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집값 뛴 건 '국민 탓'이라는 정부
[데스크 칼럼] 집값 뛴 건 '국민 탓'이라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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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처럼 식지 않는 부동산시장에 대해 정부가 28일 대국민담화 형식까지 빌어 경고 메시지를 내놨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주재 아래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은성수 금융위원장 등 부동산 관계 장관뿐만 아니라 김창룡 경찰청장까지 참석하며 그 무게감을 더했다.

하지만 정작 발표된 담화문에서는 현재 집값 수준과 향후 금리 인상 가능성, 정부의 주택 공급 의지 등을 거론하며 주택 매수를 자제해 달라는 기존 입장만 반복할 뿐 구체적인 부동산 시장 안정 방안은 거의 없었다. 새로운 내용이라면 사전청약을 민간주택과 도심 공공주택 등 2.4 공급대책 사업지 주택으로 확대하는 정도다.

이날 홍 부총리는 지금까지 늘 그랬듯 주택 공급은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올해 입주 물량이 평년 수준을 유지하는 만큼 결코 공급 부족이 아니라는 것이다. 금융위나 국토부, 경찰청도 기존과 똑같이 금리 인상 가능성과 부동산시장 교란 행위 엄벌 등만을 강조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물론 일반 국민들까지 "도대체 잡으라는 집값은 잡지 않고 똑같은 말만 반복하려고 브리핑까지 열었는지 도대체 이해 못 하겠다"라고 지적한다.

한 전문가는 "정부가 집값이 고점이라 조만간 떨어진다고 수차례에 걸쳐 경고했지만 단 한 번도 집값이 내려간 적은 없었다"라며 "집값을 잡지 못하니 이제는 하다 하다 립서비스라도 해서 집값 상승세를 막으려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한다.

이번 담화문 발표 이후 정치권은 물론 온라인 등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자신들의 부동산 대책의 실패는 인정하지 않은 채 '패닉바잉(공포매수)'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빚투(대출 등 빚을 내 투자)' 등 국민들의 심리 요인을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지적한 탓이다. 약 8000자의 담화문에서 집값 폭등에 대한 사과·반성과 관련한 언급은 '송구하다' 한 번뿐이었다.

특히, 홍 부총리가 집값 상승의 주요 요인으로 지적한 불법 거래, 투기 등 법령 위반 의심 사례는 지난해 2월에서 12월까지 이뤄진 71만 건의 주택거래 중 단 69건, 0.009%에 불과하다. 현재 부동산 시장은 재개발 사업, 저금리, 수요자의 매수 심리 등 여러 가지의 요인이 견인하고 있는데 1% 미만의 미미한 데이터를 가지고 집값 상승 및 전세난의 주된 원인이라고 단언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

물론 지금의 주택가격이 고평가됐으니 추격매수를 자제할 필요가 있다거나 금리 인상이 예정됐으니 매수를 자제하라는 정부의 의견도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그동안의 학습효과를 통해 수요자들은 잠시 집값이 내려간다 해도 결국 길게 보면 언제든 내 집을 마련하는 것이 이득이라는 결론을 얻은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홍 부총리가 집 사는 것을 자제해달라 호소한 날 세종시에서 진행된 세종자이 더 시티 1순위 청약에 22만여 명이 몰렸으며 전용 84㎡P 기타지역의 경우 2474대 1로 네 자릿수 경쟁률을 보였다. 결국 정부의 호소, 협박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다.

이번 호소문은 부동산 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떨어진 상황에서 정책에 호응하도록 만들기 위해 일종의 경고를 한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하지만 공공 중심의 공급 기조라든가 수요 억제에 기반한 정책 방향을 크게 바꾸지 않는 한 정부 정책에 대한 실수요자들의 신뢰도가 하락하는 역효과만 초래할 뿐이다.

지금껏 갖가지 수단을 동원해 본 정부 입장에서도 답답함이 있겠지만 그렇더라도 경고나 호소로 집값이 안정되기를 바라는 건 요원해 보인다. 공급확대를 기반으로 즉각적인 매물 증대 효과를 가져다줄 수 있는 세제상의 변화 등 현실적인 방안을 찾아봐야 한다.

나민수 건설부동산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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