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대형 물류시설 안전관리, 이대로 안 된다
[데스크 칼럼] 대형 물류시설 안전관리, 이대로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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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7일 경기 이천시 마장면 쿠팡풀필먼트서비스 덕평물류센터에서 일어난 화재로 소방관 한 명이 아까운 목숨을 잃었다. 쿠팡은 덕평물류센터 화재 진압 과정에서 희생된 김동식 소방령 유가족을 평생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부상으로 치료 중인 소방관과 일터를 잃은 덕평물류센터 직원, 피해를 입은 지역 주민들도 돕겠다고 했다. 

지난달 30일 쿠팡은 덕평물류센터 인근 주민들을 상대로 건강검진 및 의료진 상담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아주대학교의료원 건강증진센터와 함께 이달 2~3일과 5일까지 총 사흘에 걸쳐 덕평1리 주민들을 위해 출장건강검진을 준비했다는 것이다. 화재를 막지 못한 게 아쉽지만 진정성을 토대로 피해 입은 이들의 아픔을 보듬어주길 바란다. 

무엇보다 화재 원인을 밝혀내고 대책을 세워서 재발을 막는 게 중요하다. 지난달 20일 쿠팡은 "화재 원인 조사에 적극 협조하고 모든 물류센터와 사업장을 특별 점검해 개선 방안을 찾겠다"고 약속했다. 반드시 약속을 지켜야 한다. 소비자들이 쿠팡의 약속 이행여부를 지켜보고 있다.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를 계기로 전국 대형 물류시설의 안전관리체계를 바꿔야 한다. 지상 4층~지하 2층 건물인 쿠팡 덕평물류센터의 연면적은 12만7178㎡에 이르고, 온갖 상품을 보관했지만 화재에 취약한 구조로 지어졌다고 한다. 창고여서 주거용보다 방재 규정이 허술한 탓이다. 

쿠팡 덕평물류센터에 앞서 지난해 4월29일 발생한 이천시 모가면 물류창고 화재로 38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쳤다. 경기도는 그해 6월12일부터 30일까지 연면적 5000㎡ 이상 창고 건축공사현장 22곳에 대한 안전점검을 벌였다. 하지만 같은 해 7월21일 발생한 용인시 양지면 물류센터 화재로 5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용인 물류센터 역시 지상 4층~지하 5층에 연면적 11만5000㎡ 이상 대형 건물이었다. 

대형 물류시설 안전관리체계를 바꾸지 않으면 희생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덕평물류센터 화재 뒤 쿠팡은 "안전한 사업장을 만들기 위한 투자와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했지만 기업 선의에 기댈 문제가 아니다. 강력한 정부 의지가 필요하다.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시장이 커지며 물류창고 대형화 추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2일 국토교통부 국가물류통합정보센터에서 확인해보니, 물류시설법률에 따라 지난해까지 등록된 전국 물류창고(업) 중 면적합계 1만㎡ 이상이 381개에 이른다. 소재지별 1만㎡ 이상 물류창고는 경기도가 210곳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인천시(26), 경상남도(24), 경상북도(18)·전라남도(18), 충청남도(14), 전라북도(11)·대전시(11), 서울시(10)·충청북도(10) 차례다. 

연면적 1000㎡ 이상 물류창고도 갈수록 늘고 있다.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등록된 연면적 1000㎡ 이상 물류창고 수는 1811개로 나타났다. 연도별 등록현황은 2016년 176개, 2017년 304개, 2018년 257개, 2019년 343개, 2020년 731개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비대면(언택트) 소비가 일상화면서 전국 각지에 대형 물류센터가 생겼다. 생활필수품과 신선식품을 소비자가 주문하면 당일이나 이튿날 새벽 문 앞까지 보내준다는 '당일배송' '새벽배송'을 도입한 기업들이 앞 다퉈 대도시 근처에 대형 물류센터를 짓고 있다. 

지난달 30일 애경산업은 충남 청양군에서 연면적 4466㎡ 규모 물류서비스센터 준공식을 열었다. 116억원을 투자해 지은 청양물류서비스센터에 대해 애경산업은 "자동화 및 상온 창고로 설계돼 보관 용량을 높이고, 고객 주문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밝혔다. 앞으로 "포스트 코로나를 내다보며 온라인 시장 성장에 맞춘 인프라를 강화해 서비스 품질을 향상시킬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에이치와이(hy·옛 한국야쿠르트)는 1일 "향후 풀필먼트(상품 보관, 포장, 출하, 배송 일괄처리) 사업에 도전한다는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hy는 유통기업으로 변신 중인데, 물류 시장까지 뛰어든 것이다. hy와 같은 날 온라인 판매 대행사 스탁컴퍼니도 풀필먼트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 경기 안성시에 1만평 토지를 확보하고 올 하반기 세 번째 자체물류센터를 추가 건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천, 용인, 김포 등 서울과 가까운 경기 지역을 찾으면 크고 작은 물류센터를 쉽게 볼 수 있다. 특히 최근 들어 부쩍 대형 물류시설이 늘었다.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이다. 더 늦기 전에 대형 물류시설 안전관리체계를 개선해야, 반복되는 참사 예방이 가능하다. 주저하다간 호미로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일을 가래로도 못 막게 된다. 

이주현 생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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