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조 대기업 구내식당, 25년만에 일감 외부 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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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단체급식 일감개방 선포식···조성욱 "엄청난 기회 열어준 것"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8개 대기업집단 단체급식 일감 개방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공정거래위원회)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8개 대기업집단 단체급식 일감 개방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공정거래위원회)

[서울파이낸스 박시형 기자] 삼성, LG, 현대자동차, CJ, 신세계 등 8개 대기업집단이 25년 가까이 계열사에 몰아줬던 구내식당 일감을 개방하기로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017년 기업집단국 신설 이후 단체급식 시장 구조 개선에 착수한 결과 대기업집단 계열사나 친족기업이 독점하던 1조2000억원 규모의 단체급식이 순차적으로 경쟁입찰로 전환됐다고 5일 밝혔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일감개방 결정은 단체급식업에 종사하는 독립기업·중소기업·소상공인에게 엄청난 기회의 문을 열어주는 것"이라며 "직원들도 맛있는 음식을 싼 가격에 즐길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감 나누기는 '제 살을 깎아 남에게 주는 것'으로 아주 힘들고 고단한 과정임을 알고 있다"며 "일감나누기는 기업이 할 수 있는 최상위 상생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공정위에 따르면 국내 단체급식 시장은 2019년 기준 약 4조2799억원 규모로 파악된다. 이 중 80%를 삼성웰스토리(1조2197억원, 28.5%), 아워홈(7658억원, 17.9%), 현대 그린푸드(6287억원, 14.7%), CJ프레시웨이(4678억원, 10.9%), 신세계푸드(3009억원, 7.0%) 등 상위 5개사가 점유하고 있다.

이들은 25년 가까이 수의계약을 통해 안정적으로 일감을 확보해 시장 대부분을 차지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가 1983년 기흥공장을 설립할 당시 자체 구내식당으로 운영하던 것을 1997년부터 삼성에버랜드(삼성웰스토리)와 수의 계약해 납품하는 식이다.

같은 방식으로 아워홈은 친족회사인 LG그룹과 LS그룹에, 현대그린푸드는 현대자동차·현대중공업·현대백화점 등 범현대가 그룹에, CJ프레시웨이와 신세계푸드는 각각 CJ, 신세계 그룹 내 구내식당 대부분을 수의계약하고 있다.

이날 8개 대기업집단의 단체급식 개방으로 연간 약 1억7800만식, 총 1조2000억원 규모의 단체 급식 물량을 독립기업들도 수주할 수 있게 됐다.

참여기업들은 기숙사, 연구소 등 소규모 시설을 대상으로 1000만식 규모로 일감을 개방하고, 향후 대규모 사업장까지 일감개방 범위를 순차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LG는 전면개방 원칙 하에 단체급식 일감을 순차적으로 개방하고, CJ는 65%이상(367만식) 개방하기로 했다.

일감 개방 시 지방의 중소 급식업체 등을 우선 고려하거나 직원들이 인근 자영업자 식당을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등 다양한 방안도 검토해 나가기로 했다.

공정위는 대기업집단의 단체급식 일감 개방이단체급식업을 영위하는 사업자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경쟁을 통해 구내식당의 서비스 수준이 향상돼 내부직원들의 만족도도 높아지고, 단체급식 업체들도 스스로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단체급식 일감개방 선포가 일회성 지원 행사에 그치지 않고, 건전한 거래관행이 뿌리내리는 구조적 변화의 출발점이 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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