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계, 'EU 탄소국경세' 도입에 비상···"무역장벽 돼선 안돼"
철강업계, 'EU 탄소국경세' 도입에 비상···"무역장벽 돼선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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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근로자들이 고로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포스코)
포스코 근로자들이 고로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포스코)

[서울파이낸스 주진희 기자] 철강업계가 국내 탄소배출권을 내세워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적용 배제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EU의 CBAM 시행으로 철강사들이 연간 수출액의 약 5%를 관세로 더 내야해 수출에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는 이날 EU 측에 "CBAM 적용 면제국에 한국이 포함돼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건의서한을 제출했다.

전경련은 서한에서 "동종상품에 대해 원산지를 근거로 수입품과 역내 생산품 간 차별적 조치를 하는 것은 자유무역 규범에 어긋날 수 있다"며 "CBAM이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한 무역장벽이 되지 않고 세계무역기구(WTO) 원칙도 해치지 않도록 운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EU의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2023년 1월부터 CBAM제도를 시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로 인해 EU로 수입되는 철강, 시멘트, 비료, 알루미늄, 전기 등 5개 분야 제품의 탄소 함유량에 EU 탄소배출권거래제(ETS)와 연계된 탄소 가격이 부과·징수된다. 2026년부터는 업계 전면에 도입된다.

EY한영회계법인은 보고서를 통해 2023년 EU가 탄소국경세를 t당 30.6달러(한화 약 3만5000원)로 부과할 경우, 철강업계는 약 1억4190만달러(약 1600억원)의 탄소국경세를 내야 할 것으로 추산했다. 국내 철강의 2019년 총 EU 수출액은 약 3조3000억원(278만3801t)으로, 수출액의 약 5%만큼을 탄소국경세로 지출하게 되는 셈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이 2030년 탄소세를 t당 75달러까지 높여야 한다고 제언한 부분을 고려해 좀 더 강화된 시나리오로 t당 100달러(약 11만원)를 부과한다면 추가 비용은 연간 4억6360만달러(약 5294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탄소국경세 징수 방식은 EU 내 수입자가 CBAM이 적용되는 품목을 대상으로 연간 수입량의 'CBAM 인증서(certificate)'를 의무적으로 구매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인증서 1개는 탄소 1t에 해당하며, 품목별 탄소량은 생산 과정에 발생하는 직접 배출량으로 계산한다. 쉽게 말해 한국산 철강 1t을 생산하면서 탄소량이 2t 발생했다면, 이를 수입하는 EU 내 수입업자는 철강 1t당 인증서 2개를 구매하는 식이다.

따라서 EU CBAM이 본격 도입되면 탄소 배출량이 많은 철강제품을 수입하는 EU 업체가 부담해야 할 비용도 덩달아 커지기 때문에 국내 기업에 대한 수출단가 인하 압박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철강산업은 탄소배출량이 가장 많은 산업으로서 수입업자가 CBAM으로 인한 탄소비용을 수출기업에 일부 전가할 수 있다"며 철강제품의 수출이 11.7%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지금까진 인증서를 100% 무상할당 받아왔으나, CBAM 제도 시행 이후부터는 매년 10%포인트(p)씩 무상할당 비중이 줄어들고 10년 후 완전 철폐돼 이 또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업계는 정부가 외교적인 노력을 통해 CBAM이 무역장벽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해야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EU가 EU와 같은 탄소 가격 적용국은 CBAM 적용을 제외한다는 취지를 밝힌만큼 우리 정부도 국내 배출권 거래제를 내세워 적용 배제를 노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박진규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은 지난 15일 열린 EU의 CBAM 대응 방안 간담회에서 "한국의 배출권거래제 및 재생에너지 100%,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 등의 탄소중립 정책을 충분히 설명해 동등성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한 철강사 관계자는 "CBAM 도입까지 아직 시간이 남았고 글로벌 시황 또한 시시각각 변하기 때문에 각 업계가 지불해야 할 비용이나 변동될 수출량을 구체적으로 산정하긴 어렵지만 워낙 극단적인 제도이기 때문에 기업들에 부담이 될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탄소중립은 모두가 노력해야하는 필수적인 과제이지만 이 같은 제도가 무역장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어 우려스럽다"며 "우리나라가 시행 중인 배출권거래제 등 각국의 탄소중립 정책 또한 동등하게 반영될 수 있도록 정부의 노력 또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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