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끝난 재건축·재개발 조합 1년 안에 의무 해산 추진
사업 끝난 재건축·재개발 조합 1년 안에 의무 해산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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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사진=나민수 기자)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사진=나민수 기자)

[서울파이낸스 노제욱 기자] 재건축·재개발 조합이 사업이 끝나고도 해산하지 않고 운영비 등을 계속 쓰는 일을 막기 위해 사업이 끝나면 1년 이내에 해산하도록 법에 명문화된다.

시공사가 재건축 부담금을 대신 내주겠다거나 분양가 상한제를 받지 않도록 하겠다는 등 시공과 관련 없는 제안을 하는 것이 법으로 금지된다. 또한 세입자 보호를 위해 겨울철에는 건물 철거는 물론 퇴거도 제한된다.

24일 국회와 국토교통부, 서울시 등에 따르면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은 천 의원실이 국토부, 서울시와 함께 정비사업과 관련해 제기된 각종 시장교란 행위를 차단하고 구습을 혁신하기 위해 협의한 내용을 담은 것이다.

개정안에는 준공 이후 소유권 이전고시까지 마무리된 재건축·재개발 조합은 1년 내에 조합 총회를 거쳐 해산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현행 도정법에는 조합의 해산과 관련한 법적인 근거가 없어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완료된 후에도 조합이 해산하지 않고 그대로 유지되면서 조합원 간 갈등을 유발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조합 해산이 특별한 사유 없이 지연되면서 조합원들에게 돌아가야 할 조합자금(청산금)이 제대로 분배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실제로 준공 후 1년 이상 미해산·청산 조합은 서울에만 103곳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경기도는 35곳, 부산은 17곳의 조합이 사업이 끝났지만 1년 이상 해산이나 청산되지 않았다.

서울 강동구 A 조합의 경우, 지난 2016년 준공됐지만 최근까지도 649억원의 잔여 예산을 보유한 채 조합이 유지되고 있다. 이 조합은 조합 임원의 과도한 성과급, 퇴직금 인상 등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역시 2016년 준공된 서울 서초구 B 조합도 잔여 예산이 404억원이나 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조합의 해산 및 청산이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 조합 운영비 등의 지출 문제로 갈등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이번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조합 해산이 원칙적으로 의무화되기 때문에 미해산·청산 조합 문제를 방지할 수 있게 된다.

이와 함께 정비사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법·불공정 행위를 방지하고 투명성을 강화하는 내용도 대거 개정안에 포함됐다.

시공사 입찰 과정에서 건설사가 공사를 수주하기 위해 시공과 관련 없는 각종 편법적인 내용을 제의하는 것이 법으로 금지된다. 지금은 국토부 고시를 통해 금지되고 있지만 이를 법에 반영해 강제력을 한층 높인다.

개정안은 조합원들에게 분양가 상한제 회피, 재건축 부담금 대납 제안 등을 금지한다. 이른바 '임대주택 제로' 등 임대주택 건설의 변경 등을 제안하는 것도 앞으론 도정법 위반 사안이 된다.

앞서 서울 용산구 한남3구역에선 시공사가 분양가를 보장하거나 임대주택 제로, 분담금 유예 등의 각종 제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불거지자 조합은 재입찰을 거치기도 했다. 

서초구 신반포 3차의 경우 분양가 상한제를 회피하고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재건축 일반분양분을 통매입할 기업형 임대사업자 입찰을 추진했다가 무산되기도 했다. 부산에선 지난해 최대 정비사업이라 불린 대연8구역에서 민원처리비 제공을 제안한 건설사가 시공자로 선정됐다가 논란이 됐고, 결국 법원에서 시공사 선정 효력정지 가처분이 인용되면서 사업이 멈췄다.

개정안에는 정비사업 추진위원장이나 사업 시행자가 자금을 차입하려 할 때는 미리 자금 차입의 금액과 방법, 이자율, 상환방법 등을 지자체에 신고하게 하는 내용도 있다. 지자체는 그 내용을 검토해 적법하면 신고를 수리하게 된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의 투명성을 한층 높이고 자금 차입을 둘러싼 조합원 간 갈등을 방지한다는 취지다.

지자체가 정비계획을 만들 때 토지 등 소유자의 분담금 추산액과 산출 근거를 제시하게 하는 내용도 법안에 포함됐다. 정비계획 단계여서 추정치지만 조합원이 자신의 분담금 규모를 가늠할 수 있게 된다.

동절기 등에는 정비 대상 건물의 철거뿐만 아니라 주민 퇴거도 할 수 없게 된다. 정비사업으로 인한 세입자 등의 내몰림을 더욱 적극적으로 막는다는 취지다.

천준호 의원은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이익은 소수의 조합 임원이나 건설사가 아닌 지역 주민들에게 돌아가야 한다"며 "정비사업 관련 불법·불공정 행위를 근절해 사업 추진 과정이 더 투명하고 상식에 부합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말했다.

정부와 서울시는 앞서 조합원 지위양도 제한 시점을 앞당기는 내용을 발표한 바 있으며, 이번 도정법 개정안을 천 의원실과 함께 만들어 발의함에 따라 정비사업의 각종 불공정 행위를 방지할 방안을 마련했다. 이 개정안에는 서울시가 그동안 국토부에 요구한 제도개선 건의 사항이 대거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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