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가석방] 논란 속 '절반의 자유', 삼성 경영에 어떤 변화?
[이재용 가석방] 논란 속 '절반의 자유', 삼성 경영에 어떤 변화?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법무부 '취업 승인' 여부에 따라 운신의 폭 크게 달라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가석방이 결정되면서 삼성이 '총수 부재'라는 최악의 상황은 모면하게 됐다. 이 부회장이 경영 일선으로 돌아오면 그간 미뤄왔던 대규모 투자나 인수합병(M&A) 등 삼성전자의 경영전략에 물꼬가 트일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가석방은 조건부 임시 석방 제도인 만큼 해외 출장과 공식 경영활동 등에 제약이 불가피한 데다 2건의 다른 재판도 진행 중인 만큼 경영 정상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오는 13일 '자유의 몸'이 되는 이 부회장이 경영 일선에 온전히 복귀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의견이다.

◇ 가석방 돼도 경영 활동 한계···신뢰 회복 주력할 듯

10일 재계에 따르면 오는 13일 수형 생활에서 풀려나는 이 부회장은 출소 후 당분간 각종 사업 현안을 파악하고 건강을 추스르며 경영 복귀 시점을 고심할 것으로 전해졌다. 출소 직후에는 가족들과 고(故) 이건희 회장의 경기도 수원 선영을 찾을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앞서 이 부회장은 2018년 3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석방됐을 때는 한 달 넘게 정중동 행보를 하다 45일 만에 첫 공식 일정으로 유럽 출장을 떠났었다.

다만 현재 상황에서 이 부회장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삼성 경영에 관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건 파기 환송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지난 1월 18일 법정 구속된 지 약 7개월 만에 가석방으로 풀려나게 됐지만 형 집행 면제와 함께 유죄선고의 효력이 없어지는 사면과 달리 가석방으로 풀려난 만큼 경영 최전선에 온전히 복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가석방은 형기만료 전 '조건부 석방'이기 때문에 경제사범에 적용하는 취업제한이 그대로 적용, 형 집행 종료 뒤 5년까지 취업이 제한돼 등기임원 등으로 복귀할 수 없다. 특히 가석방 신분으론 내년 7월 형기 만료 전까지 법무부의 보호관찰, 거주지 제한 등을 받게 되며 해외 출국 때에는 법무부에 보고하고 승인을 얻어야 한다. 

실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지난 2014년 2월 집행유예 5년형을 선고받고 형기를 채웠지만 취업제한 규정에 따라 형기 만료 이후 2년간 취업 제한이 이뤄지면서 지난 2월에야 주요 계열사 등기이사직에 이름을 다시 올릴 수가 있었다.

일각에선 취업이 제한된다고 해도 이 부회장의 경영 활동이 큰 지장을 받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신규 취업에만 취업제한 규정이 적용될 뿐 기존 지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이 부회장은 2017년부터 무보수로 일하고 있는데다 2019년 10월 등기이사직까지 내려놓은만큼 취업제한 규정과는 관련이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2013년 최태원 SK그룹 회장 역시 박근혜 정부 시절 450억원 횡령으로 유죄가 확정됐을 때 "무보수로 재직 중"이라며 취업이 아니라는 논리로 회장직을 유지한 바 있다.

현 상태에서 이 부회장이 취업제한 대상에서 풀려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법무부 장관의 취업제한 대상 예외 승인을 받는 것이다. 취업제한 대상 예외 승인을 받아 취업제한이 해제될 경우 예전처럼 정상적인 경영 활동이 가능하다. 

하지만 취업제한이 풀려도 연이어 대기 중인 재판으로 '사법리스크'는 여전하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 관련, 계열사 부당 합병·회계 부정 혐의 1심 재판이 진행되고 있고, 프로포폴 불법 투약 혐의로도 기소돼 있다. 어디서 다시 리스크가 불거질지 가늠하기 어렵고 재수감 가능성까지 있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선 이 부회장이 직접적인 경영 활동보다는 대국민 신뢰회복에 주력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이 부회장은 지난해 5월 '대국민 사과문'과 같은 해 말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최후 진술 자리 등에서 '국민 신뢰를 회복하고 사랑받을 수 있는 새로운 삼성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재차 피력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의 첫 외부 일정으로 오는 17일 열리는 외부독립기구인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정기회의에 참석해 신뢰회복 방안을 의논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삼성전자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 (사진=연합뉴스)

◇ 좁아진 '운신의 폭'에도 밀린 경영과제 '급선무'

한편으로는 이 부회장이 운신의 폭이 제한된 상황에서도 경영 현안이 산적한 만큼 머지 않은 시점에 경영에 복귀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연내 경영에 복귀해 총수 공백을 해소하고 삼성전자의 대규모 투자와 인수합병(M&A) 등을 지휘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업계는 글로벌 반도체 경쟁 대응 전략에 대해 주목한다. 올 들어 파운드리(위탁생산) 시장에서 세계 1위 대만 TSMC와 삼성전자의 점유율 격차가 더 벌어진 데다 TSMC, 인텔 등 글로벌 경쟁사들이 잇따라 대규모 투자에 나서면서 삼성전자를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인 만큼 삼성전자의 미국 현지 파운드리(위탁생산) 생산라인 투자 계획에 관심이 쏠린다. 삼성은 지난 5월 한미정상회담 이후 170억달러(약 20조원) 규모에 달하는 미국 현지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 신·증설 계획을 발표했지만 아직 후보지도 확정하지 못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 미국 로이터 통신 등 주요 외신들은 이 부회장이 출소하면 삼성전자의 주요 투자와 M&A 프로젝트가 가동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아울러 삼성전자의 반도체, 모바일, 인공지능, 5세대 이동통신 등 주력 및 신사업을 비롯해 삼성SDI의 첫 미국 배터리 공장 신설, 코로나19 백신 확보 등과 관련한 결정도 이 부회장의 복귀로 탄력을 받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2016년 11월 미국 자동차 전장업체 하만을 인수한 이후 끊겼던 삼성전자의 대규모 M&A도 본격화할 가능성도 나온다. 

이 부회장 가석방 소식에 삼성전자는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았지만 경영 정상화 가능성에 안도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지난 상반기 동안 총수 부재로 어려움이 지속됐던 만큼 이 부회장 출소로 다시 사업 추진에 힘을 낼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다. 

경제계는 이 부회장의 가석방 결정에 환영한다는 뜻을 밝히면서도 경영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행정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논평을 통해 "법무부의 (가석방) 결정을 적극 환영한다"며 "우리나라가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기술적 우위를 점하고 나아가 새로운 경제질서의 중심에 서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은 "매우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도 "가석방은 취업 제한, 해외 출장 제약 등 여러 부분에서 경영활동에 어려움이 있어 추후에라도 최대한의 행정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별세 이후 거론되던 이 부회장의 회장직 승계 작업이 언제 이뤄질지도 관심이다. 이건희 회장은 1987년 11월 19일 이병철 선대 회장이 타계한 이후 20여일 뒤인 12월 1일 회장에 올랐고,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1998년 8월 26일 아버지인 최종현 회장이 별세한지 7일 만에 회장에 선임됐다. 구광모 LG 회장 역시 구본무 LG 회장 타계 이후 한달가량 뒤에 회장에 선임됐다. 4대그룹 총수 중 이 부회장만 '부회장' 직함을 달고 있다.


관련기사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