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조선업계, 하반기 후판값 인상 놓고 이견 '팽팽'
철강·조선업계, 하반기 후판값 인상 놓고 이견 '팽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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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사 "그간 절반이나 싸게 줬다"vs조선사 "인상률 과하다"
포항제철소. (사진=포스코)
포항제철소. (사진=포스코)

[서울파이낸스 주진희 기자] 국내 철강과 조선업계가 올해 하반기 후판(선박에 쓰이는 두께 6㎜ 이상의 두꺼운 철판) 가격 인상을 두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

철강업계는 철광석 가격 급등, 글로벌 철강 시황 호조 등에 따라 형평성을 위해서는 공급가를 올릴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조선업계는 코로나 여파로 여전히 불황에 시달리고 있어 후판 가격 인상률이 과도하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 등 철강사들은 최근 조선 '빅3(한국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업체들에게 하반기 후판 공급가를 톤(t)당 115만 원으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적으로 조선사와 철강사는 연 2회(상·하반기)에 걸쳐 후판 가격 협상을 진행한다.

종전 상반기 공급가는 t당 10만원 인상한 70만∼80만 원대로 합의한 바 있다. 이와 비교 시 최소 60%(35~45만 원) 이상 높은 가격을 제시한 것이다. 

철강업계가 후판 가격을 인상하려는 가장 큰 이유로는 먼저 후판 원료인 철광석 가격이 급등한 부분이 꼽힌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중국 칭다오항 기준(CFR, 운임포함인도) 철광석 가격은 지난 5월 12일 t 당 237.57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찍은 뒤 지속 200달러대에 머물며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이달 15일 기준 t당 218.47달러를 기록했다.

이 같은 요인으로 공급 국내 후판 유통가격도 지난해 말 t당 65만 원 선에서 최근 t당 130만 원을 넘어섰다. 국내 후판 가격이 t당 100만 원을 넘어선 건 2011년 이후 처음이다.

여기다 글로벌 철강 시황이 개선되고 있자 유통가격과의 형평성 등 요인을 고려해 더이상은 공급 가격 인상을 미룰 수는 없다는 게 철강업계의 중론이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수년간 수주절벽 등 조선업계의 어려움을 감안해서 후판 가격을 정상화 시키지 않았다"며 "국내 후판가격만 놓고 봐도 타산업 유통가격은 120~130만원이지만 조선3사는 70~80만원대로 t당 50만원 이상 저가로 구매해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철강사들도 경영상의 어려움이 있었지만 국내 조선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상당히 많은 손실 감내하면서 공급해왔다"며 "특히 조선업계는 현재 대규모 수주랠리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기도 해 4년간 미뤄왔던 공급가(인상)를 이제는 정상화시킬 타이밍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 전경. (사진=대우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전경. (사진=대우조선해양)

반면, 조선업계는 후판 가격 인상의 필요성에 대해선 동의하나 너무 과도하다는 반응이다.

조선업계는 올해 상반기 13년 만에 최대 수주량을 달성하는 등 호황을 맞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의 온실가스 배출 규제에 적합한 친환경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액화천연가스(LNG)선과 액화석유가스(LPG)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을 대거 수주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주로 선수금을 적게 받은 뒤 선박 완성 후 인도할 때 대금을 많이 받는 형태의 헤비테일 계약 방식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당장의 실적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지금 따내는 수주가 실적에 반영되기까지는 최소 1~2년이 소요된다.

여기다 후판은 선박 전체 건조 비용의 20%나 차지하기에 수익성 악화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실제로 증권가에서는 후판 가격 인상 시 빅3에 미치는 영향이 1조6000억 원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선사들은 후판 가격 인상으로 예정원가 변화가 예상되면 예상 손실에 대한 충당금을 설정한다. 만약 이 충당금이 지난 2분기 실적에 반영되면 '어닝쇼크'(실적충격)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 같은 요인을 배제한다해도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이번 2분기에도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국조선해양도 1분기(영업이익 675억원)와 비슷한 실적을 낼 것으로 보인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현재 조선산업이 최대치의 수주량을 거뒀다고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물량이 일시적으로 쏠리는 경향도 있고, 곧바로 실적에 반영되는 것도 아니라서 마냥 웃을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후판 인상 가격만큼 선가도 올라줘야 형평성이 있지만 현재 철강사에서 제안하는 규모에 비해 매우 더디다. 원자재 가격만 올라버리면 수익성 악화로 치닫는다"고 우려했다.

시장에서는 철강사들이 조선사들보다 협상 우위에 있는 만큼 후판 가격 인상을 피할 순 없을 것으로 봤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최근 철강 생산국 1위 중국이 환경규제를 이유로 생산을 줄였고 대부분 내수용으로 사용하고 있어 수급이 빠듯한 상황"이라며 "양 업계 상황을 이해하고 최대한 조율할 것으로 보이나 인상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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