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노조 "교수 출신 원장 안돼···내부에서 나와야"
금감원 노조 "교수 출신 원장 안돼···내부에서 나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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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껍데기는 가라, 교수는 가라' 성명서 발표
사진=서울파이낸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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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남궁영진 기자] 최근 차기 금융감독원장 후보로 교수 출신들이 물망에 오르면서, 금감원 노동조합이 강력한 반대 의견을 표명하고 나섰다. 이들은 교수 출신 원장들의 그간 역량을 문제삼으며 내부출신 인물이 금감원 수장이 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금감원 노조는 31일 '껍데기는 가라, 교수는 가라'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통해 "정부와 청와대는 이번에도 교수 중에서 후보를 물색하는 것 같은데, 이는 현실을 전혀 모르는 순진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노조는 "문재인 대통령께서 금감원을 진정으로 개혁하길 원한다면 '교수 출신 원장'이라는 욕심을 꺾어주시기 바란다"며 "교수를 참모로 쓰시니 그들의 박학다식에 호감을 가지실 수 있지만, 조직의 수장으로 교수를 겪어보니 정무감각과 책임감을 도저히 찾아보기 어려웠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교수 출신인 윤석헌 전 원장을 일례로 들었다. 재임 시절 개혁을 앞세워 대법원 판결 후 소멸시효마저 완성된 키코 사건과 관련해 은행들에게 손해배상을 요구하며 압박한 점과 대규모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 발생 당시 책임을 회피한 점 등을 미흡한 역량으로 꼽았다. 

노조는 특히 윤 원장이 조직운영 면에서 많은 문제점을 노출했다고 했다. 키코 재조사 및 손해배상과 관련해 소신을 밝힌 자들이 불이익을 당했다는 것. 이상제 전 부원장은 '키코는 불완전 판매'라는 취지 발언으로 분쟁조정위원회 위원장에서 제척됐고, 다른 부서장은 키코 처리에 미온적이었다는 이유로 외부교육기관으로 좌천됐다는 주장이다.

노조는 "윤석헌 전 원장이 인사권을 함부로 휘두르자 금감원에서 윤 전 원장에게 감히 고언을 올리는 일은 불가능해졌다"면서 "윤 전 원장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자들은 조직에 막심한 피해를 끼쳤어도 승진을 했다"고 꼬집었다. 

대표적 사건으로 채용비리 연루자에 대한 승진 인사를 꼽았다. 노조는 "금감원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이유 중 하나가 채용비리고, 이로 인해 무고한 직원들은 성과급 삭감은 물론 승급제한까지 당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채용비리 가담자들에게 구상권을 행사하기는커녕 승진이라는 선물을 줬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비단 윤 전 원장만의 문제가 아니라 다른 교수 출신 부원장들도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면서 "자신의 생각에 동조하고 지시를 잘 따르는 직원들을 승진시키면서 파벌을 만들었고, 그 결과 금감원 내 권역별 업무갈등은 심해지고 고질적인 권역별 '나눠먹기가' 부활했다"고 비판했다. 

교수 출신 원장·부원장들의 막무가내식 일처리와 권역별 나눠먹기로 직원들의 사기는 땅에 떨어지고, 인사 참사로 직원 간 갈등이 높아지는 등 금감원은 심각한 후유증을 앓고 있다는 것이다.  

노조는 이 같은 점을 들어, 세상을 책으로 배운 교수가 아닌, 산전수전 다 겪은 능력 있는 인사를 금감원장을 임명해 달라고 촉구했다. 대외적으로 공공기관 지정 유예, 사모펀드 사태 뒷수습 등 산적해 있는 어려운 과제를 해결할 만한 인물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금감원이 교수들의 이론을 실험하는 테스트 베드(시험대)는 아니지 않는가"라고 반문했다.

노조는 내부 출신 금감원장 인물을 촉구했다. 노조는 "금감원이 통합감독기구로서 출범한 지 22년째를 맞았는데, 금감원장은 계속 외부출신이 임명되고 있다"면서 "내부출신이 계속 중용되고 있는 한국은행과 비교되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이어 "금감원에서도 내부 출신 원장이 배출되려면 권역 갈등에서 자유로운 통합 후 세대를 먼저 키워야 할 것"이라며 "통합 1세대에서 아직 부서장이 한 명도 배출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내부출신 원장은 언감생심"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진정 금감원을 배려하신다면 내부 출신 원장이 배출될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해주시길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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