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김진욱 공수처장 "누구든 수사···정치적 사건 피하지 않겠다"
[전문] 김진욱 공수처장 "누구든 수사···정치적 사건 피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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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대상 누구든 혐의 있으면 기소"
공수처 둘러싼 '공정성 논란'엔 사과
김진욱 공수처장 (사진=연합뉴스)
김진욱 공수처장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이슈팀]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정치적 논란이 있는 사건이라고 하더라도 피하지 않고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처장은 17일 정부과천청사 공수처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이같이 강조했다.

김 처장은 특히 “공수처는 여러 사건들 중에서 선별해 사건을 수사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그 과정에서 수사대상이 누군지, 사건 내용이 뭔지에 따라 정치적 사건이라 보시는 사건들이 다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사건들을 모두 피하고 그 외 사건들로만 수사하기도 어렵고 그것이 바람직하지도 않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김 처장은 그러면서 “수사대상이 누구이든 예단이나 선입견 없이 수사를 한 끝에 범죄혐의가 인정되면 공소제기를 하고 인정되기 어려우면 떳떳하게 불기소결정을 하면서 국민 앞에 그런 결론에 이르게 된 이유를 소상히 밝히는 게 수사기관의 책무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김 처장은 “공수처 검사 역시 대한민국 검사”라고도 했다.

한편 김 처장은 ‘이성윤 에스코트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사과했다. 김 처장은 “그동안 공수처가 자리를 잡는 과정에서 시행착오가 있었다"면서 "공정성 논란이 일지 않도록 좀 더 신중하게 일처리를 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점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진욱 공수처장 모두발언 전문]

지난 1. 21.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출범할 때 매서운 한겨울 날씨였는데 어느덧 초여름이 되었습니다. 여전히 지속되는 코로나 환경에 얼마나 힘이 드십니까.

공직사회의 부패 척결과 권력기관 개혁이라는 시대적 과제에 부응하여 공수처가 탄생했습니다만 기대와 동시에 우려도 존재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제가 취임사에서 공수처에 부여된 권한은 헌법 제1조에 따라 국민에게서 받은 권한이니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행사하겠다고 말씀드리면서 몇 가지 원칙을 말씀을 드렸는데 오늘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릴까 합니다.

공수처 출범 후에 제가 아마 제일 많이 들은 당부 말씀은 좌고우면하지 말고 법과 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사건 처리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공수처는 지난 4월 중순과 5월 중순에 검사와 수사관 임명을 마치고 사건사무규칙을 공포한 다음 본격적인 수사체제에 돌입하였습니다. 그러나 아시다시피 검사와 수사관 선발이 종료된 것은 아니고 금일 인사위원회를 통해 현재 결원인 검사를 추가로 모집하기로 했습니다. 그렇지만 신속한 수사 개시를 바라는 국민 여러분의 여망을 받들어 현재 여러 건을 수사 중입니다. 관련하여 공수처가 지향하는 수사의 원칙에 관해 몇 가지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먼저, 우리 헌법은 수사기관이 적법절차를 준수하고 수사대상자의 방어권 보장에 유의하며 수사할 것을 요구하고 있고 형사소송법은 이를 구체화하고 있습니다. 피의자 또는 피고인이 유죄로 확정되기 전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는 원칙 역시 수사기관이 준수해야 할 대원칙입니다.

저는 공수처에 거는 국민 여러분의 기대는 기존 수사기관의 잘못된 수사관행을 답습하지 말고 이러한 법과 원칙을 잘 준수하면서 공정하게 수사해 달라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공수처의 수사대상은 고위공직자로 특수성이 있고 고위공직자의 모든 범죄가 수사대상이 아니라 직권남용, 직무유기 등 특별한 범죄유형으로 한정되어 있습니다. 그렇지만 수사의 기본에 충실하게 그러나 엄정하게 수사해 달라는 것이 국민의 명령이라고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고위공직자이기 때문에 또는 권력기관에 근무하기 때문에 유사한 범죄를 저질러도 일반인들과 달리 처벌되지 않는 불처벌의 사례들이 존재한다고 국민 여러분들이 보시기 때문에 엄정한 수사와 사건처리를 위해 공수처가 설립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수사가 범죄 혐의 유무를 명백히 하고 공소의 제기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수사기관의 활동이라면 어떤 예단이나 결론을 미리 내놓고 하는 수사는 올바른 수사라 보기 어렵습니다. 수사대상이 누구이건 간에 예단이나 선입견 없이 수사를 한 끝에 범죄혐의가 인정되면 공소제기를 하고 인정되기 어려우면 떳떳하게 불기소결정을 하면서 국민 앞에 그러한 결론에 이르게 된 이유를 소상히 밝히는 것이 수사기관의 책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하고, 피의자의 방어권이나 인격권 등에 심대한 지장을 초래하는 피의사실의 공표나 공무상비밀의 누설 등이 없도록 최대한 유의하는 수사가 올바른 수사일 것입니다.

