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銀 빗나간 경기예측 왜? “관료적 안일함이 부른 구조적 문제”
韓銀 빗나간 경기예측 왜? “관료적 안일함이 부른 구조적 문제”
  • 서울금융신문사
  • 승인 2003.10.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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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의 경기예측 능력이 도마 위에 올랐다. 국내 최고 권위를 가진 기관임에도 불구, 경기예측과 관련해 실수가 반복되면서 과연 경기예측 능력이 있는 것인지 신뢰성마저 의심받고 있는 것.

결과론적이긴 하지만 몇 번의 금리정책 실패도 한은의 신뢰도 상실에 한 몫 했다. 한은의 이와 같은 잦은 실수에 대해 일각에서는 한은 내부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박승 한은 총재는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국정감사 자리에서 “IT 혁명에 따른 변동성 확대, 장기간 시계열 데이터 부족 등 애로사항이 있다”고 토로했으나 참석자들은 한국은행이 외부 환경 요인만을 탓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민주당 정동영 의원은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들보다 많은 조사연구인력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98년 이후 한국은행의 경제성장률 예측은 매년 2% 이상 오차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지난 98년 이후 5년간 한은의 GDP성장률 예측치 평균오차는 3.82%로 평균 0.54%∼1.82%인 미국과 영국 등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에 비해 현저히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금리인상과 관련해서도 99년부터 올 7월까지 10차례 실시한 콜금리 조정이 결과적으로 경기 흐름과 맞지 않았던 것으로 평가된다.

민주당 강운태 의원은 “지난 2000년 10월 전기대비 성장률이 -1.2%로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를 인하해야 할 시점에서 반대로 금리를 0.25%p 인상했고 지난해 5월에도 경기하강 국면에서 금리를 인상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국회 재경위 한 관계자는 “한은의 경기예측은 경제주체들의 경기 판단에 큰 영향을 끼침에도 불구하고 전망이 크게 빗나갔을 때 어느 누구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며 “직원들이 관료적 안일함에 빠져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깨닫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한은이 경기예측이 빗나간 것을 모델 탓으로 돌리는데 실제 97년에 만들어진 모델이라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모델 뿐만 아니라 정확한 통계와 타 기관들의 전망, 직원들의 직관 및 경험치가 상호 피드백을 일으켜야 하는데 현재는 내부 직원들의 직관이 가장 우선시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망이 틀렸을 경우 왜 틀렸는지, 시스템상의 문제는 없었는지, 어떤 부분을 개선해야 하는지 내부 토론이 활성화되고 그에 따라 개선책이 나와야 하는데 그런 부분에 한은이 지금껏 소홀했다는 것.

그러나 한은은 이런 지적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한은 조사국 한 관계자는 “단순히 하나의 모형을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미시·거시적 측면에서 여러 요소를 고려하다 보면 전망은 항상 어렵기 마련”이라며 “언론과 정치인들이 지나치게 몰아붙인 측면이 있다”고 섭섭함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해 말 그 어떤 기관도 올해 경제성장률이 2∼3%대에 머물 것이라고 전망치 못했다는 말도 곁들였다.

또한 주요 선진국들의 경제성장률은 변동폭이 작아 예상치의 오차가 작을 수밖에 없고 이를 일괄적으로 우리경제와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한은 내에서조차 비판의 목소리가 들린다. 한은 한 직원은 “매우 관료화된 조직이라 문제가 있어도 직원들이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성을 못느낀다”며 “능력과 전문성의 문제라기보다는 구조적 문제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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