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분조위 조정안 '보이콧'···힘빠지는 금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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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 피해자모임 "新사적화해 방안 도입하라"
한투증권, 보상기준 자체 재정비···100% 원금 반환
판매사별 보상여부·보상률 달라···공정성 문제 제기
홍영표 사모펀드 사기피해공동대책위원회 독일헤리티지피해자 연대 대표가 '한국투자증권 위한 탄원서 제출 및 새로운 사적화해 투쟁 선포'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유은실 기자)
홍영표 사모펀드 사기피해공동대책위원회 독일헤리티지피해자 연대 대표가 '한국투자증권 위한 탄원서 제출 및 새로운 사적화해 투쟁 선포'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유은실 기자)

[서울파이낸스 유은실 기자] 전국사모펀드 공동대책위원회가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 방식을 전면 거부했다.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 기능을 신뢰했던 소비자들이 보이콧 선언을 하며 뒤돌아선 것이다. 피해자들은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가 오히려 금융사들의 '도피처'가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금융회사 움직임도 다르지 않다. 금감원 분조위의 기본 취지는 존중하나, 금감원이 제시한 카드를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판단하거나 선제적 조치를 취하는 곳들이 늘어나고 있다. 앞서 한국투자증권은 이례적으로 분조위 조정 전에 고객 투자 원금을 전액 보상하기로, NH투자증권은 금감원 분조위의 권고안을 수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가뜩이나 법적 효력이 없는 상황에서 공정성 논란까지 더해지자 일각에선 금감원의 분쟁조정 역할이 약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21일 전국사모펀드 공동대책위원회는 금융감독원 앞에서 '한국투자증권 위한 탄원서 제출 및 새로운 사적화해 투쟁 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금감원의 자율조정방식의 분쟁조정을 전면 거부하겠다"고 말했다.

최창석 공대위 상임위원장은 "최근 금감원이 운용하는 자율조정 방식의 분쟁조정이 피해자들을 더욱 곤란하게 만들고 공정성에도 문제가 있다"며 "금감원은 기존의 분쟁조정 방식을 전면 수정하고 한국투자증권의 방식을 적극 도입하라"고 말했다.  

피해자들이 언급한 '한국투자증권 방식'이란 보상조건 명확화, 100% 보상을 의미한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번 펀드 상품 10개에 대한 전액 보상을 결정하며 자체적으로 '보상 기준'을 재정비했다. 이 기준에 포함된다면 소비자의 자기책임 원칙을 묻지 않고 100% 원금을 선보상해 준다.

한투증권이 제시한 보상 기준에는 불완전판매뿐만 아니라 설명서 상 운용전략과 자산의 불일치, 보증 실재성 및 신용도 불일치 등 최근 사모펀드 사태의 주요 쟁점요소가 모두 포함됐다. 다만 시장상황 변화로 인한 손실이나 투자 대상 및 전략에 대한 고지가 명확히 이뤄지고, 고지된 대로 펀드 투자가 이뤄졌으면 손실이 발생해도 보상받을 수 없다.

이의환 공대위 집행위원장은 "금융소비자 입장에서는 한투증권이 제시한 보상 기준이 금감원 분쟁조정안 보다 더 명확하고 수용 가능한 부분이 많다"며 "피해자들이 무조건 100% 배상을 외치는 것이 아니다. 투자 대상 및 전략에 대한 고지가 명확히 이뤄지고 과정상 문제가 없었다면 손실이 발생해도 보상받을 수 없다는 것에는 다들 동의한다"고 말했다.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사진=온라인 기자회견 캡쳐)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사진=온라인 기자회견 캡쳐)

문제는 한투증권이 전액 보상하기로 결정한 10개의 상품에는 이미 판매사에 대한 분조위의 권고안이 나온 상품들도 있다는 것. 한투증권은 라임펀드를 포함한 사모펀드에 100% 보상안을 내놨는데, 앞서 금감원은 라임펀드를 판매한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에게 기본 배상비율로 55%를, 2개의 디스커버리펀드를 판매한 기업은행에게는 더 낮은 기본 배상비율(50%, 45%)을 권고한 바 있다.

NH투자증권도 지난달 25일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 일반 투자자들에게 투자 원금 전액을 반환키로 했다. 대신 분조위가 권고한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는 수용하지 않고 수탁사인 하나은행과 예탁결제원을 대상으로 구상권을 청구해 책임 근거를 가리겠다고 발표했다.

이렇게 어느 판매사냐에 따라 보상 여부, 보상률이 달라지다 보니 분쟁조정에 대한 공정성 문제가 제기된다. 앞으로 남아 있는 분조위에 대해서도 비슷한 논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은 현재 신한금융투자가 판매한 라임펀드와 독일헤리티지펀드를 들여다보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한투증권 같은 경우는 판매사가 독자적으로 진행한 사안이라 금감원에서 따로 개입할 수는 없다"며 "특정 판매사가 배상비율을 자체적으로 결정했다고 해서 그것을 배상기준으로 삼을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분쟁조정을 앞둔 다른 펀드에 대해서는 "분쟁조정에 대한 민원이 취하되면 분쟁조정이 따로 열리지는 않겠지만, 아직 취소가 들어온 것은 아니라 계획대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며 "분쟁조정 자체를 거부한다고 하면 소송이나 사적화해 등 다른 방법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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