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10% 고금리 적금의 함정···혜택은 단돈 5만원?
연 10% 고금리 적금의 함정···혜택은 단돈 5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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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입한도 작고 금리조건 까다로워···쥐꼬리 이자 '여전'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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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은행들이 다른 업종과의 제휴를 통해 고금리 적금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은행 평균 적금금리가 1%대인 저금리 시대에 10% 안팎의 고금리를 내세워 소비자들을 끌어모으겠다는 전략이다.

이런 가운데, 이 상품들은 납입한도가 작고 우대금리 혜택을 받기 까다로운 데다 만기 후 고객 손에 쥐어지는 돈이 얼마 되지 않다는 점에서 실제 소비자들에게 유용한 상품인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22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지난 19일부터 연 10% 금리의 '이마트국민적금' 사전응모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마트국민적금은 매월 10만원씩 정액적립식으로 저축할 수 있는 1년제 상품이다. 기본금리는 연 0.7%지만 은행 거래실적과 이마트 이용실적에 따라 최대 9.3%p의 우대금리를 얹어준다.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만큼 오는 28일까지 'KB스타뱅킹'을 통해 응모를 받은 후 추첨을 통해 당첨된 10만명에게만 가입할 수 있는 혜택을 제공한다.

그러나 9.3%p의 우대금리 혜택을 모두 받기는 쉽지 않다. 먼저 은행실적에 따른 우대금리 1.3%p를 받으려면 △국민은행 오픈뱅킹에 다른은행 계좌 등록 △개인정보 수집·이용 동의 △적금 신규일 포함 이전 6개월 동안 국민은행에 고객정보를 최초 등록한 경우 등 3가지 조건을 만족시켜야 한다.

여기에 이마트 이용실적에 따른 8.0%p의 혜택을 받으려면 적금에 가입한 날부터 만기일까지 이마트 오프라인매장에서 구매한 누적금액이 120만원 이상이어야 한다. 1년간 매월 10만원씩 통장에 넣을 수 있는 최대 금액이 120만원인데, 이 기간 동안 이마트에서 고스란히 120만원을 사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월 10만원씩 납입했을 때 1년 만기시점에 고객에게 돌아오는 이자는 세후 5만4990원이다. 저금한 120만원을 그대로 이마트에서 지출한 뒤 고객에게 남는 돈은 5만원 남짓이다.

롯데카드와 손잡고 오는 28일 출시되는 우리은행의 연 7% '우리 매직(Magic) 적금 by 롯데카드' 적금도 비슷한 사례다. 이 상품의 월 납입한도는 최대 50만원으로 가입기간은 1년이다. 금리는 기본금리 연 1.5%에 은행실적에 따른 우대금리 0.5%p, 롯데카드 실적 우대금리 5.0%p를 각각 제공한다. 10만좌 한정상품으로 오는 27일까지 WON뱅킹에서 사전예약 판매 후 28일 출시한다.

은행 우대금리 0.5%p를 받으려면 △우리은행 오픈뱅킹 가입 △마케팅 동의 등 2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롯데카드 우대금리 5.0%를 받으려면 우선 기존에 롯데카드를 이용해본 적 없는 신규 가입자여야 한다. 여기에 적금 가입일 월초부터 만기일 전월까지 카드실적이 600만원 이상이어야 하고 롯데카드를 통한 자동이체 실적도 매월 1건 이상 유지해야 한다.

신규 가입자가 아닌 고객이 받을 수 있는 최대금리는 연 2.0%p다. 이마저도 적금 가입일 월초부터 적금 만기일 전월까지 1000만원 이상의 카드사용 내역이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즉, 오는 28일 이 상품에 가입했다면 이달부터 내년 2월까지의 롯데카드 사용실적이 600만원(신규고객) 혹은 1000만원(기존고객)이어야 최대금리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월 50만원씩 납입해 1년 만기시점(저축액 600만원)에 받는 이자는 세후 19만2465원이다. 그러나 이 기간 동안 고객은 600만원 혹은 1000만원 이상을 카드비용으로 지출해야 한다.

IBK기업은행이 지난달 스포츠 콘텐츠 플랫폼 '스포티비(SPOTV)'와 출시한 연 5% 'IBK SPOTV 나우(NOW) 적금'은 배(이자)보다 배꼽(우대금리 충족을 위한 비용)이 더 큰 경우다.

이 상품의 월 납입액은 최대 20만원으로 가입기간은 최대 6개월이다. 기본금리 연 0.5%에 △올해 가입고객에 연 1.0%p △기업은행 BC카드로 스포티비 나우 이용권 3회 이상 결제시 연 2.5%p △기업은행 입출식계좌에서 해당 적금으로 3회 이상 자동이체시 연 1.0%p의 우대금리를 제공한다.

해당 조건을 모두 충족했다고 가정하고, 월 20만원씩 6개월간 적금통장에 넣은 뒤 고객이 받는 이자는 세후 1만4805원이다. 문제는 우대금리 조건에 해당하는 스포티비 나우 이용권 금액이 최저 월 7900원으로, 3회 이상 결제시 금액은 2만3700원이다. 고객이 만기시점에 받게 될 이자보다 금액이 크다.

저금리 시대에 은행 적금은 더이상 목돈 마련을 위한 역할을 하기 어렵게 됐다. 한 푼이라도 더 받으려는 '금리 노마드족'들의 모습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숫자 마케팅에 기댄 은행의 금융상품이 실제 소비자에게 이득이 될지 꼼꼼하게 따져봐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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