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發 '탄소중립' 선언에 ESG로 화답한 금융그룹
정부發 '탄소중립' 선언에 ESG로 화답한 금융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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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그룹 이사회 내 'ESG위원회 신설'
'탄소중립' 선언···2050년까지 '제로탄소' 목표
"ESG는 단순 트렌드 아닌 기업의 생존전략"
(왼쪽부터) KB금융그룹, 신한금융그룹, 하나금융그룹, 우리금융그룹 사옥 전경 (사진=각 사)
(왼쪽부터) KB금융그룹, 신한금융그룹, 하나금융그룹, 우리금융그룹 사옥 전경 (사진=각 사)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금융그룹들이 국가 어젠다(의제)로 떠오른 '탄소중립'에 발맞춰 친환경을 필두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친환경·지속가능 부문에 대한 대규모 투자부터 석탄발전 투자 중단까지 다양한 부문에 친환경 DNA를 심고 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그룹들은 이사회 내 'ESG경영위원회'를 설치하고 세부적인 ESG전략·원칙을 발표하고 있다. 이들 ESG위원회는 그룹 ESG전략에 대한 최고 의사결정기구로서 ESG 투자·추진현황 등을 점검한다.

우리금융그룹은 지난 23일 이사 전원으로 구성된 ESG경영위원회를 개최하고 그룹의 ESG금융 원칙을 제정했다. 일관적이고 체계적인 ESG전략을 추진하기 위해 여수신·채권·프로젝트파이낸싱(PF)·자산운용 등 사업부문에 우리금융만의 ESG금융 원칙을 적용하는 것이 목적이다.

다른 금융그룹들도 각 ESG위원회를 통해 자체적인 ESG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지난해 3월 ESG위원회를 신설한 KB금융그룹은 △탄소배출량 2030년까지 2017년 대비 25% 감축 △ESG 상품·투자·대출 50조원으로 확대 △탈석탄금융 등의 목표를 제시해왔다. KB금융의 ESG위원회는 윤종규 회장과 사내이사 2인, 사외이사 7인으로 구성됐다.

신한금융그룹 ESG위원회 구조 (자료=신한금융지주)
신한금융그룹 ESG위원회 구조 (자료=신한금융지주)

신한금융그룹의 경우 ESG 추진동력 확보를 위해 지주사와 계열사 내 크게 4개의 ESG 조직을 두고 있다. 그룹의 지속가능경영 전략 심의기구로서 핵심사업을 결정하는 상위기구인 'ESG전략위원회'에는 조용병 회장과 이사들이 참여한다. 그 아래 계열사 CEO들이 참여하는 'ESG추진위원회'는 ESG전략 추진현황을 모니터링한다. 또 지주와 각 계열사 CSSO(전략 및 지속가능경영 부문장)으로 구성된 'ESG CSSO협의회'와 실무진으로 구성된 'ESG 실무협의회' 등도 두고 있다.

하나금융그룹도 지난달 이사회 안에 ESG 관련 기구인 지속가능경영위원회를 신설하고 ESG금융에 속도를 내기 위해 ESG부회장직을 신설했다. ESG부회장은 경영관리 부회장을 맡았던 함영주 부회장이 담당하고 있다.

◇앞다퉈 '탄소중립' 선언···대규모 투자계획도= 금융그룹들의 '탈(脫)석탄·탈탄소' 선언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금융사들의 탄소중립 선언은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세계 기후정상회의에서 탈석탄을 공식화하면서 한층 주목받고 있다.

KB금융은 지난해 9월 국내 금융그룹 가운데 처음으로 탈석탄 금융을 공식화했다. 국내외 석탄화력 발전소 건설 PF 및 채권인수 사업에 대한 참여를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12월 그룹의 탄소중립 전략인 '제로 카본(탄소) 드라이브'를 결의하고 오는 2050년까지 보유한 자산 포트폴리오의 탄소배출량을 '0'으로 만들기로 했다.

특히, 최근 이들 두 그룹은 오는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 '0(넷제로)'를 목표로 하는 글로벌 은행 리더십 그룹 'NZBA(넷제로은행연합)'의 창립멤버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ESG금융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계획한 곳도 있다. 하나금융은 오는 2030년까지 환경·지속가능 부문에 총 60조원의 ESG금융을 공급하겠다는 목표를 이달 22일 밝혔다. 세부적으로는 △25조 규모 ESG채권 발행 △25조 규모 ESG 여신 △10조 규모 ESG 투자 등으로 구성됐다.

금융그룹들의 ESG경영 추진 속도는 한층 더 빨라질 전망이다.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자본시장에서도 투자의 흐름이 '착한기업'으로 옮겨가고 있어서다.

실제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에 따르면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최근 7년간 ESG등급 상위권 30% 기업이 하위 30% 기업 대비 이익 증가율과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방인성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ESG는 환경, 사회적 가치를 중요시하는 세계적 패러다임의 전환 속에서 기업의 장기적인 생존과 성장에 직결되는 핵심적인 요인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금융사들의 ESG채권 발행을 주관해온 한 금융사의 관계자는 "ESG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는 유럽의 사례를 보면 실제 ESG경영을 실천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금융상품의 수익률이 올라가는 추세"라며 "국내 금융사들도 ESG가 이제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기업의 생존을 결정하는 핵심 요인이 될 거란 위기의식이 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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