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경고'에 대출절벽···은행권 대출 조인다(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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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9월 말까지 전세대출 제한적 취급"
농협·SC제일은행 등도 대출제한 조치 나서
'풍선효과'에 따라 대출제한 움직임 확산될듯
한 은행의 대출 창구 (사진=서울파이낸스DB)
한 은행의 대출 창구 (사진=서울파이낸스DB)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금융 당국이 가계대출 관리 고삐를 강하게 조이면서 은행은 물론이고, 저축은행과 상호금융 등 전 금융권이 '대출 몸 사리기'에 들어갔다. 당국이 연일 금융권을 압박하자 곳곳에서 대출 중단에다 취급 제한, 한도 축소 등의 움직임에 나서고 있다. 

가계부채가 우리 경제의 '뇌관'으로 자리 잡으면서 추가적인 고강도 규제에 따른 대출 축소 현상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고승범 금융위원장 내정자가 취임 전부터 '가계부채 관리'를 강조하고 나선 것도 이런 전망에 힘을 보탠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이 신규 주택담보대출의 전면 중단을 결정한 데 이어 우리은행도 전세자금대출의 신규 이용을 오는 9월까지 일시적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이는 분기별로 설정해 놓은 한도를 소진한 데 따른 조치로, 가계부채 총량관리의 일환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이번 분기 한도가 어제부로 소진되면서 제한적으로 취급하기로 했다"면서 "다만 기존에 신청한 사람 중 취소분이 생기면 신규 취급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최근 들어 은행권에선 가계대출 조이기 움직임이 뚜렷하다. 관리 방안은 저마다 다르지만, 큰 틀에서 보면 모두 가계대출 증가를 막기 위한 방편이다.

SC제일은행은 신(新)잔액코픽스를 기반으로 판매하던 주택담보대출을 중단키로 했으며, 카카오뱅크는 개인 신용대출 한도를 연소득의 1배로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은행은 이달부터 오는 11월 말까지 신규 주택담보대출을 전면 중단한다. 신규는 물론이고 기존 대출의 증액, 재약정도 취급하지 않기로 했다. 은행권에서 신규 대출 취급을 아예 막는 건 이례적이다.

이런 분위기는 은행권 전반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지난달 은행권에서만 가계대출 잔액이 9조7000억원 급증하는 등 증가세가 지속됨에 따라 당국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어서다.

실제로 고승범 금융위원장 내정자는 지난 17일 가계부채 관련 내부 논의에서 "가용한 모든 정책수단을 활용해 가계부채를 관리하겠다"며 가계부채와의 전면전을 예고한 바 있다. 가계부채 안정을 위한 조치를 강도 높게 추진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더구나 대출길이 막힌 수요가 타 은행으로 몰려드는 '풍선효과'가 이어진다면 은행들의 가계여신 관리에 비상등이 켜질 것이라는 점도 불안 요인이다. 은행권이 가장 우려하는 점도 이같은 '연쇄 대출 이동'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 중단까지 고려하진 않고 있지만, 당국이 선제적으로 관리해달라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보내오고 있다"면서 "수요가 몰릴 경우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대출 상품의 금리를 올리거나 한도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가계부채 관리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답했다.

제2금융권도 좌불안석이다. 당국이 상대적으로 느슨한 대출 규제로 인한 대출 수요가 몰리는 현상을 지적하면서 시중은행을 향했던 대출규제 칼끝을 2금융권에게도 겨누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시중은행과의 규제차익을 줄이는 방식의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 강화가 당초보다 앞당겨질 것으로 보이면서 업계의 자체적인 관리 움직임도 빨라졌다. 저축은행의 경우 당국의 요구에 따라 가계대출액 점검 주기를 주단위로 촘촘하게 보고하고 있는데, 이런 조치를 사실상 마지막 경고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주단위로 가계대출 현황을 보고하는 일은 근래 들어 가장 빡빡한 관리인데, 그만큼 당국이 업계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의미"라며 "업계의 가계대출이 최근 빠르게 늘어난 만큼, 추가 규제가 나오기 전에 선제적으로 관리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상호금융업권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당장은 농협이 당국의 집중 관리를 받고 있는 상황이나, 시차를 두고 상호금융 전체로 규제가 강화될 것이란 불안감이 역력하다.

신협의 경우 지역본부별 주기적 가계대출 총량 특별관리, 가계대출 증대 관련 조합 실책급 화상 간담회를 통한 조절요청 등 조치에 나섰다.

상호금융 관계자는 "이미 매주 단위로 금융당국에 가계대출 증감 자료를 제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농협뿐만 아니라 다른 상호금융에도 가계부채 관련 메시지가 나올 것 같아 업계 전체가 긴장하고 있다"며 "그동안 가계부채를 관리하려는 노력을 지속해온 만큼 풍선효과가 발생하지 않도록 따로 대책을 고심 중"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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