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자동화·실업 장기화···"고용충격 길어질 수도"
일자리 자동화·실업 장기화···"고용충격 길어질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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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BOK이슈노트'···코로나 이후 노동시장 주요 이슈 점검
대면서비스업 중심 일자리 회복↓···향후 로봇 대체 가능성
장기실업자·고용집중도↑···"이력현상 최소화 방안 강구해야"
금융권 공동 채용박람회장에 참석한 취업준비생들 (사진=은행연합회)
금융권 공동 채용박람회장에 참석한 취업준비생들 (사진=은행연합회)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우리나라 노동시장이 코로나19 충격 이후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구조적인 변화에 따라 고용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일자리가 로봇으로 대체되고, 실업이 장기화되는 등 향후 고용회복을 제약하는 요인들이 고착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21일 'BOK이슈노트'에 실린 '코로나19의 상흔: 노동시장의 3가지 이슈'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분석했다.

앞서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부터 코로나19 이전까지 세계의 노동시장은 호황이라고 불릴 정도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2019년 66.8%의 고용률을 기록하면서 지난 2000년(60.8%) 이후 가장 높은 고용률을 기록했다. 또 코로나19 충격 이후 지난 2분기에는 약 60만명의 신규 취업자(전년분기대비)가 증가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19 이후 고용률이 이전의 높은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이는 세계경제의 성장세 둔화와 함께 코로나19의 '상흔 효과(sacrring effect)'로 인한 노동시장의 구조변화가 고용증대를 제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상흔 효과란 경기 침체 시 사회 초년생들의 구직 실패 기간이 길어지고, 향후 경제 회복에도 경제활동 편입이 지연되는 현상을 말한다.

먼저 코로나19 이후 대면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자동화 고위험 직업군'의 고용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자동화 확률이 70% 이상인 직업을 자동화 가능성이 큰 직업군으로 분류되는데, 이번 코로나19 사태 이후 이같은 직업군의 고용 감소 폭이 크게 나타난 것이다. 실제로 2010년 10월 기준 대면서비스업 중 자동화 저위험 직업군의 취업자수는 지난 2017년 4월과 비교해 2.4% 감소하는데 그쳤으나, 고위험 직업군은 10.8% 급감했다.

송상윤 조사국 고용분석팀 과장은 "코로나에 따른 충격으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경제 회복 이후 재취업을 해야 하지만, 자동화가 가속화되면서 일자리를 상실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면서 "키오스크가 대표적이다. 이미 자동화 고위험 직업군의 경우 지난 2018년부터 가속화되는 자동화 흐름에 취업자수가 감소하고 있었는데, 코로나19 고용 충격도 크게 받으면서 향후 로봇으로 대체될 가능성도 작지 않다"고 말했다.

구직기간이 4개월이 넘어가는 장기실업자도 올해 들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달 기준 장기실업자는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발생하기 전인 지난해 2월과 비교해 26.4% 증가했다. 반면 단기실업자는 같은 기간 15.5% 줄었다. 또 올해 상반기 중 장기실업자는 전년동기대비 월평균 4만9000명씩 늘어났다.

실업이 장기화할 경우 구직을 포기하는 이들이 늘어난다. 또한 '이력현상(경제 충격 이후 고용이 원래대로 되돌아가지 않는 현상)'으로 코로나19 충격이 크게 나타났던 여성과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청년층의 취업은 더욱 어려워질 수 있고, 이는 곧 고용회복 걸림돌로 작용한다.

기업 규모에 따른 고용 분위기도 극명하게 갈렸다. 코로나19 이후 300인 이상의 사업체 고용은 증가세를 보였지만, 300인 미만 사업체의 고용은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300인 이상 사업체의 고용비중 상승으로 고용 '허핀달-허쉬만 지수(HHI)'의 상승세가 가팔라지고 있는 것이다. HHI는 시장 내 특정 주체가 갖는 집중도를 파악해 시장의 경쟁도를 평가하는 지수로, 시장의 고용집중도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다. HHI 값이 클수록 고용이 편중되는 것을 뜻한다.

고용집중도가 상승한다는 것은 고용증가율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송 과장은 "고용이 소수 기업에 집중될 경우 규모의 경제 등의 영향으로 신규기업의 진입이 쉽지 않아 고용창출이 저하되는 경향을 보인다"면서 "실증분석 결과, HHI 지수가 10% 상승할 경우 고용증가율은 평균적으로 0.08%포인트(p) 하락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송 과장은 "최근 고용회복세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이후 나타난 자동화 고위험군의 고용부진, 고용집중도 상승, 실업의 장기화는 중장기적으로 노동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실업 충격을 최소화하고 중소기업의 구인·구직난 완화 등을 통해 채용 확대에 힘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늘어난 장기실업자의 경력 공백을 단축시켜 이력현상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정책 방안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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