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투명 외치는 LH, 분양원가 공개는 나몰라라
[기자수첩] 투명 외치는 LH, 분양원가 공개는 나몰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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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이서영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국민이 신뢰하는 공정하고 투명한 조직으로 탈바꿈하도록 하겠다." 이는 김현준 LH 사장이 일부 직원의 부동산 투기에 대해 사과하면서 전한 말이다. 

그러나 최근 LH가 보이는 행보는 김현준 사장의 말과 배치된다. 투명하겠다고 선언한 LH가 정작 분양원가와 건설원가 정보공개거부처분 취소 소송에서 또 다시 항소를 결정하며 분양원가 관련 정보 비공개 방침을 유지한 것이다.

LH는 "적정 분양가 및 원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없는 상황 하에서의 원가공개는 불필요한 사회적 논란방지 및 영업상 비밀보호를 위해 적극 공개는 곤란하다"고 항변한다.

이같은 LH의 결정에 '민간 시공사'들은 내심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다. 현 제도에서 공공택지에 공급하는 공공주택은 택지비, 간접비, 공사비 등을 원가 관련 정보를 부분공개하고 있지만 설계·도급·하도급 내역서와 원하도급대비표 등은 공개되지 않는다. 

이 중 '하도급 내역서'는 민간 건설사의 입장에서 불편할 수 밖에 없다. 건설사가 시공을 맡으면 하도급 업체를 쓸 수 밖에 없는데 내역서가 공개 될 경우 하도급으로 어느정도 이익을 얻었는지 파악할 수 있다. 즉, 아파트를 건설하며 어디에 이익이 얼마나 갔는지 파악해야 공정한 분양가격이 책정했는지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시민단체 등은 LH의 정보 비공개는 건설업체를 대변하는 논리라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분양원가 정보 공개가 LH의 항변대로 건설업계에 물의를 일으킬 만한 부분일까. 정답은 'NO'다.

이미 경기주택도시공사(GH)는 2018년부터 해당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2018년에도 일부 언론은 GH의 공개가 성급했다고 비난한 바 있지만, 지금까지 별 탈 없이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실제로 보통 주택관련 전문가보다는 아마추어가 더 많은 재건축, 재개발 조합 등은 객관적으로 측정된 공기업의 분양가 정보 공개를 통해 공사비 측정에 도움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서울주택도시공사(SH)까지 나서서 공개하는 마당에 LH만 공개하지 않을 이유도 점점 사라지고 있다.

LH가 분양원가 정보 공개를 해야 할 많은 이유 중 가장 근본적인 것은 사기업이 아닌 '공기업' 이라는 것이다. LH 조차 관련 소송에서 주택 관련 사기업과는 달리 특수한 지위를 가져 투명하게 운영될 필요가 있다고 반복해서 말하고 있는 실정이다.

LH 본연의 역할인 주거 복지 공기업으로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혁신방안을 달성하려는 노력 뿐만 아니라 분양원가 관련 정보 공개를 통해 공공건설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 건설원가 공개는 투명한 공공건설의 시작점으로 부동산 가격 안정화와 주거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 어제보다 오늘 더, 신뢰할만한 LH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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