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의 공습···'페이 전쟁'서 금융지주 긴장감 고조
빅테크의 공습···'페이 전쟁'서 금융지주 긴장감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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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에 이어 카카오, 후불결제 시장 진입
대안신용평가시스템(ACSS)으로 신파일러 유치
금융지주 '페이 서비스', 범용성·편의성 부족
빅테크와 제휴·협력 강화…개방형 플랫폼 구축해야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페이의 역습'이 본격화됐다. 네이버에 이어 카카오가 후불결제 시장에 진입하면서 빅테크(대형정보통신 기업)의 영역이 금융업으로 점차 확장하는 모양새다.

당장 허용되는 후불결제 한도는 작지만, 업계는 금융시장에서의 빅테크 영향력이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대안신용평가시스템이 정교화되며 빅테크발(發) 신용공급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 속에서 기대와 긴장감이 동시에 감지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6일 정례회의를 열고 카카오페이 후불결제 방식 교통카드 안건을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했다. 

현행법상 선불전자지급수단 발행·관리업자는 후불결제 업무를 할 수 없지만, 이번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에 따라 카카오페이는 교통카드에 선불 충전금이 부족할 때 월 최대 15만원 내에서 후불 결제가 가능한 서비스를 오는 4분기에 출시할 계획이다.

그간 신용카드 발급이 어려워 후불결제를 이용하지 못했던 금융이력부족자(신파일러)도 후불 교통 기능을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금융당국이 카카오페이에 후불결제를 허용한 것도 신파일러를 비롯한 사용자 편의성이 높아질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됐다.

간편결제에 후불결제가 도입되는 것은 네이버페이에 이어 두 번째다. 앞서 네이버파이낸셜은 지난 2월 금융위로부터 네이버페이의 후불결제 서비스를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받은 바 있다.

올 4월에는 만 19세 이상, 네이버페이 가입기간 1년 이상의 사용자 중 일부에게 시범적으로 시작했다. 대상자들은 네이버페이 결제 시 후불결제 서비스를 신청한 후, 심사를 통과하면 일괄 20만원의 이용 한도가 주어진다. 추후 사용 이력에 따라 최대 30만원까지 한도가 상향될 수 있다.

이들이 사실상 신용카드업에 나서면서 빅테크의 금융 진출은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중에서도 업계는 고도화될 대안신용평가시스템(ACSS)에 주목하고 있다.

ACSS는 금융정보와 비금융정보를 결합한 것으로, 머신러닝 알고리듬,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처리 기술 등을 활용한다. 통신과 쇼핑정보, 매출 내역 등 다양한 비금융정보를 활용하기 때문에, 보다 많은 신파일러들에게 신용공급이 가능하다.

네이버파이낸셜에 이어 카카오페이는 ACSS를 활용, 소비자의 후불결제 한도를 산정할 예정인데, 사실상 낮아진 대출 문턱에 기존 금융권에서 외면받던 신파일러들의 수요가 빅테크 결제시장에 몰릴 것이란 시각이 적지 않다. 현재까지 추산된 국내 신파일러는 약 1300만명에 달한다.

ACSS가 좀 더 다듬어진다면 빅테크발 신용공급의 속도는 더욱 빨라질 수 있다. 실제 지난해 12월 네이버파이낸셜은 스마트스토어 입점 가맹점주 대상인 신용대출 상품 '미래에셋캐피탈 스마트스토어 사업자 대출'을 선보인 바 있다.

금융 이력과 사업성을 평가할 데이터 부족으로 은행권 대출이 어려웠던 온라인 개인 사업자를 겨냥한 것으로, ACSS를 통해 대출 사각지대에 있었던 중·저신용 소상공인 대출을 조기에 성공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업계 관계자는 "빅테크의 비금융 데이터 활용 신용평가는 금융권 핵심 영역인 대출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시스템"이라며 "시스템이 정교화될 경우 빅테크들은 신파일러 수요를 업고 금융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워나갈 것"이라고 진단했다.

빅테크의 공습에 기존 금융권의 긴잠감은 한껏 높아진 상태다. 금융지주들이 페이 서비스를 고도화하며 페이전쟁에 가세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금융지주는 자회사인 우리은행, 우리카드와 함께 그룹 통합결제 플랫폼을 구축 중이다. 우리은행 계좌나 우리카드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타 금융사 고객까지 이용 가능한 '개방형 플랫폼'으로, 온·오프라인 결제 편의성을 제공함으로써 간편결제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신한금융지주는 지난달 간편결제 서비스 '신한페이'를 새롭게 선보였으며, 하나금융지주의 경우 연내 간편결제 시스템인 '원큐페이'를 내놓을 예정이다. 앞서 KB금융은 지난해 10월 통합 간편결제 플랫폼인 'KB페이'를 출시하기도 했다.

백종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간편결제 시장은 편의성과 수용성, 확장성을 기반으로 네이버·카카오 등 빅테크가 이미 주도권을 확보한 상황"이라며 "비교적 범용성과 편의성이 부족한 금융사가 이에 대응하기 위해선 빅테크와 제휴·협력을 강화하고, 개방형 플랫폼을 구축하는 등 디지털 경쟁력 고도화가 필수"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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