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건너간 금융권 '노조추천이사제'···후보 '줄줄이' 탈락
물 건너간 금융권 '노조추천이사제'···후보 '줄줄이' 탈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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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銀·기업銀·캠코, 최종 단계서 번번이 무산
마지막 남은 수출입은행, 임추위 구성 '하세월'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기업은행지부가 지난 4월 12일 청와대 앞에서 노조추천이사제 무산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금융산업노동조합)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기업은행지부가 지난 4월 12일 청와대 앞에서 노조추천이사제 무산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금융산업노동조합)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던 '노동이사제'가 사실상 무산될 전망이다. 공약에 맞춰 금융노조가 공격적으로 추진해왔던 '노조추천이사제(노동이사제 전 단계 격)'는 도입 첫 발도 떼지 못한 상황이다.

문 대통령의 임기가 10개월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노조 추천 사외이사 후보들이 줄줄이 탈락하면서 노동이사제 추진 동력이 크게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이 최종 무산되면서 노사갈등이 커지고 있다. 캠코 노조가 추천했던 사외이사 후보가 주주총회에서 최종 탈락하면서다.

앞서 캠코는 지난 9일 주총을 열고 신임 사외이사로 이동열 전 부산광역시 정책기획실 대외협력담당관을 내정했다. 이 신임 사외이사는 2010년 허남식 전 부산시장 때부터 오랜기간 부산시 정무를 맡아온 인물로, 정치권 인사로 분류된다. 임기는 오는 2023년 7월 8일까지 2년이다.

이 사외이사 선임 이후 금융노조는 즉각 성명서를 내고 "예상했던 정치권 출신 낙하산 후보가 추천되고 최종적으로 비상임이사로 선임되면서 노조추천 이사 선임을 위한 캠코 노동자들의 노력은 다시 한번 무위로 돌아갔다"며 반발했다.

지난해 11월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서 기획재정부와 공공기관 노조가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에 합의했음에도, 이와 무관한 정치권 인사가 내정됐다는 게 노조 측 지적이다. 

노조추천이사제는 노조가 추천한 인물을 사외이사로 앉히는 제도다. 근로자 대표가 직접 사외이사가 되는 노동이사제의 전 단계 격으로 불린다. 금융노조는 그동안 낙하산 인사를 막고 근로자 권익을 높이기 위해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을 적극 추진했으나 번번이 무산됐다.

앞서 KB국민은행 노조는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을 네 차례 시도했지만 주주들의 반대에 번번이 막혔다. 윤종원 행장의 약속으로 도입이 가장 유력했던 IBK기업은행도 지난 4월 결국 무산됐다. 소관부처인 금융위원회의 벽을 넘지 못한 탓이다. 기업은행 사외이사는 행장이 금융위원장에 후보를 제청하면 위원장이 임명한다. 

현재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을 시도할 수 있는 곳은 수출입은행이 유일하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나명현 전 수은 비상임이사의 임기가 지난 5월 31일 종료됐지만 차기 상임이사 후보 논의를 위한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조차 현재까지 구성되지 않은 상황이다.

수은 관계자는 "아직 임추위가 구성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노조와 사측 간 정리가 되지 않은 부분이 있어서 미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이 이어지면서 현 정권에서의 노동이사제·노조추천이사제 도입은 사실상 어렵게 됐다는 관측이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저희 입으로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이) 어렵다고 판단하는 것은 맞지 않다"면서도 "수출입은행이 사실상 마지막으로 남은 곳인데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근로자 권익 보호라는 취지는 좋을 수 있으나 노조추천이사제가 도입되면 이사회의 모든 의사결정 과정을 노조쪽 인사가 볼 수 있다는 건데, 민간기업이든 공기업이든 이 부분이 부담스럽지 않을 수 없다"며 "정부 입장에서도 신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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