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한미 통화스왑, 외환시장 안정 효과"
한은 "한미 통화스왑, 외환시장 안정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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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조사통계월보'···통화스왑·외화대출 효과 분석
통화스왑 체결 당일, 환율 3.3%↓···외화대출땐 0.5%
"차익거래유인은 불분명···달러유동성 개선효과 미미해"
(사진= 픽사베이)
(사진= 픽사베이)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한국은행이 지난해 3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체결한 통화스왑 조치 덕분에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원·달러 환율을 안정시킬 수 있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경제 위기 시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달러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환율이 급등(원화 평가 절하)하는데 이를 막아냈단 분석이다.

한은은 30일 발표한 '코로나19 충격에 대응한 중앙은행 간 통화스왑의 국내 외환시장 안정 효과' 조사통계월보 논고를 통해 이같은 분석을 내놨다. 통화스왑은 외환 위기와 같은 글로벌 위기 시 미리 약정된 환율에 따라 필요한 만큼의 돈을 상대국 통화와 교환할 수 있도록 하는 계약을 말한다.

앞서 한은은 지난해 3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사태가 발생하자 외환시장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연준과 600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왑을 체결했다. 이후 같은 달 31일부터 지난해 5월까지 통화스왑 자금을 활용해 경쟁입찰 방식으로 여섯 차례에 걸쳐 총 199억달러 규모의 외화대출을 실행한 바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미 통화스왑 체결 발표가 있던 지난해 3월19일(현지시간) 당일 원·달러 환율은 당일 통화스왑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들과 비교해 약 3.3%(실제 하락률 -3.0%) 하락했으며, 이후 2주간 평균 2.1%의 환율 하락 효과가 나타났다. 외화대출도 경쟁입찰일 환율을 0.5%가량 하락시켰고, 2주 정도 유지됐다.

코로나19 위기가 강해지면서 '리스크오프(위험자산회피)' 심리가 강해지고, 외환시장에서는 주요국 기축통화 중에서도 가장 안전한 자산으로 꼽히는 달러의 수요가 늘어나게 된다. 이는 곧 세계의 돈이 미국으로 향하게 되며, 비교 국가들의 자국 통화 가치가 평가 절하로 이어진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중앙은행 간 통화스와프를 통해 환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윤영진 한은 국제국 국제금융연구팀 과장은 "통화스왑 및 외화대출이 우리나라 외환시장 및 거시경제를 안정화시킬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시장에 미리 반영된 결과"라며 "통화스왑 발표 효과 대비 외화대출이 환율에 미치는 영향은 상대적으로 약했으나, 외환시장의 움직임 및 기대를 바꾸는 효과가 있었다"라고 말했다.

한미 통화스와프가 환율과 차익거래유인에 미친 효과. (사진= 한국은행)
한미 통화스왑이 환율과 차익거래유인에 미친 효과. (사진= 한국은행)

이에 반해 차익거래유인(무위험 이자율평형 이탈)은 통화스왑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았다. 차익거래유인은 국내 투자자가 원화 자금을 조달해 달러로 환리스크 없이 달러 자산을 운용할 때 입는 손해율을 말한다. 이런 손해율이 높으면 상당한 비용을 통해서라도 달러자금을 쓰고자 하는 기관이 많다는 것을 말하며, 시중에는 달러가 부족해지게 된다.

통화스왑 발표 직후 첫날 차익거래유인은 0.5%포인트(p) 축소됐으나, 이후 이틀간 확대됐고 그 이후로는 재차 축소되는 등 오르내리는 모습을 반복하며 특별한 발표 효과가 나타나지는 않은 것이다. 외화대출 때에도 우리나라 차익거래유인은 통화스왑 이슈가 없었던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한은은 이에 대해 통화스왑 발표와 자금공급 시기에 비교대상국과 다른 우리나라만의 외화자금시장 특이요인이 발생했던 데 따른 것으로 추측했다. 윤 과장은 "신뢰구간을 고려할 때 제로 수준을 계속 포함하고 있는 등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서 큰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라며 "이는 체결 당시 증권사의 해외파생상품 투자손실에 따른 증거금 납부 수요, 보험사·자산운용사 등의 해외투자 환리스크 만기연장 이연 수요 등 우리나라 만의 특징이 있었을 것"이라면서 "통화스왑이 차익거래유인 확대를 제한하는 정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은은 통화스왑이 체결 소식은 물론 외화대출을 통해 외환시장 안정화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만큼, 위기시 활용할 수 있도록 평상시 외국 중앙은행과의 협력채널을 강화하고 거시경제지표를 양호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윤 과장은 "외화유동성을 실제로 공급하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에 필요할 때 시장에 공급할 수 있도록 외환보유액과 통화스왑 등 자금조달 경로를 다변화해둘 필요가 있다"라며 "통화스왑 및 외화대출이 실제 변화를 주기도 했지만, 반전시킬 만한 영향을 주지는 못한 것으로 보이며, 앞으로도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통화스왑 계약체결 발표 및 외화대출 전후로 우리나라 환율·차익거래유인 움직임을 △미국 연준과의 상설 통화스왑(5개국) △임시 통화스왑(8개국) △미체결(4개국) 등 주요 17개국가와의 비교를 통해 통화스왑 효과를 추정했다. 우리나라 통화스왑을 정량적으로 분석해 효과를 검증한 첫 연구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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