공수처는 이러한 수사 원칙에 입각하여 피의사실공표나 공무상비밀누설 등에도 유의하면서 수사하고 있습니다. 또 이러한 원칙에 입각한 공보준칙도 마련 중이라는 말씀을 드립니다.

다음으로, 공수처법에 따라 공수처의 모든 구성원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고 직무수행에 있어서 외부의 어떠한 간섭이나 지시를 받아서는 안 됩니다. 저 역시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반드시 지키겠다고 여러 번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그런데 아시다시피 현재 공수처는 다른 수사기관에서 이첩받은 사건이나 국가기관에서 수사의뢰받은 사건, 그리고 고소·고발 사건 중에서 선별하여 사건을 수사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그 과정에서 수사대상이 누구인지, 사건 내용이 무엇인지 등에 따라서 정치적 사건이라 보시는 사건들이 다수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공수처가 정치적 중립성을 지킨다는 명목 하에 정치적 논란이 있을 수 있는 사건들은 모두 다 피하고 그 외의 사건들로만 수사하기도 어렵고 그것이 바람직하지도 않아 보입니다.

중요한 것은 정치적 논란이 있는 사건이라 해서 무조건 피하기보다는 그러한 사건을 수사하더라도 정치적인 고려나 판단 없이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른 법률적인 판단과 결정을 하라는 것이 국민의 요청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어떤 사건을 수사하는지보다는 어떤 방식으로 수사하고 결론을 내는지가 더 중요하다 할 것입니다.

공수처법에 따라 공수처 검사 역시 대한민국 검사입니다. 검사는 공익의 대표자, 준사법기관, 지구상에서 가장 객관적인 관청이라 불리기도 했습니다. 저도 대한민국 검사들이야말로 사명감으로 맡겨진 소임을 묵묵히 잘 담당하시는 분들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준사법기관으로서의 검사는 인권옹호의무와 객관의무를 부담한다고 합니다. 객관의무는 검사가 피고인의 혐의 입증뿐만 아니라 그 정당한 이익도 옹호해야 할 의무를 말합니다. 저희가 사건사무규칙에 피의자 등 사건관계인의 진술을 “경청”하겠다고 명시한 것 역시 수사과정에서 행여 억울함이 없도록 하고 검사의 객관의무에 충실하자는 의사표시입니다. 검찰청 소속 검사이든 공수처 검사이든 간에 대한민국 검사라면 검사의 이러한 기본 의무에 충실하게 엄정하게 수사하고 공평무사하게 공소제기 여부 등도 결정해야 할 것입니다.

현재 국민의 신뢰를 받고 있는 헌법재판소나 국가인권위원회도 명실상부하게 국가기관으로 자리를 잡는 데에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단 몇 달 만에 공수처가 수사역량을 제대로 갖추고 자리 잡으리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적어도 몇 년은 걸릴 것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시행착오나 과오도 있을 것입니다.

공수처가 그동안 자리를 잡는 과정에서 시행착오가 있었고 이로 인해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송구하게 생각합니다. 공정성 논란이 일지 않도록 좀 더 신중하게, 무겁게 일처리를 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점 사과드립니다.

이미 다 지난 일인데 새삼스럽게 사과함으로써 새로 문제를 만든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지나간 과오라 하더라도 인정하고 시정하는 것이야말로 올바른 길로 가는 첩경이라 생각합니다.

공수처가 단지 검찰청 하나 더 새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수사기관과는 다른 수사기관, 법과 원칙, 수사의 기본에 충실한 수사기관으로 성장할 것을 바라시는 국민 여러분의 기대와 열망을 잘 알고 있습니다. 반면에 공수처를 둘러싸고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의문과 우려가 있다는 점도 잘 알고 있습니다.

저희 공수처는 국민 여러분의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존재한다는 점을 잊지 않으면서 공평무사하고 엄정한 사건처리를 통해 국민의 신뢰를 받는 국가기관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공수처는 이제 검사와 수사관 추가 선발과정을 진행하는 아직도 구성 중인 수사기관입니다. 또 수사인력의 규모 면에서 볼 때 참 작은 수사기관입니다. 그러나 고위공직자에 대한 공정한 수사와 공소제기 등을 통해 우리나라 헌정질서에서 법의 지배를 직접적으로 구현하는 기관이자 공직사회의 부패 척결과 권력기관 개혁이라는 사명을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국가기관입니다.

국민 여러분들께서 조금 인내심을 가지시고 매섭지만 따뜻한 눈으로 공수처를 지켜보아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저희는 공수처가 왜 탄생했는지, 우리가 왜 이 자리에 있는지 그 사명 늘 잊지 않고 호시우행(虎視牛行)의 자세로 소처럼 꾸준하게 업무처리 하고자 합니다.

신생 수사기관 공수처가 우리 헌정질서 안에 잘 뿌리를 내려 국민 여러분의 여망인 공정한 사회 건설에 일조를 할 수 있도록 공수처에 격려와 애정 어린 질책, 조언을 아끼지 말아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조만간 검사 선발이 다시 진행되는데 유능한 법조인들의 많은 지원을 바라면서 전·현직 검사님들을 비롯하여 수사역량이 있으신 분들 환영한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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