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쿼드 연합체와 한국의 포지션
[홍승희 칼럼] 쿼드 연합체와 한국의 포지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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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바이든 정부가 들어선 후 처음으로 국무장관과 국방장관이 한국을 방문했다. 이틀간의 짧은 방한 기간 중에도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이런저런 얘기들을 쏟아놓고 갔다.

그러나 핵심은 한미동맹을 한반도를 넘어 아시아·태평양의 평화로 확대 실현하자는 것이다. 미국 입장에서는 한반도 문제보다 대 중국 정책이 중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

일찌감치 쿼드 플러스에 한국 동참을 요구해온 미국이지만 트럼프 시절에 비해 확실히 한국을 달래는 외교적 언사도 많이 늘었다. 두 인사의 방한에 앞서 질질 끌던 주한미군 방위비 협상도 후다닥 타결하고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는 일방적으로 일본의 편에 서는 짓을 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본질에서 달라진 것은 없다.

바이든 정부는 대중 전선에서 한국의 역할에 더 비중을 싣고 있지만 미국의 정책 방향이 중요할 뿐 그로 인해 한국이 겪어야 할 고통을 배려할 여지는 보여주지 않고 있다. 물론 중국 기업들에 대한 배제가 더 뚜렷해지고 확대될 징조를 보임으로써 한국 기업들의 중국 의존도를 낮춰도 타격이 줄어들 토대가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꼭 불리한 점만 들출 필요까지는 없지만 그렇다 해도 중국과 가장 가까이 붙어있는 지리적 위험성이나 남북관계 개선에 어차피 중국의 협조가 필요한 한국 입장에서는 여전히 대중 전선에 적극 나서는 모양새가 달가울 수는 없다.

한국의 쿼드 참여를 경계하며 제2의 한한령까지 들먹이는 중국의 협박도 불쾌하지만 현실적으로 중국시장을 포기하면서 미국의 제2 냉전에 끼어들어 얻을 이익은 여전히 저울질해 볼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게다가 미국이 강조하는 한·미·일 공조의 한 축인 일본도 한국의 쿼드 플러스 참여를 노골적으로 반대해왔다.

토니 블링컨과 로이드 오스틴 두 장관이 한국에 오기 전 일본에 들러 어떻게 일본을 달랬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일본이 표면적으로야 외교적 수사를 넘치게 퍼부었다 해도 실질적으로 한일 관계가 그리 간단히 풀릴 상황도 아니다. 단순히 위안부 문제에 대한 미 정부의 말 몇마디로 한국이 일본을 용납하리라고 미국이 기대하고 있다면 그건 한국을 너무 만만히 보고 있다는 의미일 뿐이다.

한국 방문 다음 일정이 알래스카에서 중국을 만나는 것이라 했다. 거기서 또 어떤 변수들이 튀어 나올지는 모른다. 일본과 한국을 잇달아 방문하고도 중국으로 들어가는 대신 알래스카에서 만난다는 것은 미국의 중국 길들이기에 다급한 중국이 일단은 고개 숙이고 들어가는 모양새이기는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미국 턱밑까지 추격한 중국의 성장을 미국이 방치할리 없고 반대로 중국도 자국을 회복 불능으로 짓밟으려는 미국의 바람을 순순히 듣기만 할 것 같지도 않다. 지금 중국의 처지가 매우 곤궁해진 것은 분명하니 대폭 물러서기는 할 테지만 양국의 접점이 쉬이 찾아질지 미지수다.

이미 미국의 그림 속에는 두 개의 진영이 자리 잡고 있고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경우 한국이 마냥 그 가운데 중심잡고 서기에는 형편이 좋지 않다. 섣불리 어느 한 편을 드는 게 힘든 점도 있지만 결국은 더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선택을 해야만 할 시점이 머잖다는 생각이 든다.

문제는 그 어떤 경우든 한반도가 다시 전쟁터로 화하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는 것이고 자칫 가운데 손 놓고 서 있다가 양진영의 공격을 동시에 받는 사태가 올 수도 있고 그런 변화의 시점에 뒤늦게 어느 한 편에 설 경우 발언권만 줄어드는 손실을 볼 위험도 있다.

현재 돌아가는 동향으로 보자면 미·중 간 갈등이 길어질 경우 결국 한국은 미국과 같이 갈 수밖에 없을 테지만 그럴 경우를 위해서라도 한·미 간에 일본이 끼어드는 것을 막아야 한다. 또한 중국의 협박도 한국이 미국을 향해 쓸 수 있는 카드의 하나로 활용해야 한다.

일본과 중국, 두 나라 다 방향은 다르지만 한국에 위협이 되고 걸림돌이 되는 만큼 한국은 이 점을 미국에 강력하게 어필해야 한다. 두 나라를 판돈으로 걸고 딜을 해야 하는 것이다.

미국이 한반도 문제를 해소하는 방향이 아니라 단지 미국의 대중 전략의 한 변수로만 취급한다면 한국은 미국에 대해 좀 더 강력한 요구를 덧붙여가야 한다. 한국이 미국과 함께 가기 위해서도 남북관계 개선이 절실하다는 점을 명확히 이해시켜야 하고 나아가 미국이 동아시아 전략에 대해 한국이 조언할 입장임을 각인시키는 역할의 진전을 이뤄야 한다. 일본을 통해 한국을 보는 미국의 버릇도 고쳐가야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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