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청년층 주거사다리는 '그림의 떡'?···DSR에 발목
서민·청년층 주거사다리는 '그림의 떡'?···DSR에 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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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주거사다리' 지원책 발표···LTV 10%p 완화 유력
7월부터 서울 아파트 83.5%가 '차주별 DSR' 대상
"소득 낮을수록 내집마련 더 어려워질 것"
서울 시내 전경. (사진=노제욱 기자)
서울 시내 전경 (사진=노제욱 기자)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금융당국이 청년·실수요자를 위한 '내집마련' 부담을 낮추기 위해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완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한층 강화된 상황에서는 이같은 혜택도 무용지물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특히, 집값이 천정부지로 뛴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LTV 혜택이 강화된다고 한들 결국 DSR 규제에 막혀 주거사다리 마련이 힘들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주택 매매시 소득이 높을수록 절대적으로 유리한 구조가 고착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9일 대출규제를 강화하는 동시에 청년·실수요자의 내집마련 부담을 낮추는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발표했다. 이 중 내집마련 부담완화 방안으로는 △DSR 산정시 장래소득 인정기준 활용 △40년모기지 출시 등이 포함됐다.

당국은 또 이달 청년·실수요자를 위한 LTV·DTI(총부채상환비율) 완화 등의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무주택 실수요자에 대한 LTV·DTI 한도 혜택을 10%p 확대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서민·실수요자에 대한 현행 혜택인 △차주소득(부부합산 연소득 8000만원·생애최초구입자 9000만원 이하) △대상주택 가격(투기과열지구 6억원·조정대상지역 5억원 이하) 기준을 완화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다만, 유력하게 거론되는 방안들을 두고 실효성이 있을지에 업계 안팎에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 금융권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LTV·DTI 완화 등에 따른 혜택으로는 DSR 규제 강화 이후 서민층이 받을 타격을 보완하기 어려웠다.

예컨대, 연소득이 3000만원이면서 무주택자인 A씨가 서울 조정지역에서 6억원짜리 아파트를 구입할 경우 LTV 60%가 적용돼 주담대(연 2.5%·30년만기)로 3억6000만원을 빌릴 수 있게 된다. 또 A씨 조건으로는 현행법상 '차주별 DSR 40%' 규제가 적용되지 않아 연소득의 100~150% 이내면서 DSR 70% 한도 안에서 신용대출(연 3%·만기10년)을 추가로 받을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른 신용대출 한도는 3000만원이다. A씨가 6억원짜리 집을 구입하기 위해 은행에서 마련할 수 있는 대출금은 총 3억9000만원인 셈이다.

하지만 오는 7월 DSR 규제가 강화되면 A씨가 받을 수 있는 대출 총량이 줄어든다. 7월부터 전 규제지역 6억원 초과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경우 차주별 DSR 40%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당국이 제시한 '주거사다리 지원 방식'을 적용할 경우에도 대출 총량 자체는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이 제시한 주거사다리 지원 방안인 △장래소득 △LTV 10%p 확대(예정) 등을 대입해 A씨의 총 대출한도를 계산해봤다. 금융당국의 계산법에 따라 예상소득증가율 75.4%(연소득 3000만원·만 24세 무주택자)를 적용했을 때, A씨의 예상소득은 연 4131만원이다. 여기에 LTV 70%를 단순 적용하면 주담대는 총 4억2000만원까지 가능해진다.

그러나 주담대 4억2000만원은 A씨의 연소득(4131만원)을 기준으로 DSR 40%를 초과하게 된다. LTV 혜택을 받는다고 해도 주담대를 최대로 받을 수 없다는 의미다. DSR 40%가 적용되면 A씨가 받을 수 있는 주담대는 3억4800만원이다. 주담대 만으로 DSR 40%를 모두 채웠기 때문에 추가로 신용대출을 받을 수도 없다.

규제 적용 전 A씨가 받을 수 있는 대출금은 주담대와 신용대출을 합쳐 총 3억9000만원이었다. 그러나 규제가 적용된 후에는 3억4800만원만 가능해 총 4200만원 줄어들게 된다.

청년·실수요자에 대한 혜택이 강화된다고 해도 DSR 40% 규제가 적용되면 이들이 받을 수 있는 대출 총량 자체가 줄어들게 된다. 여기에 가계부채 관리방안에 따라 신용대출 DSR 산정만기가 10년→7년(2021년 7월)→5년(2022년 7월)으로 축소되면 그만큼 차주의 DSR 비율이 높아져 대출 총량은 더욱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당국은 이번 가계부채 관리방안에 대해 "DSR 한도가 LTV 한도보다 높은 만큼 90% 이상의 대출자는 DSR 규제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소득보다 집값이 빠르게 오르는 현재의 상황에서는 결국 소득이 낮은 무주택자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평균 아파트 매매가격은 11억1123만원을 기록해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08년 12월 이래 최고치를 경신했다. 또 오는 7월부터 차주별 DSR 40%가 적용되는 '규제지역 6억원 초과 아파트'의 경우 서울 지역에서만 83.5%가 해당된다. 소득과 상관없이 서울에서 아파트를 구매하려는 차주에는 사실상 DSR 40%가 적용된다는 의미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여러가지 시뮬레이션을 돌려보니 DSR 규제 구조상 소득이 높은 사람들은 타격이 크지 않은데 반해 중위소득 이하 되는 분들은 사실상 영끌이 막혔기 때문에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며 "결국 당국에서는 소득을 벗어나는 대출을 받지 말라는 뜻인 건데, 청년층에 미래소득을 인정해준다고 해도 집값이 너무 뛴 상황이라 내집마련이 앞으로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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