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자영업까지 손 뻗친 블랙컨슈머···특별법 '목소리'
[초점] 자영업까지 손 뻗친 블랙컨슈머···특별법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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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천경은 기자] '유통계의 공룡'으로 불리던 쿠팡이 안팎으로 시끄럽다. 이커머스 물류센터의 대규모 화재에 이어, 공격적 마케팅으로 배달시장 점유율을 높여가던 쿠팡이츠 역시 배달원과 업주들에 대한 압박으로 잇따른 폐해가 나온다.

최근 쿠팡이츠에 가입된 김밥 가게 점주가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쿠팡이츠를 통해 배달주문한 고객이 주문한 이튿날 일부 음식의 변색에 대한 불만사항을 전달했고, 점주는 해당 음식에 대한 금액을 환불처리했다. 하지만 이 '고객'은 다시금 쿠팡이츠를 통해 배달 금액 전액을 환불받고, 김밥가게에는 '개념없는 사장'이란 멘트와 함께 평점 1점을 부여했다. 통상 평점으로 배달가게 선택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최악의 결과를 접한 점주는 해당 고객에게 항의를 했지만, 쿠팡이츠에서는 중재보다는 단순 메뉴얼대로 고객의 불만사항과 그에 따른 주의사항만 전달할 뿐이었다. 결국 점주는 고객 불만 사항을 전하던 쿠팡이츠와 통화하던 중 쓰러졌고 3주 뒤 세상을 떠났다. 스트레스로 인한 뇌출혈로 인한 사망이라 한다.

대중의 비난은 쿠팡에게 몰렸다. 고객들은 배달 앱을 삭제했고, 가입했던 자영업자들의 탈퇴도 줄을 잇고 있다. 여기서 간과해선 안되는 것이 있다. 불행의 씨앗이었던 블랙컨슈머의 존재가 그것이다. 이런 문제 의식에서 최근 쿠팡 본사 앞에서 가맹점주협의회,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소상공인과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블랙컨슈머 양산하는 쿠팡이츠 등 배달앱 리뷰·별점 제도 규탄’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문제가 됐던 음식인 ‘새우튀김’이 주문한 다음날 변색이 돼 있다는 이유로 환불을 요구하는 것은 상식적인 선에서 납득이 어려운 부분이다. 단순한 '전달자'에 그쳐서 점주의 스트레스를 야기한 쿠팡이츠의 대응 이면에도 이러한 '블랙컨슈머에 대한 조치' 부분이 미흡했던 점도 보인다. 그럼에도 하루아침에 마녀사냥을 당할 수 있는 불안정한 상황에서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는 속담은 블랙컨슈머에 대한 자체 메뉴얼이 돼 가고 있는 모습이다.

블랙컨슈머가 올린 리뷰. 주문한 음식을 모두 먹은 다음날 환불조치를 요구했다고 한다. (사진=SNS 캡처)
사건 보도 이후 점주 가족이 올린 상황 설명. 블랙컨슈머로 인한 자영업자의 현실을 보여준다. (사진=SNS 캡처)

블랙컨슈머의 폐해는 자영업자에게까지 미치는 등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임산부 손님이 종업원을 때리고 외려 폭행을 당했다는 거짓 고발글을 올려 폐업에 이른 외식 프랜차이즈 가맹점과 유명 인플루언서가 주방에서 난동을 부린 후 SNS를 통해 해당 식당에 대한 저격글을 올린 등의 사례는 뉴스화되며 사회적 관심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최근에는 보상 절차가 꼼꼼한 대기업보다 영세업체들이 블랙컨슈머의 주된 표적이 되는 추세다. 

블랙컨슈머들의 가장 큰 무기는 'SNS'로, 진위여부와 상관없이 감성에 호소하는 방식으로 쓴 게시글들은 빠르게 퍼져나가며 부풀려진다. 이렇게 '침소봉대'된 내용들은 후에 거짓임이 밝혀져도 고객 기반의 사업(B2C, Business to Customer)을 영위하는 업체들은 씻을 수 없는 이미지 손실과 그에 따른 경제적 피해를 입게 된다. 앞서 언급한 외식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는 임산부의 거짓 고발글로 인해 강제 폐업을 당했고, 초기에 투자했던 3억원에 가까운 금액을 반토막도 건지지 못해 낙향을 결정, 농사일에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인플루언서의 저격을 당한 가게 역시 폐업한 상태다.

