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중금리대출 확대' 압박···중·저신용자 숨통 트이나
금융당국, '중금리대출 확대' 압박···중·저신용자 숨통 트이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넷은행 간 실적 경쟁 자극
P2P업체도 시장 '메기'로 투입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법정 최고금리 인하를 앞두고 금융당국이 금융이용 감소 등 부작용을 완화하기 위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특히 인터넷은행을 통한 '중금리대출' 확대에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중금리 시장을 넓혀 최고금리 인하 여파로 불법사금융 시장에 내몰리는 이들을 흡수하겠다는 구상이다.

여기에 온라인투자연계금융(P2P) 금융업자들도 일종의 '메기'로 풀어 중금리대출 활성화에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이어서 중·저신용자들의 대출에 그나마 숨통이 트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인터넷銀, 중금리대출 비중 확대 '본격화'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케이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들은 오는 2023년까지 전체 신용대출 중 중·저신용자 대상 중금리대출의 비중을 30%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은행들은 계획 이행을 위한 세부 작업에 돌입했다. 카카오뱅크는 최근 '중·저신용 고객 대출 확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연말까지 중·저신용자 대출을 매달 2500억원씩 늘리기로 했다.

지난 9일부터는 자사 고객 데이터와 통신사 통신 정보 등을 반영한 새로운 신용평가모형을 적용했다. 신용점수(KCB 기준) 820점 이하 고객들이 이용할 수 있는 '중신용대출' 상품의 최대 한도도 1억원으로 확대했다. 이를 통해 지난해 말 10.2%에 불과한 중금리대출 비중을 올해 20.8%, 내년 25% 등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중금리대출 공급을 위해 1조2000억원대 유산증자를 결정한 케이뱅크는 신규 신용평가시스템(CSS)이 안정화 되는대로 중금리대출 비중 확대에 나선다. 올해 21.5%를 시작으로 내년 말 25%, 2023년 말 32%까지 늘릴 계획이다.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중금리대출 확대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은 금융당국의 정책 기조에 발맞추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국이 설립 취지와 달리 고신용자 대출에만 치중하는 은행들에 "중금리대출 비중을 높이지 않으면 신사업 인허가 심사에서 불이익을 주겠다"고 경고하자, 이런 부분이 압박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중금리 시장 확대, 최고금리 인하發 불법사금융 수요 흡수"

당국은 법정 최고금리가 오는 7월부터 20%로 인하되면 대출만기가 도래하는 향후 3~4년에 걸쳐 31만6000명의 민간금융 이용이 축소되고, 이 중 3만9000명은 불법사금융으로 이탈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추산은 이보다 더 많다.

이에 중금리 시장을 넓혀 이들을 어느 정도 흡수하겠다는 게 당국의 복안이다. 금리 상한선도 은행에서 취급하는 중금리대출은 6.5%로 정해두었지만, 인터넷은행엔 별도의 금리 상한 요건을 두지 않았다.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공급을 확대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홍민택 토스뱅크 대표가 9일 기자간담회에서 사업계획을 밝히고 있다. (사진=토스)
홍민택 토스뱅크 대표가 지난 9일 기자간담회에서 사업계획을 밝히고 있다. (사진=토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이 도입취지에 맞게 중금리대출을 확대할 수 있도록 금리상한을 두지 않았기 때문에 6.5% 구간 밖의 고객에 대해서도 신용공급 가능하다"며 "계획이 제대로 이행되는지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해 빅데이터 등 혁신적인 방식으로 중‧저신용자 대상 대출을 적극 공급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최근엔 토스뱅크의 은행업 진출도 허가했다. 그동안 주춤했던 중·저신용자 대출 시장에서 경쟁을 촉진하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이르면 오는 9월 출범할 토스뱅크는 아예 영업 초기부터 중·저신용자를 집중 공략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기존 개인신용평가사(CB)의 데이터에 토스 앱 내 고객 데이터까지 반영해 차별성을 꾀했는데, 올해 말까지 중금리 대출 비중을 전체 대출의 34.9% 수준으로 맞추는 것이 목표다.

◇P2P금융까지 가세···"금리인하 등 소비자 편익 높아질 것"

더구나 당국이 P2P업체의 온투업자 등록을 허가하면서 중금리 시장은 더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0일 렌딧, 8퍼센트, 피플펀드 등 3곳에 온투업자 등록 허가를 내줬다.

P2P업체에 제도권 금융에 적용되는 관련 규제를 준수하게 하면 안전한 투자환경이 조성되는 것은 물론이고, 금리차이가 큰 1금융권과 2금융권 간 대출 공백을 이어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당국이 이들에 기대하는 것은 중·저신용자 등을 대상으로 한 중금리대출 확대다. P2P가 10% 초반의 대출 금리를 유지해 준다면 더 많은 서민들의 포용이 가능하다.

P2P 1호 사업자로 인증받은 이들 업체도 일제히 중금리대출을 강조했다. 렌딧은 주력 분야인 중금리 개인신용 대출 영업에 집중해 최저 4.5%, 평균 10%대 초반대의 중금리대출 전문 금융기업이 되겠다는 포부를 내놨다. '1.5금융 역할'을 담당하겠다는 8퍼센트는 중신용자를 대상으로 고금리를 중금리로 전환하는 대환대출 상품을 집중 공급하고, 피플펀드의 경우 중저신용자 특화 평가모형 개발로 경쟁업권 대비 낮은 이자율(평균 10~14%)을 제공한다는 목표다.

금융권 관계자는 "저축은행이 이끌어오던 중금리 시장에 인터넷전문은행, P2P업체까지 가세하면서 시장의 판도가 바뀔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당국이 바라는 것도 이런 부분이다. 중금리대출 확대 압박으로 금융사간 실적 경쟁은 물론, 금리 인하 등 소비자 편익이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관련기사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