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제약 난립' 제약사 불법제조 부추기나
'복제약 난립' 제약사 불법제조 부추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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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협회 "1+3 제한 솔선 준수"···"개별 회사 일탈 행위" 시각도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국내 제약사들의 의약품 불법 제조가 수면 위로 또 다시 떠올랐다. 한달간 새 세곳이 적발되면서 제약업계에 불법 제조행위가 만연한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의약계에선 공동 생동(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에 따른 복제약(제네릭) 난립이 근본적 원인이라며 제도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달 8일과 12일, 이달 21일 세차례 바이넥스·비보존제약·종근당의 의약품 불법 제조 사실을 발표했다. 식약처에 따르면 이들은 약을 만들 때 변경 허가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임의로 첨가제를 넣거나 원료 사용량을 증감하며 약사법을 위반했다. 실제 제조에 사용한 기록은 의약품을 만든 뒤 폐기하고, 허가받은 사항대로 공정을 거쳤다며 제조기록서까지 거짓으로 작성했다. 임의 제조된 약들은 잠정 제조·판매 중지됐는데, 외부에서 의뢰를 받아 수탁 제조한 제품도 포함됐다. 

지금까지 이 같은 의약품 불법 제조에 대한 뚜렷한 이유가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제약업계에선 의약품 품질 개선을 위한 미세한 조정이었으며, 관행처럼 행해졌다는 얘기도 나온다. 약사단체에선 이번 사건을 두고 무제한 공동 생동으로 위탁자가 책임을 다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벌어진 예견된 일로 본다. 

의약품 위탁생산은 품목허가를 따낸 제약사가 수탁 제조사에 제품의 생산을 맡기는 방식이다. 국내에서는 다수 제약사가 제품명만 다를 뿐 위탁 제조소, 원료, 제조법이 같은 복제약에 대해 원조 약과의 생동 시험을 함께 하는 공동 생동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사실상 똑같은 약이 무더기로 출시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쉽게 말해 돈만 있으면 위탁사에 수십개 약에 대한 생동을 맡기고 허가까지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약사단체와 산업계에선 이처럼 직접 만들거나 품질관리를 하지 않아도 되는 복제약 허가·제조 환경 때문에 품질 부실과 시장 난맥이 발생했다고 본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한 성분당 복제약 수는 최대 138개가 되고, 성분당 평균 복제약 수는 80개에 달한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전경. (사진=한국제약바이오협회)
서울 서초구 방배동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전경 (사진=한국제약바이오협회)

대한약사회가 이번 불법 제조 사건에 대해 "무제한 위탁 생동·공동개발 제도가 불러온 예고된 참사"라고 꼬집은 이유이기도 하다. 약사회는 "의약품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번지지 않도록 국내 제조소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GMP)을 재검토하고, 품목 허가권자의 의무를 강화하며 위탁 생동·공동개발 품목 허가제도를 재설계하라"고 요구했다.

반면 산업계 일부에선 개별 제약사의 일탈 행위일 뿐이라는 시각도 있다. 복제약 수와 질의 연관성이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제약업계 한 인사는 "복제약이 많은 것과 그 질에 대한 연결고리가 부족하다"며 "복제약 숫자가 많다고 해서 다 질이 나쁜 것도 아니기 때문에 인과관계 분명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산업 전체적인 이유를 찾긴 어려우며 개별 제약사 문제로 보는 게 맞는 듯 싶다"고 덧붙였다.

이 인사는 그러면서 "복제약에 대한 문제가 발생해 회수하게 되면 약사들이 복잡한 일을 하게 된다. 환자들로부터 돌려받고 도매업자에 서한을 보내며 피해를 보다 보니 복제약 난립을 원인으로 지목한 것 같다"며 "수가 적으면 관리하기 쉬워 약국 차원의 용이함을 얘기한 것이 아닌가 싶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제약바이오협회는 복제약 과당과 이로 인한 위탁 품목 자체 품질관리 부실이 심각한 것 보고 스스로 자정 노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제약바이오협회 이사장단은 22일 공동·위탁 생동과 자료제출의약품 임상시험 제출자료 허여에 대한 1+3 제한에 찬성키로 한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고, 관련 약사법 개정을 비롯한 국회 입법을 적극 지원키로 결의했다. 특히 1+3 제한의 법 개정 전에라도 자율적으로 해당 원칙을 솔선해 준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현재 생동 인정 품목과 동일한 제조소에서 동일 제조법으로 위탁 제조되는 복제약은 생동 자료 제출이 무제한으로 면제된다. 해당 법은 이를 1개 품목당 위탁 생동 3개까지 제한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식약처 역시 복제약 난립 방지를 위해 공동 생동 품목 수를 원제조사 1곳에 위탁제조사 3곳으로 제한하는 1+3 조치를 시행한 뒤 단계적으로 폐지 수순을 밟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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