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재확산' 우려에 원·달러 환율 1145원···9개월 만에 '최고치'
'코로나 재확산' 우려에 원·달러 환율 1145원···9개월 만에 '최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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外人 증시 '팔자'에 유로화↓결제수급↑···强달러 요인
"위험회피 심리에 변동성 커진 탓···상단 네고 있을 것"
(사진=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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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원·달러 환율이 8일 1145원을 기록하면서 연고점을 경신했다. 환율이 1145원을 기록한 것은 지난해 10월 이후 9개월만이다. 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 재확산 우려에 따른 '리스크오프(위험자산회피)' 심리가 커지면서 안전자산인 달러로 자금이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 거래일보다 6.9원 오른 달러당 1145.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해 10월16일(1147.4원) 이후 9개월 만에 최고치다.

이날 환율은 달러 강세 흐름 속에 전날 거래일 대비 2.9원 상승한 1141.0원에 갭업 출발한 뒤, 종일 상승폭을 키워갔다. 오전 장중에서 이미 1144원을 돌파한 환율은 오후 2시 넘어 잠시 1143원 중반까지 되돌림 현상을 보이기도 했으나, 마감 직전 상승폭이 급격히 뛰면서 1145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미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은 이틀 새 15.3원 상승할 정도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외환시장에 가장 충격을 주고 있는 것은 델타 변이 바이러스 유행에 따른 코로나19 재확산 우려다. 이는 글로벌 달러 강세 흐름을 더욱 부추기고 있으며 △유로화 약세 △국내 증시 외국인 매도 △달러매수 우위 수급 등도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먼저 달러의 카운터 파티 통화인 유로가 약세를 벗어나지 못하며 글로벌 달러 강세 흐름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유로화는 7일(현지시간) 뉴욕 외환시장에서 장중 한 때 달러 대비 유로당 1.18달러 밑까지 내려가면서 3개월 만에 최저 수준까지 미끄러졌다. 유럽경제연구소(ZEW)가 최근 발표한 이달 유럽경기기대지수는 61.2에 그치면서 전월(81.3) 대비 큰 폭으로 하락했다. 현재 영국 하루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3만명을 넘어섰으며, 네덜란드 등에서는 셧다운 우려까지도 확산되고 있는 분위기다. 달러지수(달러인덱스) 역시 92.7선을 오르내리고 있다.

국내 상황도 마찬가지다. 이날 기준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수는 1275명으로 역대 최다치를 경신했다. 지난 2일부터 최근 1주일 새 신규 확진자는 800명대에서 1200명대까지 확대됐으며, 지난해 12월25일(1240명) 이후 역대 최다 인원이다. 코로나19 재확산 소식에 신흥국 위험자산에 투자하는 대신, 안전통화로 꼽히는 달러에 수요가 몰리고 있는 것이다.

국내 코로나19 확산세가 역대 최고 수준까지 치솟자 증시도 공포에 빠졌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장 대비 32.66p(0.99%) 내린 3252.68로 마감했다. 또 전날 최고치를 경신했던 코스닥지수도 12.88p(1.23%) 내린 1034.48로 장을 마감했다. 기관은 물론 외국인도 코스피에서 전날 3430억원을 팔아치운 데 이어, 이날에도 4805억원어치를 팔면서 달러화 강세 흐름을 부추겼다.

외환시장 수급상으로도 결제수요(달러 매수)가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거래도 얇은 상황에서 코로나19 요인뿐만 아니라 지난달 29일 LG화학이 총 10억달러에 달하는 글로벌 그린본드 발행한 부분도 환전 수요에 영향을 미쳤다. 또한 지난달 월말·분기말·반기말이 지나면서 네고(달러 매도) 물량도 나오지 않아 수급의 균형도 깨졌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환율이 연내 전고점을 넘어섰다는 것에서 상승 여력은 여전하지만, 추세적으로 볼 때 1150~1160원 레벨까지 단기간 내 올라서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환율 급등은 다수의 원화 약세, 달러 강세 재료가 맞물리면서 변동성이 커진 수준일 뿐, 지난해 코로나19 위기를 처음 맞이했을 때와는 다르기 때문이다.

이응주 DGB대구은행 차장은 "지난달 말(1126.1원) 종가 기준으로 환율이 20원 가량 상승했는데 이는 코로나19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심리로 달러가 강세를 보인 것은 물론, 유로존 경기회복 심리, 코로나19 상황 등이 좋지 못해 유로화가 힘을 쓰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면서도 "3일 가량 리스크오프 심리가 두드러지며 시장이 기민하게 반응을 보이기도 했지만, 지난해 3~4월 정도의 분위기는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간 '매파(통화긴축 선호)'적 신호를 밝혀 온 연방준비제도(Fed·연준)도 코로나19 상황이 다시 심각해지고, 고용 개선 흐름이 여전히 회복되지 못한 것을 고려할 때 금리 인상 시기는 더욱 늦춰질 수 있다"며 "이는 현재 미국 국채금리 10년물이 1.30% 하향 돌파하는 등 경기 회복 기대를 낮추게 되고,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해소시키면서 안정 흐름으로 돌아설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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