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협 구조조정 표류
신협 구조조정 표류
  • 서울금융신문사
  • 승인 2003.10.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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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신협 개정안 오히려 부실 키울 가능성.
先 구조조정 목소리 높아...정부 2금융 큰그림 있나.

정부의 신용협동조합 구조조정이 표류하고 있다. 추가 부실을 막기 위해 일반인 대출을 허용하는 등 재경부가 고육지책을 내놓았으나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전제로 하지 않은 것이어서 타 금융기관과의 형평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개정 신협법에 따르면 상호저축은행 및 새마을금고와 이름만 다르고 사실상 하는 일은 똑같아져 정부가 과연 서민금융에 대한 큰 밑그림을 가지고 있는지 의심스러운 실정이다.

6일 본지가 입수한 신협중앙회(회장 임기석) 경영진단서에 따르면 올해 6월말 기준 신협중앙회의 이월결손금은 7천223억원에 이르러 자본잠식 상태다. 97년부터 5년간 연평균 1천억원 이상의 결손이 발생했으며, 6월말 기준 1천104개 단위조합의 추정손실 또한 6천6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앙회는 SK글로벌 채권 투자에서 329억원, 인천정유 CP에서만 300억원 손실을 입는 등 상품주식과 주식형 수익증권 투자에서 거액의 손실을 입었다. 게다가 러시아채권, 남미채권 등 해외채권 투자에서 241억원의 손실을 보는 등 그야말로 부실덩어리인 상태다.

중앙회는 또한 출자금 17억원을 감자하고 133억원을 증자하는 등 중앙회 손실을 회원조합에 일부 전가시켰으며, 상환준비금 지급이자도 2.5%로 인하시켰다.

그러나 부실의 핵심 책임자인 박진우 전 중앙회 회장(경주 신협)은 규제 수단이 없다는 이유로 책임을 지지 않았고 중앙회의 자구노력 또한 지지부진했다. 지난 해 인건비 등 관리비 지출은 전년 대비 오히려 52억원 증가했으며 14건의 부동산 매각 약속 또한 이행되지 않았다.

누적 결손금이 커짐에 따라 오히려 고위험 자산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악순환이 반복됐고, 중앙회는 회장이 인사, 예산, 자금운용 등 모든 권한을 쥐고 위험한 해외채권 투자를 단독 결정하는 등 도덕적 해이가 극에 달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따라 先 구조조정 없이 정부가 지원책을 내놓은 데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지난 달 30일 국정감사장에서 통합신당 박병석 의원은 “신협중앙회는 내년부터 예금자 보호 기능을 담당해야 한다는 빌미로 정부에 손을 벌리고 있으나 보유 부동산 매각, 임직원 구조조정 등의 계획을 우선 밝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영진단서에서는 ▲중앙회의 회원조합에 대한 충분한 사업전략 제시 미흡 ▲회장에 지나친 권한 집중 ▲임직원들의 책임감 부족 ▲임원들의 임기직, 비상근 특성에 따른 업무일관성 저해 ▲상위직 인원 비대(총 411명)에 따른 평균인건비 상승 ▲회원조합의 중앙회에 대한 신뢰성 상실, 구성원의 의욕 저하 등을 현 신협의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다. 또한 자산운용상 리스크관리 제도가 허술한 점도 지적됐다.

지역·직장·단체 등 특정 유대관계를 가진 사람들의 상호 부조 성격으로 설립된 신용협동조합은 외환위기를 겪으며 410개의 부실사가 퇴출됐고, 작년 11월 다시 115개 신협이 무더기 퇴출됐다. 이 과정에서 私的 성격이 강한 금융기관임에도 예금자 보호기관으로 취급받아 올해 6월까지 총 4조7천억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됐다.

정부는 지난 달 3일 신협의 추가 부실을 막기 위해 1인당 최고 5천만원까지 보장되는 자체 예금자보호기금을 설치키로 하고 조합 상환준비금 금리를 연 2.5%로 제한하는 등 대책을 마련했다. 중앙회의 주식투자는 총자산의 20% 범위내에서만 가능하도록 했으며, 기존 중앙회가 조합에 대해서만 대출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을 개정 법률에서는 일반인에 대한 대출도 1인당 3억원까지 가능하도록 완화시켰다.

그러나 이런 개정안에 대해 비판의 여론이 높다. 저축은행 한 관계자는 “개정시행령에 따르면 상호저축은행, 새마을금고, 신협 모두 하는 일은 똑같고 이름만 다른 꼴”이라며 “서민금융기관들이 원 설립취지를 잃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2금융권 또 다른 관계자도 “현 개정안이 과연 총체적 부실에 빠진 신협을 수렁에서 건져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일반인 대출 허용 등은 오히려 부실을 심화시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국회 정무위 전용원 의원(한나라당)은 신협중앙회 부실과 관련, “부실이 더 심화되기 전에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착수하고 경영 정상화 이행 사항을 철저히 점검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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