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18兆' 카카오뱅크, '고평가' 딛고 '금융 대장주' 도약할까
'몸값 18兆' 카카오뱅크, '고평가' 딛고 '금융 대장주' 도약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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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카카오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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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남궁영진 김현경 기자] 하반기 기업공개(IPO) 시장 '대어'로 꼽히는 카카오뱅크가 8월 초 상장을 목표로 공모 절차에 돌입했다. 시장의 높은 관심 속 '따상'(공모가 2배+상한가)을 이뤄 단숨에 '금융 대장주'에 올라설지 관심이 모인다. 다만 여전히 불거지고 있는 '고평가' 논란을 불식하는 것은 과제다. 

◇단숨에 금융주 3위···'따상' 시 'KB+신한금융' 시총 2배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전날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상장하기 위한 증권신고서를 금융위원회에 제출했다. 공모주식수는 6만545만주, 주당 공모 희망가는 3만3000원~3만9000원이다. 이에 따라 최대 공모금액은 2조5526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지난달 코스피 시장에 상장한 SK바이오사이언스(2조2460억원)를 웃도는 수준이다. 

카카오뱅크가 공모가 최상단으로 증시에 입성하면 시가총액은 18조5289억원이 된다. 이날 기준, 코스피시장에서 엔씨소프트를 제치고 22위(우선주 제외)에 올라선다. 국내 1~2위 금융지주인 KB금융지주(23조3000억원)와 신한금융지주(21조1300원) 다음가는 규모로,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을 앞선다. 

만약, 상장 첫날 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에 형성되고, 상한가로 직행하는 이른바 '따상'을 기록한다면 시총은 48조1752억원으로 불어난다. 단숨에 KB·신한지주를 합친 시총을 넘어서게 되며, 셀트리온(36조5000억원)을 제치고 코스피 시총 10위로 도약한다. 장외시장에서 주당 10만원에 거래되고 있어 상장 후 주가 상승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국내 은행은 비교군이 아니다?···PBR 7.3배 '자신감'

카카오뱅크가 자사 기업가치를 평가하면서 비교회사로 글로벌 금융플랫폼 기업을 선정한 것이 이목을 끄는 대목이다. 해당 기업은 △미국 로켓 컴퍼니스 △브라질 파그세구로 디지털 △러시아 TCS그룹 홀딩스 △스웨덴 노르드넷 등 4곳이다. 모두 온라인·모바일 기반 여신업무와 B2C(기업-소비자 전자거래) 금융플랫폼 업무를 영위하는 곳이다.

이들 글로벌 기업의 평균 PBR(주가순자산비율)은 7.3배다. 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국내 4대 금융지주의 평균 PBR(0.45배)과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전통 은행업 강자인 국내 은행들과 달리 카카오뱅크는 디지털·플랫폼·비대면을 무기로 고속 성장을 이뤄왔다. 2017년 출범 이후 지난달 말까지 가입한 고객수는 1653만명으로, 이는 전체 인구(5182만명)의 약 32%가 카카오뱅크에 가입했다는 의미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월간활성이용자(MAU)도 2019년 이미 은행 애플리케이션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올해 3월 말 기준 MAU는 1335만명이다.

국내 은행권에서 이같은 성장세는 보기 드문 경우다. 국내 은행이 아닌 글로벌 금융플랫폼 기업을 비교회사로 선정한 것도 여기에서 비롯됐다. 은행업 뿐만 아니라 플랫폼금융에 대한 사업가치를 함께 인정받아야 하는데, 국내에선 카카오뱅크와 같은 사례가 전무해서다.

특히, 비교회사 4곳의 최근 3개년 영업수익 연 평균 성장률이 15% 이상이라는 점도 카카오뱅크의 '자신감'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카카오뱅크 측은 비교회사 선정과 관련해 "카카오뱅크는 기술 주도의 금융혁신으로 금융생태계를 재편하고 있는 핀테크 산업 내 독보적인 시장지위를 확보하고 있으며 기존 금융회사와는 차별화된 높은 성장세를 시현하고 있다"며 "전 세계적으로 산업의 재편을 주도하는 혁신 사업자들은 기존의 전통 사업자들 대비 상대적으로 높은 기업가치를 향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모가, 상당한 프리미엄 부여···기존은행과 차별화가 관건"

카카오뱅크는 상장 전부터 고평가 논란이 줄곧 제기돼 왔다. 하지만 장외시장에서 거래되던 가격(10만원)에 비해 40%를 밑도는 수준의 공모가를 희망 범위로 제시하면서 관련 우려를 어느 정도 불식시켰다는 평가다. 

자본시장 한 전문가는 "최근 기업가치 평가 방식이 부실하다는 이유로 증권신고서 정정 체출을 요청받은 크래프톤, SD바이오센서 등에 비하면 고평가를 논할 정도는 아니다"며 "지난해 IPO시장 대어였던 주요 기업들도 장외가의 절반 수준에서 산정됐다"고 설명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카카오뱅크의 희망 공모가가 과도하지 않다면서도 상당한 프리미엄이 부여된 수치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예상 공모가를 크게 웃도는 밸류에이션 수준은 지속성이 낮다고 봤다. 

전배승 연구원은 "카카오뱅크가 고평가 논란을 의식한 듯 플랫폼 기업 밸류에이션 방식이 아닌 전통적 금융주 주가순자산비율(PBR) 방식을 적용했고, 희망 시총은 상장 후 자본총계 대비 PBR 3.1~3.7배로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는 상장 은행지주 대비로는 여전히 상당한 프리미엄이 부여된 수치라는 게 전 연구원의 지적이다. 

전 연구원은 "비교회사로 선정된 해외 PEER(비교기업)와 카카오뱅크는 수익성, 사업영역, 플랫폼 성격 등 측면에서 다소 괴리가 있어보인다"며 "미국의 로켓컴퍼니를 제외한 3개사는 평균 자본규모가 1조5000억원에 불과하고, 로켓컴퍼니는 온라인 주택담보대출을 주로 취급한다"고 했다.

결국 공모가 이상의 높은 가치가 유지되기 위해선 기존 은행권과 차별화된 사업모델 구축의 성공 여부가 관건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그는" 플랫폼 비즈니스 확장이나 카카오 생태계 내에서의 시너지창출 등이 해당된다"며 "향후 중금리대출 취금확대 과정에서 차별적 신용평가 모델 개발과 대손관리 역량 검증도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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