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웰스토리 부당지원' 제재···삼성 "직원 복지 차원일 뿐"
공정위, '웰스토리 부당지원' 제재···삼성 "직원 복지 차원일 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과징금 2349억원 '역대 최대'
최지성 전 미전실장 및 삼성전자 고발
이재용 승계 연관성은 입증 못해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사진=각 사)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사진=각 사)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삼성웰스토리에 계열사 급식 물량을 몰아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일가의 '캐시카우'를 만들어 준 삼성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철퇴를 내렸다. 

공정위는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삼성SDI 등 삼성 그룹 계열사들에게 부당지원 사건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인 총 총 2349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삼성전자와 부당지원을 주도한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을 검찰 고발했다. 

삼성 측은 직원들의 복지 향상을 위한 경영활동 차원이었을 뿐 부당지원은 없었으며 공정위 제재를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부당지원으로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혐의로 삼성전자·삼성디스플레이·삼성전기·삼성SDI 등 4개사와 삼성웰스토리에 대해 총 2349억27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한다고 24일 밝혔다. 

부당지원 사건 과징금으로서는 최대 규모이며, 삼성전자에 부과된 과징금 1012억원은 국내 단일기업 중 최고액이다. 회사별로는 삼성웰스토리(959억7300만원)를 비롯해 삼성디스플레이(228억5700만원), 삼성전기(105억1100만원), 삼성SDI(43억6900만원) 등이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공정위는 또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과 삼성전자를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공정위 "경쟁 입찰 시도, 미래전략실이 막아"

공정위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미래전략실(미전실) 주도로 2013년 4월부터 이달 2일까지 8년 넘게 삼성전자·삼성디스플레이·삼성전기·삼성SDI 등 4개사의 사내급식 물량 전부를 웰스토리에 수의계약 방식으로 몰아줬다. 그러면서 △식자재비 마진 보장 △위탁 수수료 명목으로 인건비 15% 추가 지급 △물가·임금 인상률 자동 반영 등 조건으로 삼성웰스토리에 높은 이익률을 보장했다.

이는 2012년 말 웰스토리 급식 품질에 대한 사내 불만이 높아지자 식재료비를 추가 투입하기로 결정하면서 발생한 일이다. 식재료비가 높아지면서 급감한 웰스토리 이익률(기존 22%→15%)을 끌어올리기 위해 미전실이 이런 계약 구조 변경안을 마련하도록 지시했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삼성전자 사업장과 삼성웰스토리 계약구조 개선안(위)과 이부진 당시 삼성에버랜드 사장에 보고된 문건. (자료=공정거래위원회)
삼성전자 사업장과 삼성웰스토리 계약구조 개선안(위)과 이부진 당시 삼성에버랜드 사장에 보고된 문건. (자료=공정거래위원회)

미전실이 이런 계약 구조 변경안을 만든 목적이 웰스토리의 높은 이익률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였다는 사실은 당시 웰스토리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당시 삼성에버랜드 전략 담당 사장)에게 보고한 문건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고 공정위는 밝혔다.

이후 미전실은 "이 계약 구조를 절대 조정해서는 안 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에 따라 2013년 4월 삼성전자·삼성디스플레이, 같은 해 6월 삼성SDI, 같은 해 7월 삼성전기 등 주력 계열사 4곳은 이런 구조로 삼성웰스토리와 단체 급식 수의 계약을 맺었고, 이달까지 유지해왔다.

삼성전자 등 전자 계열사 4곳은 2013년 당시 웰스토리가 공급하는 식자재 가격이 적정한지 시장 가격 조사에 나섰지만 미전실의 지시로 강제 중단됐다. 삼성전자는 단체 급식업체를 바꿔보고자 2014·2018년 구내식당 경쟁 입찰에도 나섰지만 이 또한 미전실에 의해 무산됐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공정위는 "2014년 1월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 결정으로 산하 구내식당 4곳이 경쟁 입찰을 준비했지만, 미래전략실 전략1팀 최 모 전무가 전화 1통으로 이를 무산시켰다"면서 "2018년 5월에는 삼성전자 식당 1곳 경쟁 입찰도 미전실 역할을 하던 사업지원태스크포스(TF)장 정 모 사장이 막았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이 같은 지원행위를 통해 웰스토리가 삼성전자 등 4개사로부터 9년간 25.27%의 평균 직접이익률을 시현했다고 지적했다. 같은 기간 상위 11개 경쟁사업자들의 평균 영업이익률(3.1%) 대비 현저히 높은 영업이익률(15.5%)도 달성했다.

