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재신임' 파장 경제`금융에도 영향 미칠까
대통령 '재신임' 파장 경제`금융에도 영향 미칠까
  • 홍승희
  • 승인 2003.10.1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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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총선 전에 재신임 묻겠다. 취임 7개월밖에 안된 대통령의 입에서 이 말이 튀어나오며 나라 전체가 경악하고 있다. 이미 다수 야당으로부터 불신임 운운하는 공격을 받아온 처지인데다 지지율은 10%대까지 추락했지만 막상 대통령의 이 한마디는 앞으로 정치권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그 파장이 정치권에만 머물지는 않을 것이다. 개혁을 기치를 내걸고 당선된 대통령이 다시 배수진을 친 것이기에 그 파장은 앞으로 사회 각 부문으로 번져갈 것이고 경제계라고 해서 예외일 수는 없을 것이다. 특히 금융권은 직접 영향권에 들 가능성이 커 보인다.
참여정부의 지난 7개월은 그야말로 한국 사회 전체가 개혁의 실험무대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것은 거의 혁명에 버금가는 혼란으로 비쳐지기도 했다. 그러나 개혁을 요구한 대중은 그 개혁의 회오리를 감당하기에 벅찼고 기존 체제에 익숙한 관료들이나 정치권은 무턱대고 칼을 뽑아들거나 회피동작에 급급했다.
그 와중에 언제 발생해도 국론을 분열시킬 사안들이 사전 정지작업 없이 불쑥불쑥 튀어나와 더욱 국민들을 정신없이 몰아쳤다. 북핵문제며 이라크 파병문제같은 외교적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경제는 침체의 늪에서 쉽사리 빠져나오지 못하고 아울러 해소될 기미도 보이지 않는 대량 실업사태는 깊이 생각하기도 전에 비명부터 터져 나올 만한 상황이었다. 부동산 시장의 투기열풍은 가뜩이나 움츠러든 서민들의 어깨를 더욱 무겁게 짓누르며 사회적 불만을 팽창시키고 있다.
세계경기가 바닥을 기는 상황에서 국내 경제는 이미 소수에 의해 국부가 과점당한 상태여서 그야말로 백약이 무효일 정도로 투기현장에만 불이 붙고 있다. 투기를 잡으려다 자칫 서민가계를 더욱 위기로 몰아넣을 궁리들만 나오는 것도 이런 근본 구조를 어찌해보지 못하는 자본주의 국가의 한계 때문이다.
또 새로운 시대의 코드를 읽지 못하는 기업들은 전망을 세우지 못한 채 투자에 주춤거리고 그 사이에 오랜 잠에서 깨어난 용 중국은 빠르게 한국의 발뒤꿈치를 밟으며 추격해오고 있다. 돈이 있는 기업은 전망을 못세우고 전망이 선 기업에는 돈이 없는 형편이지만 강제적 재화 분배를 강행할 수도 없으니 정책이라고 나와봤자 손만 부끄러운 형국이다.
게다가 강물의 바닥을 정치권 스스로 파헤치고 돌아다니다 보니 그동안 수면 아래 잠겨있던 각종 비리들이 이제는 네 것 내 것 할 것 없이 거침없이 수면 위로 떠오르며 사회는 온갖 쓰레기들이 부유해 보이는 것만 보던 평범한 국민들로 하여금 구역질이 나게 만들었다.
이런 상태에서 대통령의 지지기반이던 소수 여당이 그나마 스스로 분열했고 열성 지지자들조차 심각한 회의에 빠지는 상황이 됐다. 현재 노무현 대통령의 모습은 마치 무협영화에서 사방이 적에 둘러싸인 채 홀로 칼을 빼들고 서 있는 고독한 무사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이번 대통령의 재신임을 묻겠다는 선언은 결국 이런 상황에서 손발이 완전히 묶이기 전에 새로운 돌파구를 찾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개혁은 대통령 혼자 하는 게 아니다. 그런데 대통령이 무언가 시도도 하기 전에 다수당인 야당의 비토에 속수무책이 되기 십상인데다 당장 코드가 맞지 않는 정부 각료들 사이에서 먼저 불협화음이 터져 나오고 시대를 거스르는 발상들이 난무해 정부의 목표가 무엇이고 진의가 무엇인지 이해할 수도 없고 혼란스럽게 느끼도록 만들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통해 총선 전에 재신임을 묻겠다고 했다. 이 말의 뜻을 두고 저마다 다른 해석을 내리지만 일단 8개월 남은 총선까지 시한을 둔 것은 앞으로 반년 남짓 배수진을 치고 그야말로 노무현식으로 개혁을 수행하겠다는 의지로 읽어도 좋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본다면 1차 타겟은 정치권이 되겠지만 경제계야말로 그 개혁의 몸통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경제계 개혁의 칼이 돼야 할 금융권이라면 그 영향은 더 커질 수도 있다.
대통령이 시한을 두고 재신임을 묻겠다고 선언했으니 그동안 대통령을 보좌해 온 측근들부터 시작해서 대통령의 임명권이 미치는 범위 내에 있는 사람들은 그보다 앞서 대통령에게 재신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미 배수진을 친 대통령은 이제까지와는 달리 보다 정공법으로 개혁의 드라이브를 걸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된다면 거부반응도 더 거세지고 사회는 한바탕 더 혼돈의 도가니로 빠져들 수 있겠지만 적어도 개혁, 반개혁의 색깔은 분명히 나뉠 것이다. 그럴 경우 정치적으로는 적어도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세운 세력들은 재결집하고 사회적 안정을 희구하는 이들은 멀쩡하게 대통령이 임기 중 하야함으로써 초래될 국정 혼란을 회피하려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대한민국 역사상 초유의 취임 초반 대통령이 배수진을 전술로 택한 이유가 이것이라면 참여정부의 전략적 측면에서 유효한 카드로 읽을 수도 있을 것이다. 적어도 더 이상 어정쩡한 개혁이 주는 개운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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