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문' 걸어 잠그는 은행···정부 '눈치보기' 탓에 속도조절
'대출문' 걸어 잠그는 은행···정부 '눈치보기' 탓에 속도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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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농협銀·우리銀, 이달 가계대출 우대금리 축소
한도축소·판매중단도···당국, 2금융 규제도 시사
한 고객이 은행 대출 창구에서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우리은행)
한 고객이 은행 대출 창구에서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우리은행)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정부의 가계대출 옥죄기 탓에 가계가 체감하는 '대출절벽'은 하반기에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주요 은행들이 대출 속도조절에 나서고 있는 데다 저축은행과 카드사 등 2금융권에 대한 규제 가능성마저 커지고 있어서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은 신용대출과 전세대출 등 가계대출 우대금리를 줄이는 방식으로 대출금리 인상에 나섰다.

당장 오는 26일부터 '신나는직장인대출'과 'NH튼튼직장인대출' 등 우량 대출자를 대상으로 한 신용대출의 우대금리를 0.1%포인트(p) 낮춘다. 우대금리가 낮아지면 차주(돈을 빌리는 사람)의 이자 부담이 커져 금리인상과 같은 효과가 나타난다.

또 전세대출 우대금리도 0.3%p 줄였다. 신용카드 사용 실적, 급여 이체, 기한 연기 대출에 주던 우대금리를 없앤 것이다. 주택이 아닌 부동산을 담보로 한 대출의 총 우대금리도 0.2%p 깎았다.

앞서 농협은행은 지난달 16일에도 이들 상품의 우대금리를 0.1~0.2%p 낮춘데 이어 지난 6일부터는 개인신용대출 최고 한도를 기존 2억5000만원에서 2억원으로 낮추기도 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가계 여신 물량 관리와 속도 조절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대출 고삐를 죄는 것은 다른 은행들도 마찬가지다. 우리은행은 지난 12일부터 가계대출시 우대금리를 받을 수 있는 거래 실적 인정 기준을 높였다. 급여이체의 경우 지금까진 매월 50만원 이상 이체하면 됐으나, 앞으론 매월 100만원 이상 이체해야 우대금리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신용카드 결제 실적은 3개월간 총 50만원 이상에서 매월 30만원 이상으로 높아졌다. 

지난달에는 △우리 WON하는 직장인대출 △우리 스페셜론 △우리 신세대플러스론 △우리 첫급여 신용대출 △우리 비상금대출 등 5개 개인 신용대출 상품의 우대금리를 축소하거나 삭제하는 방식으로 대출금리를 올린 바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달 30일 하나원큐 중금리대출과 사잇돌대출 등 4개 신용대출 판매를 중단했다.

이처럼 시중은행들이 이자를 올리는 것은 물론이고 대출 한도 축소·판매중단에 나선 것은 금융당국의 지침에 따른 것이다. 당국은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5%대에 맞추라고 요구한 상태다. 최근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시중은행장에게 "불요불급한 가계대출 취급을 최소화해달라"며 거듭 대출총량을 줄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문제는 정부의 가계대출 옥죄기가 거세짐에 따라 은행들이 대출 증가세를 조절하기 위해 대출 문턱을 높일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이다. 실제로 한국은행의 '금융기관 대출 행태 서베이'에선 3분기 은행의 대출태도 지수(-3)가 2분기(7)보다 10포인트 떨어졌다. 3분기에 대출심사 조건을 강화하거나 대출 한도를 낮추는 등 방식으로 대출을 조이겠다고 답한 은행이 더 많아졌다는 뜻이다.

여기에 저축은행이나 카드사 등 2금융권의 대출 문턱도 높아질 전망이다. 심상찮은 가계대출 증가세에 비상이 걸린 당국이 가계대출 수요가 시중은행에서 2금융권으로 이동하는 '풍선효과'를 막기 위한 대응책을 고심하면서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14일 발표한 '2021년 6월 중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2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가액은 3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와 비교해 7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이에 당국은 최근 상호금융·저축은행·여신전문금융회사 등 제2금융권과 가계대출 관련 면담을 진행하고 있다. 가계대출 증가세가 꺾이지 않을 경우 2금융권의 DSR(60%)을 은행권 수준(40%)으로 강화하는 방안 등도 검토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은행들은 가계대출 규제 강화 등의 영향으로 가계대출 심사를 더욱 까다롭게 할 것"이라며 "2금융권도 당국이 '풍선효과' 등에 대한 우려로 재차 경고에 들어간 만큼, 이전처럼 대출영업을 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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