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기준금리 인상' 시사에도 표정 밝지만은 않은 이유
은행권, '기준금리 인상' 시사에도 표정 밝지만은 않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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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이익 증가 기대 이면 '건전성 악화' 우려
전문가들 "리스크 이연하는 연착륙 방안 필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한국은행의 연내 기준금리 인상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는 가운데 은행권의 표정이 마냥 밝지는 않다. 통상 기준금리 인상은 은행 순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가계부채가 급증한 상황에서 커질 차주들의 대출 상환 부담이 은행들의 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어서다.

특히 코로나19 금융지원 조치가 종료되는 시점 전후로 취약가구·업종들의 대출부실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은행권 일부에선 금리인상기에 리스크를 걱정해야 하는 '기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10월 금리인상 가능성↑···가계빚 억제 필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1일 한은 창립 71주년 기념사에서 "우리 경제가 견실한 회복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한다면 현재의 완화적 통화정책을 향후 적절한 시점부터 질서 있게 정상화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견실한 회복세'라는 전제조건이 달렸지만, 이 총재의 언급은 연내 기준금리 인상 의지를 한층 더 드러낸 것으로 읽힌다. 앞서 이 총재는 지난달 27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회의가 종료된 후 기자간담회에서 "연내 기준금리 인상 여부는 결국 경제 상황의 전개에 달려 있다"고 답하면서 처음으로 연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내비쳤었다.

이 총재가 시장을 향해 연내 기준금리 인상 신호를 보내는 이유는 경기 회복세 속에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가계빚을 억제할 필요가 있다고 봤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1024조1000억원으로 전월 1025조7000억원 대비 1조6000억원 감소했다. 2014년 1월 이후 7년 4개월 만에 주춤했지만, 공모주 청약 관련 요인을 배제한다면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시장 안팎에서는 오는 7월 금통위에서 매파적 소수 의견이 나오면 10월 인상에 나서거나 한 달여 시차를 둔 후 11월에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거론된다.

한 은행의 대출 창구 (사진=서울파이낸스DB)
한 은행의 대출 창구 (사진=서울파이낸스DB)

올해 연말까지 남은 통화정책방향 결정 금통위 회의는 7, 8, 10, 11월 모두 네 차례다. 금통위원 7명은 지난해 7월 이후 여덟 차례에 걸친 기준금리 결정회의에서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동결했으나, 지난달 금통위 정기회의에선 기준금리 인상 시점을 고민해봐야 한다는 매파적 성향을 여실히 드러냈다. 

◇급증한 가계부채···"잠재 리스크 커, 건전성 우려"

기준금리 인상 시점에 가까워질수록 시장금리와 대출금리 상승도 이어질 전망이다. 곳곳에서 급증한 가계부채 속 변동금리 대출 보유자들의 이자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이유다.

은행권도 이 점에 주목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금리가 오르면 은행들은 순이자마진(NIM)이 개선될 여지가 크다. 기준금리가 오를 때 예금(수신)금리보다 대출(여신)금리가 더 빠르게 반영되는데, 이 과정에서 벌어진 예대금리차가 NIM 확대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리 인상이 되레 은행 건전성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자 유예나 만기 연장 등 코로나19 금융지원이 한시적으로 금융 안정에 기여했지만, 가계·기업 등의 부채가 많이 증가한 만큼 잠재 리스크가 커졌다는 게 은행권과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한계차주와 부실채권이 늘어날 경우 대손충당금 증가 폭이 커질 수밖에 없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예전만큼 금리 상승이 마냥 좋지 않은 이유는 코로나 사태 이후 잠재적인 리스크가 커졌기 때문"이라며 "차주 입장에서 부담해야 하는 이자가 늘어나면 연체율이 급등할 수 있어 동전의 양면을 지닌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도 "기준금리 인상은 이자이익 상승을 기대할 수 있는 핵심요인"이라면서도 "현시점에서 은행들은 리스크 관리가 가장 중요한 부분인 데다 주식이나 가상화폐 등 투자를 위해 융통한 자금도 상당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건전성이 다소 악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에선 잠재된 금융리스크에 대비해 금융업권별, 대출유형별 등 부채관리를 위한 체계적인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민간부채 전체의 총량 관리와 함께 가계부채, 부동산금융 등 특정 부문별 총량관리 목표를 설정해 관리할 필요가 있다"며 "특정 시점에 상환부담과 부실위험이 집중되지 않도록 점진적 상환방식을 도입해 리스크를 이연하는 연착륙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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