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뱅킹, 은행·증권·카드는 'YES' 보험만 'NO'인 이유?
오픈뱅킹, 은행·증권·카드는 'YES' 보험만 'NO'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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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에도 열린 '오픈뱅킹 시대'···보험사 제외 全금융권 참여
보험업계 "당장 실익 없다···상품 다양화되면 오픈뱅킹 고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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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유은실 기자] 은행·저축은행·증권사에 이어 카드사들도 이달 말부터 오픈뱅킹에 합류하면서 개방형 금융생태계가 더욱 넓어질 전망이다. 새로운 수익 모델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금융권이 분주한 가운데 유독 보험업계만 조용한 모습을 보인다. 고유 계좌가 없는 보험사 입장에서는 개방형 인프라가 당장 필요하지 않고 수수료 문제도 있기 때문이다.

◇ 금융권 너도나도 오픈뱅킹···"종합금융 플랫폼의 발판"

26일 카드업계는 오픈뱅킹 서비스 개시를 위한 준비에 한창이다. 8개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우리·하나·롯데·비씨카드)는 오는 31일 오픈뱅킹 출범에 맞춰 사전 등록 이벤트를 실시하고 전산개발 작업도 마무리한다. 오픈뱅킹에 간편결제 개념을 더한 '앱카드 상호 연동 API 규격'도 개발하기로 해 결제 개방성, 앱 접근성을 한층 더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최근 저축은행도 오픈뱅킹 서비스를 시작하며 일제히 특판 상품을 내놨다. 고객 이탈을 방지하고 신규고객 확보를 위해 최고 금리가 10%에 달하는 상품을 제공한 것. 이미 오픈뱅킹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는 시중은행도 오픈뱅킹 사용시 추가금리를 제공하는 상품을 선보였고 증권사는 계좌간 이체거래 수수료 면제, 경품 이벤트 등을 내세웠다. 

오픈뱅킹은 하나의 애플리케이션(앱)에서 다른 금융사의 계좌를 조회하고 송금할 수 있는 서비스다. 고객 입장에서는 내가 가진 모든 계좌를 한 곳에서 보고 관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 은행, 저축은행, 증권사, 핀테크 등 약 200여 곳에서 오픈뱅킹을 도입했고 이달 말 카드사까지 합류하면 보험사를 제외한 전(全)금융권에서 오픈뱅킹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금융권의 관심이 오픈뱅킹에 쏠리는 배경에는 '종합금융 플랫폼'으로 거듭나야 하는 금융사들의 간절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시장 속 빅테크가 새로운 경쟁자로 나서면서 위기감이 커졌을 뿐 아니라 개방성·확장성이 디지털 금융생태계의 주요한 어젠다로 떠올랐다.

보험연구원은 'KIRI 리포트 제521호'에서 오픈API 기반의 금융생태계 변화와 시사점을 점검하며 "금융생태계가 개방형으로 전환하면서 금융서비스도 네이버, 카카오톡처럼 하나의 플랫폼으로 수렴할 가능성이 높다"며 "보험사들은 디지털경제 특성을 이해하고 고객 접점을 확보하기 위해 오픈뱅킹 참여를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디지털 금융의 핵심이라는데···보험사 시큰둥한 까닭은

오픈뱅킹이 디지털 금융의 기본이자 핵심이 될 수 있다는 진단에도 보험업계가 시큰둥한 까닭은 '비용 대비 실익이나 효과가 적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보험사는 은행과 다르게 계좌·수신기능도 없을 뿐더러 카드사·증권사 처럼 결제나 이체가 중요 사업이 아니라는 것.

생명보험사 관계자는 "보험회사는 일단 계좌가 없고 타금융권에 비해 송금·결제 등의 기능이 중요하지 않다"며 "고유 계좌가 없는 보험사가 오픈뱅킹을 하게 되면 결국은 은행을 통해 이뤄지고 있는 서비스의 중복일 뿐"이라고 말했다.

보험사 입장에선 오픈뱅킹을 해야 하는 동기가 약하다는 설명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들은 고객과 회사 모두에게 실익이 크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생명·손해보험협회에서도 오픈뱅킹안이 논의 테이블에 오른 적이 없다고 전했다.

손해보험업계 관계자는 "고객들이 은행·증권·카드·핀테크 앱에 매일 들어가서 잔고·이자를 확인하거나 수익률을 체크하는 용도로 사용하지만, 보험사 앱은 다르다"며 "1년에 2~3번 들어가는 곳(보험사 앱)에 오픈뱅킹을 도입한다고 해서 고객의 편의성이 높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오픈뱅킹 수수료가 내려가도 일단 회사 입장에서는 비용"이라며 "오픈뱅킹에 따른 비용과 수익·효과를 비교해 봤을 때 당장은 의미있는 결과를 내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1월 오픈뱅킹 이용수수료를 종전 10~50원 수준에서 3~15원으로 낮췄다. 핀테크 등 금융사들은 조회 건수가 급증하면서 이에 따른 수수료 부담이 과도하다며 인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고 합리적인 비용으로 은행결제망을 이용할 수 있도록 오픈뱅킹 API 이용 수수료 체계를 변경했다.

정보 보안에 대한 우려도 있다. 오픈뱅킹 참가기관은 일정 수준의 데이터를 의무적으로 개방해야 한다. 카드사의 경우에도 기존엔 계좌가 없는 금융기관이라 오픈뱅킹을 이용할 수 없었지만, 카드결제 대금 등의 정보를 제공하는 조건으로 오픈뱅킹에 합류했다.

다만 보험상품이 다양해지면 오픈뱅킹 참여를 검토할 수 있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보험사 관계자는 "당장은 아니지만, 보험상품의 다양성에 따라 공통 서비스 개발 범위가 명확히 준비되면 오픈뱅킹 참여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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