기업도 비슷한 경우가 있다. 반려견 사료 브랜드 '디어마이펫'으로 유명세를 탔던 셀트루먼트라는 스타트업은 창립 2달 만에 SNS에 올라온 저격글에 당혹감을 금치 못했다. 해당 사료를 급여한 ‘애인의 반려견’이 죽었다며 상당히 감성적으로 쓰여진 SNS 게시글은 삽시간에 퍼져나갔고, 며칠 뒤 '자신의 반려견 역시 죽었다'는 게시글들이 연이어 올라왔다. '반려견이 가장 좋아하는 애견사료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에서 일주일만에 '죽음의 사료를 판매하는 악질 회사'가 돼버린 스타트업은 놀란 마음에 사과문을 게시하기 이른다.

셀트루먼트가 게재한 사과문 전문. 블랙컨슈머들은 중간에 나온 '환불 조치'에 주목했다. 

이 과정에서 문제는 더 꼬이게 된다. 성분검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사과문 서두에 '사료의 부작용으로 인한 문제'를 언급한 스타트업의 선택은 불행의 시작이었다. 또한 '병명이 있는 진단서/소견서와 진료비 영수증을 증빙할 시' 환불을 약속한다는 내용은 의도와는 다르게 블랙컨슈머를 불러들이는 계기가 됐다.

반려견들에 대한 사망과 진료 신고가 이어졌고, 진단서나 확인서조차 없는 보상금 요구가 줄을 이었다. 증빙을 요구하는 CS 메뉴얼은 '견주의 마음을 무시하는 악마같은 대응'으로 SNS에 매도당했고, 환불신청서에 첨부된 영수증들에는 동물병원이 아닌 반려견 간식용품점이 찍혀 있기도 했다. 보상을 받지 못한 블랙컨슈머들은 SNS 상에 악성 루머를 게시했고, 디어마이펫의 주력 상품인 '애정사료'는 '애정(이 독이 된) 사료'라는 비야냥에 시달렸다. 3주 후, 국가기관을 비롯한 6개 기관에서의 사료 전수조사 결과엔 유해성분은 나오지 않았고, 검사 결과 역시 공시했지만 이미 SNS로 시작해 유력 온라인 커뮤니티들에 퍼진 괴담들은 재기의 희망마저 앗아가 버렸다. 결국 회사는 폐업을 결정했다.

폐업 이후에도 회사와 구성원들에 대한 악플들은 이어졌고, '이 모든 사태의 시작점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굴레를 벗어날 수 없다'는 판단으로 초기 루머 유포자들을 상대로 진행한 소송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애인의 반려견이 죽었다는 글을 올린 최초의 게시자는 어떤 내용 증명도 못했으며, 이어서 게시글을 올린 유포자들 역시 객관적 증빙에 이르지 못하거나 신원 불명자로 확인됐다. 당시 이미 폐업이 완료된 상황에서 억울한 누명이나마 벗고자 했던 스타트업은 최후의 대승적 차원에서 형사가 아닌 민사 소송을 진행했다고 한다.

우리나라 정보통신망법과 형법에는 이러한 블랙컨슈머들에 대한 ‘모범답안’을 다음과 같이 기재하고 있다.

[정보통신망법 70조]

②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형법 307조]

②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이처럼 온라인 상에서의 허위사실 유포는 상당한 형벌을 받게 되며, 셀트루먼트가 형사 소송을 진행했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블랙컨슈머들은 유튜브까지 진출하는 등 유행하는 SNS 공간마다 어김없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에 해당 법률들을 더욱 세부적으로 강화한 '블랙컨슈머 특별법 제정'의 목소리가 다시금 나오고 있다. 매번 사회적 문제로 회자되지만 다양한 사례에 따라 조변석개하는 여론의 눈치를 봐온 입법자들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억울하게 눈을 감은 김밥집 주인과 눈물의 폐업을 결정한 회사, 그리고 지금 이 시간에도 시달리는 수많은 자영업자들에게 작게나마 위로가 될 수 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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