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HMM, 호실적 앞두고도 웃지 못하는 이유
[초점] HMM, 호실적 앞두고도 웃지 못하는 이유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분기 컨센서스 최대 1.5조 '역대 최대' 전망
해원노조 4차교섭 결렬에 담합조사까지 겹쳐
HMM 컨테이너선. (사진=주진희 기자)
HMM 컨테이너선. (사진=주진희 기자)

[서울파이낸스 주진희 기자] 국내 최대 원양선사인 HMM이 역대 최대 실적을 앞두고 사상 초유의 파업 위기에 봉착하는가 하면 해상운임 단합 조사를 받는 등 잇단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11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HMM은 이르면 12일 올해 2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FnResearch)는 HMM의 2분기 컨센서스(실적 전망 평균치)가 최대 1조5000억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최대 실적이었던 전분기(1조193억원·연결재무제표 기준)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시장에서는 물동량 증가와 항구적체 현상이 맞물리면서 해상운임 급등세가 하반기(3·4분기)에도 이어져 HMM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이 5조원을 상회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특히 미국 블랙프라이데이부터 크리스마스 등 쇼핑시즌이 잇따라 열리기 때문이다. 

나민식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항만 적체가 내륙까지 퍼진 상황에서 병목현상은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려워 운임이 내년 상반기까지 상승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올해 HMM 매출액은 11조7621억원, 영업이익은 5조6769억원을 전망한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HMM은 이 같은 호실적을 앞두고도 웃을 수 없는 입장이다. 이날 오후 3시경 진행했던 해원 노조(선원 노조)와의 4차교섭도 결렬됨에 따라 대규모 파업이 현실화됐기 때문이다. 

전정근 HMM 해상노조 위원장은 "막판 교섭에서조차 사측은 조금의 대화를 하려고 하는 의지가 없고 그저 원안만을 유지해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며 "교섭 결렬이 되자마자 곧바로 중앙노동위원회(이하 중노위) 쟁위 조정 신청을 완료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9일 사측은 4차 교섭이 결렬된 육상노조(사무직 노조)와 중노위 1차 조정회의를 진행했으나 무위로 끝났다. 2차 조정회의는 오는 13일이다. 육·해상 노조는 이달 내로 진행될 예정인 남은 중노위 조정까지 실패하면 조합원 찬반 투표로 파업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이들은 임금 25% 인상과 성과급 1200%를 제시하고 있다. 지난 8년간 회사의 어려움을 고려해 임금을 동결함에 따라 동종업계와의 임금 격차도 크게 벌어진데다 인력 이탈도 심해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올해들어 역대급 실적을 내고 있는 만큼 이제는 임금 정상화를 나서야한다는 게 노조 측 주장이다.

반면 사측은 임금 5.5% 인상과 월 급여 100%의 격려금을 내세우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채권단인 KDB산업은행이 3조원이 넘는 공적자금을 투입한 뒤 아직 회수하지 못했다며 경영정상화를 위해서는 인내가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눈치를 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양측의 이견차가 심해 중노위 조정으로 임단협 타결은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중노위 조정 절차가 2주가량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파업은 이르면 이달 말에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HMM은 현재 물류대란으로 선박부족 현상을 겪고 있는 수출기업들을 돕기 위해 임시선박을 지원하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만약 파업이 현실화되면 국내 수출산업 전반에 대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003년 10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한국~동남아 노선에 취항한 HMM 등 23개 국적·외국적 선사들이 122차례에 걸쳐 운임을 담합했다며 최대 8000억원(전체 매출의 10%)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하겠다는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다. 공정위는 다음 달 전원회의에서 과징금 부과 여부 및 액수 등을 심사할 예정이다.

미국 연방해사위원회(FMC)도 국제 해운선사들을 상대로 해상운임 책정 실태 조사를 잇따라 개시했다. 이에 따라 HMM은 컨테이너 반납과 관련된 체화료(demurrage), 지체료(detention) 부과 건, 항만 체선과 관련된 혼잡 할증료(congestion surcharge) 부과 건 등에 대해 조사를 받고 있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지금의 HMM의 상황은 '호사다마(好事多魔)'와 같아 모두의 생존을 위해 노사간의 협동을 이끌어내는 것이 필수적"이라며 "HMM 경영진의 강한 결단력과 노조의 배려, 정부의 중재 등을 통해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