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남양유업, 소유·경영 분리 모범기업 거듭나야
[기자수첩] 남양유업, 소유·경영 분리 모범기업 거듭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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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천경은 기자] "모든 것에 책임을 지고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 자식에게도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 

지난 4일 홍원식 남양유업 전 회장은 '불가리스 코로나19 억제 효과 논란'에 대한 사과를 하고, 모든 논란에 책임지겠다며 사퇴했다. 홍 전 회장 사퇴가 잊을만하면 되풀이되며 불매 운동까지 불러온 '남양유업 잔혹사'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남양유업은 2013년 터진 '대리점 갑질' 사태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다. 영업사원이 대리점주한테 막말을 하고, 수요가 적은 상품을 '밀어내기'로 떠넘긴 게 알려지자 남양유업은 갑질의 대명사란 꼬리표가 붙었다.  

당시 남양유업 임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대국민 사과를 했지만 이후에도 논란은 여전했다. 홍 전 회장 외조카 황하나의 마약 투약 혐의, 홍보대행사를 동원해 경쟁사 비방 댓글을 맘카페 등에 유포한 혐의, 불가리스 논란 등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소비자들은 남양유업 제품 불매 운동에 나섰다. 

홍 전 회장 사퇴 발표 이후 남양유업은 경영 쇄신을 위해 지난 7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렸다. 비대위는 대주주에게 소유와 경영 분리를 위한 지배 구조 개선을 요청했고, 홍 전 회장의 모친(지송죽)과 장남(홍진석)이 등기이사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남양유업 이사회는 오너일가가 지배해왔다. 

홍 전 회장은 여전히 남양유업 대주주다. 지난해 말 기준 회사 지분의 51.68%를 보유하고 있으며, 특수관계인(홍 전 회장 일가) 지분까지 합치면 53.08%에 이른다. 홍 전 회장이 지분을 매각하지 않는 이상 회사 지배구조엔 변화가 없는 것이다. 비대위는 새로운 남양으로 출범하기 위해 대주주 지분구조까지 모든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아직 홍 전 회장의 등기 이사직 사퇴 여부도 밝혀지지 않은 만큼 남양유업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선 소유와 경영의 분리가 중요하다. 세종공장의 영업정지, 대리점과 낙농가의 피해, 부진한 실적 등 남양유업이 해결해야 할 난제도 많다. 확실한 소유와 경영 분리 등 홍 전 회장은 진정성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특히 사기가 저하된 직원을 위해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줘,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기업의 모범사례로 거듭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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