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끝나지 않는 '변이 팬데믹'···다시 부상하는 '더블딥' 공포
[초점] 끝나지 않는 '변이 팬데믹'···다시 부상하는 '더블딥'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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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서울파이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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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빠르게 회복 흐름을 찾아가던 세계 경제가 잇따른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등장에 흔들리고 있다. 델타·람다 변이발 재확산세가 경기 회복의 불씨를 꺼트릴 수 있을 것이란 우려가 커지면서 금융시장에도 적지 않은 충격을 주고 있다. 이런 우려는 결국 '피크아웃(경기가 정점을 찍고 하강)',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에 대한 공포와도 맞닿아 있어 불안감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 불안한 금융시장 흐름···국고채 10년물 5개월來 '최저'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서울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1.5bp(1bp= 0.01%p) 하락한 연 1.878%로 마감했다. 지난 2월24일 연 1.851%의 금리를 기록한 뒤, 5개월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3년물 금리 역시 연 1.383%로 2.7bp 하락하는 등 장단기 금리 모두 일제히 하락했다.

10년물 장기 금리는 경기 회복세를 보여주는 선행지표로써 역할을 하는데, 금리가 하락한다는 것은 향후 경기 둔화 가능성을 의미한다. 즉, 델타 변이 등에 따른 코로나19 재확산세가 두드러지면서 미국·유럽 등 주요국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와 함께 국내 경기의 동력도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도 지난 19일 장중 최저 1.18%까지 밀리는 등 올해 2월(1.167%)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세계 경기 회복세가 강하게 나타나면서 1.693%까지 올라섰던 것과 비교해 상이한 모습이다.

이런 우려는 투자자들의 '리스크오프(위험자산회피)' 심리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채권과 함께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달러 역시 글로벌 강세 흐름이 더욱 대두되고 있다. 21일 원·달러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3.6원 높은 1154.0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0월7일(1158.2원) 이후 종가 기준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반면 국내 증시는 같은 날 외국인·기관 '팔자 행렬'에 나흘째 하락세를 이어갔으며, 가상화폐 비트코인도 한 달 새 두 번이나 3만달러 아래를 뚫고 내려가기도 했다.

◇ '더블딥' 가능성은?···"시간의 문제" vs "너무 앞서간 우려"

이미 지난달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지난 2008년 이후 가장 큰 5.4%를 기록하면서 인플레이션 공포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우려가 크다. 더욱이 변이발 경기 리스크까지 커지면서 '더블딥(불황에서 벗어난 경제가 다시 침체에 빠지는 현상)'은 물론, 물가 급등과 경기 침체가 동반되는 스태그플레이션까지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델타 변이 바이러스 재확산세가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현재 펼쳐지고 있는 공급망 병목 문제 해결에도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고 노동·고용시장의 회복도 더디게 흐를 것으로 보인다. 이는 곧 경기 실물지표의 둔화로도 이어질 수 있다"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돈을 계속 풀어내는 것으로, 인플레이션 압력과도 연결이 된다. 그렇다고 물가 상승이 쉽게 잡힐 것으로 보이지도 않아 중앙은행들이 긴축의 속도를 낮추기도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단순히 돈을 풀어내 경제성장 동력을 받치는 것은 동시에 국가 부채를 동일하게 쌓게 되는 것"이라면서 "우리나라의 경우 산업 전반에 구조조정을 통해 향후 발전 가능성을 높여야 하지만 정부의 재정은 필요한 곳에 쓰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필요한 산업 구조조정을 하지 못하고 지금과 같은 경제 산업 구조로, 재정 정책으로 진행된다면 장기침체 현상도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지나친 공포감은 너무 앞서간 우려라는 평가도 제기된다. 현재까지의 글로벌 코로나19 확산속도는 이전 경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며, 국가별로도 지난해 확산세가 절정에 달했던 것과 비교해 확산 양상이 상이하다. 또 대부분의 국가에서 활동 제약 강도가 약해지는 등 경제 민감도도 떨어진다는 것이다.

김효진 KB증권 연구원은 "전세계적으로 이동제한 조치 강화 등에 경기 회복 지연 또는 재위축 우려가 생겨나고 있지만, 매크로 관점에서 볼 때 재확산의 경제 영향을 재위축보다는 감속에 가까울 것"이라면서 "우리나라 역시 재확산 흐름에도 소비 및 여가지수는 더욱 높게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정책효과 약화, 물가 압력 및 에상치 못한 바이러스 확산 등에 따른 일시적인 경기 둔화 현상에 불과하다"면서 "혁신기술과 관련한 투자 및 경제 정상화 등에 힘입은 슈퍼사이클이 경기확장 사이클을 지지할 것으로 예상한다. 일부 글로벌 경기의 더블딥 리스크를 선반영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이는 극히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제일 어려운 것은 코로나19의 불확실성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를 모른다는 것"이라면서 "다만 재확산 흐름은 물가 상승에 대한 압력을 줄일 수 있고, 현재 경제 상황으로만 보면 처음 코로나19가 발생했을 때보다는 충격이 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또 수요 측면의 충격이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전통적인 공급 충격에 따른 스태그플레션과는 상황이 상이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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