공정위는 "웰스토리는 이렇게 얻은 안정적 이익을 바탕으로 외부 사업장에서는 영업이익률 '마이너스(-) 3%'를 기준으로 한 수주 전략으로 시장 지배력을 확대했다"면서 "이로 인해 독립 급식업체는 불리한 조건에서 수주 경쟁을 해야만 했다. 단체 급식 시장의 거래 질서가 저해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 공정위 "웰스토리, 총수 일가 '캐시 카우' 역할했다"

공정위는 웰스토리가 부당지원을 바탕으로 벌어들인 돈이 결국 총수일가에게 흘러갔다고 보고 있다. 공정위는 "웰스토리는 단체급식 내부거래를 통해 취득한 안정적 수익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배당을 해 총수일가의 '캐시카우' 역할도 수행했다"고 밝혔다. 웰스토리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삼성물산(옛 삼성에버랜드)의 100% 자회사다. 

삼성에버랜드가 제일모직으로 이름을 바꾸고, 옛 삼성물산과 합병한 뒤 처음 공시한 2015년 9월 분기 보고서를 보면 전체 영업이익의 74.8%가 삼성웰스토리에서 나왔다. 제일모직이 옛 삼성물산과 합병할 때 담당 회계법인이었던 삼정KPMG는 삼성웰스토리 가치를 2조8000억원으로 옛 삼성물산 가치(3조원)의 93.3% 수준으로 봤다.

또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이재용 부회장 일가가 최대 주주인 삼성물산은 삼성웰스토리로부터 총 2758억원을 배당금으로 받아 갔다. 이 기간 웰스토리의 당기순이익은 3574억원인데, 당기순이익의 대부분을 배당금으로 준 셈이다. 삼성물산은 이 부회장 일가 지분율이 31.58%인 만큼 2700억원이 넘는 배당금 가운데 상당 규모는 총수일가로 흘러갔다고 공정위는 밝혔다.

'삼성그룹의 삼성웰스토리 부당지원' 사건 법 위반 행위 내용 개요도 (자료=공정거래위원회)
'삼성그룹의 삼성웰스토리 부당지원' 사건 법 위반 행위 내용 개요도 (자료=공정거래위원회)

다만 공정위는 웰스토리 부당지원 행위가 이재용 부회장 승계를 위한 제일모직과 구 삼성물산 간 합병 과정에서 제일모직에 유리한 합병비율 조성을 위해 이뤄졌다는 직접적인 관련성은 입증하지 못했다. 육성권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이재용 부회장 승계와 이 사건 지원행위의 직접적인 관련성은 인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총수일가가 제재에서 제외된 점 역시 공정위가 이 사건 관련 총수일가의 직접 개입 정황을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앞서 삼성은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참석한 일감개방 선포식에서 단체급식 일감을 개방하겠다고 선언했고 2000억원 규모의 상생기금 마련 등 개선방안을 골자로 동의의결을 신청한 바 있다. 그러나 공정위는 삼성의 자진시정안이 미흡하다고 보고 동의의결을 기각, 제재 수순을 밟았다.

이와 관련, 육 국장은 "공정거래법 상 동의의결이 불가능한 경우가 있는데 법 위반행위가 중대 명백해서 고발이 필요한 경우에는 동의의결 대상이 될 수 없다고 규정돼있다"면서 "위원회에서는 그 요건에 해당된다는 판단으로 동의의결을 기각했다"고 말했다.

◇ 삼성 "직원 복리후생이 부당지원으로 호도" 

삼성측은 이번 공정위 결정에 대해 "부당지원 지시는 없었다"며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 직원 복지 강화를 위해 이뤄진 경영 행위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특히 삼성의 입장에선 자칫 이번 사건이 현재 진행중인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소송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소송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공정위 발표 직후 입장문을 내고 "임직원의 복리후생을 위한 경영 활동이 부당지원으로 호도돼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당시 삼성전자 경영진은 '최상의 식사를 제공하라, 직원 불만이 없도록 하라'고 지시했으며 회사로서도 양질의 식사를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공정위 발표에 대해선 "사실관계와 법리 판단은 일방적이고, 전원회의에서 심의된 내용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납득하기 어렵다"며 "'웰스토리가 핵심 자금조달창구(Cash-Cow)로서 (삼성물산,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 기여했다'는 등 고발 결정문에조차 포함되지 않았거나 고발 결정문과 상이한 내용이 언급돼 있다. 여론의 오해를 받고 향후 진행될 검찰 수사와 법원 재판에 예단이 생길까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는 다만 "현재 진행 중인 급식 개방은 계속 확대해 나가겠다"며 "잘잘못을 떠나 이번 일로 국민들과 임직원들에게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스럽게 생각하며 앞으로 관련 제도를 더 세심하게 살펴 다시는 이러한 오해를 받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하겠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