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로 막힌 가상화폐 거래소, '줄폐업' 본격화
퇴로 막힌 가상화폐 거래소, '줄폐업'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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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명확인 계좌 발급 '답보'···"신고 기한 연장 쉽지 않아"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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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가상화폐(암호화폐) 사업자 신고 기한을 한 달 보름가량 앞둔 가운데, 거래소들의 탈출구 마련이 쉽지 않은 모양새다. 신고 요건의 핵심이 되는 실명확인 계좌 발급이 여전히 답보 상태라 업계에선 중소형 거래소를 중심으로 줄폐업이 본격화됐다.

대다수의 거래소는 더이상 사업 지속이 어렵다고 판단하는 분위기다. 이달 임시국회에서 거래소 신고기한 연장 법안이 논의될 예정이나, 시간적 여유가 부족한 데다 여야 합의가 불투명해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소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소의 폐업 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코인투엑스, 데이빗, CM거래소 등은 거래를 중단했다. 거래소 CPDAX는 최근 공지글을 통해 내달 1일부터 가상화폐의 보관과 실시간 출금 서비스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 따라 다음달 24일까지 모든 거래소는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 은행 실명 입출금 계좌 등 요건을 갖춰 금융당국에 신고해야 영업을 이어갈 수 있는데, 중소형 거래소들은 길이 막힌 실명계좌 확보보다는 영업 중단 쪽으로 가닥을 잡은 모양새다.

한 중소 거래소 관계자는 "금융당국과 특금법이 요구하는 조건에 맞췄음에도 은행들은 내부 평가 기준 등을 이유로 실명계좌를 내어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면서 "사실상 4대 거래소 외의 곳들은 문을 닫으라는 소리가 아니냐"고 토로했다.

현재 은행과 실명확인 계좌 계약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곳은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등 4대 거래소가 전부다. 이들도 정식 계약이 아니라 특금법상 신고 시한까지 연장 결정이 미뤄진 '시한부 계약'인터라 은행과 다시 계약을 맺어야 한다.

업계에서는 국내 79개 거래소 중 대다수가 사실상 영업을 중단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신고 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시중은행들이 거래소와의 거리두기를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권은 사회·경제적 파장이 클 수 있다는 점에서 거래소 평가에 신중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일부 거래소는 8월 임시국회에서 논의될 가상화폐 관련 법안들에 기대를 걸고 있다. 현재 국회에선 가상화폐 사업자 등록 기간 연장 등을 골자로 한 법안 2건 발의된 상황이다.

정무위 소속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기존 가상자산사업자의 신고 유예기간을 6개월 연장하는 내용의 법안을, 같은 당 조명희 의원도 신고 유예기한 연장과 함께 사업자 신고과정서 실명확인 가능한 입출금 계정 확보 요건을 삭제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법안을 발의했다.

거래소의 대규모 폐업 시 투자자들의 피해가 이어질 수밖에 없는 만큼, 최소한 거래소 신고 기한을 늘려 안정적인 법 적용 기간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게 관련 업계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하지만 여야 합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이마저도 쉽지 않다는 분위기다. 실제로 가상자산 태스크포스(TF) 간사를 맡은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거래소 대표와의 간담회 자리에서 "(거래소 신고 유예기한) 연장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며 "오히려 불확실성만 커질 것"이라고 부정적 입장을 내비쳤다.

금융당국 역시 "거래소들에 준비 기간을 충분히 줬다"며 규제를 완화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어 법안 통과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 상황으로 봤을 때 발의된 법안들의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일각에선 금융당국의 수장이 바뀌면서 기류가 변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있지만 고승범 금융위원장 내정자 또한 가상화폐를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어, 거래소 구조조정은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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