8% 늘어났다.

다음달 말 종료 예정인 LCR 규제 완화책도 은행권의 자금조달 필요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LCR은 한 달 내 빠져나갈 현금 순유출에 대응해 즉시 현금화할 수 있는 고유동성 자산을 얼마나 보유했는지를 보여주는 은행의 건전성 지표다. 6월 말 기준 대부분의 은행이 LCR 비율을 90%대 수준에서 유지하고 있었는데, 9월 말 규제 완화조치가 종료되면 이 비율을 100%까지 끌어올려야 한다.

한 은행 관계자는 "보통 자금계획은 큰 틀에서 1년 단위로 짜놓고, 그때그때 시장 상황에 맞춰 실제 조달하게 된다"며 "은행채 발행 가감 현황을 두고 정확한 원인을 제시하긴 어렵지만 유독 많이 늘었다면 앞으로의 시장 상황을 봤을 때 지금이 가장 저렴한 시점이라는 걸 의미한다"이라고 설명했다.

또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대부분의 은행들이 무리한 수준에서 LCR 비율을 관리하지는 않는다"면서도 "다음달 규제 완화 조치가 연장될지는 모르겠으나 종료될 수 있기 때문에 지금 자본을 늘려야 하는 건 맞다"고 말했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