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ESG, 자본시장의 뉴 노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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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모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

지난해 1 월 전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 래리 핑크(Larry Fink) 회장의 연례서한이 화제가 됐다. 블랙록은 주주서한(letter to client)과 투자기업 CEO 서한(letter to CEOs) 모두에서 기후위기와 지속가능성이 투자의사 결정의 가장 중요한 아젠다임을 선언했다. 특히 주주서한에서는 ESG를 고려하는 방식이 향후 블랙록의 가장 핵심적인 투자 모델이 될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ESG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ESG에 관한 관심은 예상보다 오래 지속되고 있다. 코로나19가 쉽사리 진정되지 않는 상황에서 ESG 역량이 우수한 기업 혹은 이런 기업을 포트폴리오로 하는 펀드의 성과가 시장에 비해 우수하다는 분석이 나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전염병의 대유행과 같은 이른바 시장의 체계적 위험(systemic risk)도 ESG 관리를 통해 낮출 수 있음을 증명하는 사례가 된 것이다. 또한 전세계를 덮친 미국발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 그리고 미국의 정치 지형으로 인해 잊혀지던 그린딜이 새로운 전환기를 맞고 있다. 현재 국제사회에서 가장 강력한 ESG 관련 협력은 기후변화다.

특히 미국의 기후변화 협약 복귀가 가장 큰 드라이버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바이든의 당선으로 기후변화 대응 정책까지 포함해 유럽, 미국,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거대한 정책적 흐름이 전개되게 됐다. 먼저 조금 앞선 시점인 2019년 말 새로 출범한 EU 집행위원회는 2024년까지의 6대 정책 최우선 과제 중 첫 번째로 '유럽 그린딜'을 제시했다. 2050년까지 유럽을 최초의 탄소 중립 대륙으로 만들기 위한 그린딜 아젠다는 탄소국경세 등 매우 파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그린'을 화두로 ESG 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금융권 역시 발 빠른 대응을 시작했고, 이 흐름은 과거 몇 차례 있었던 짧은 유행과는 다른 국면을 보이고 있다. 전통적 ESG 투자는 상장주식 포트폴리오에 ESG 투자전략을 적용하는 방식이었으나, 국제정세 흐름이 이같이 ESG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가면서 ESG 정보 표준화를 위한 글로벌 기관의 움직임도 시작됐다. 다양한 기관에서 표준화를 준비하고 있어 투자자와 기업은 향후 ESG 정보 공시의 글로벌 스탠다드가 어떤 방향으로 통합될지 파악해야한다. ESG를 고려하려는 자산군의 범위도 넓어지고 있다. 기존 상장주식 펀드에서 벗어나 채권, 대체투자에도 ESG 바람이 불고 있다.

ESG 채권발행이 늘고 대체투자에 있어서도 ESG에 의거한 투자판단의 중요성이 부각되며 ESG 성과를 평가하는 벤치마크, 지수 등이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투자자에겐 다양한 ESG 포트폴리오의 가능성을 열어 주게 될 것이다.

중단기적으로는 에너지 전환(E), 플랫폼 비즈니스에서의 노동 및 데이터 소유권(S), 주주권 강화(G)가 당장 기업 환경에 영향을 줄 수 있는 ESG 이슈다.

첫째, '에너지 전환'의 경우, 새로운 기후체제인 파리협정이 출범이 2021년 예정돼 있어 205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을 선언하겠다는 국가가 전세계적으로 65개국에 달한다. 결국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결국 화석연료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에너지의 전환이 수반될 수 밖에 없다.

두번째로 '플랫폼 비즈니스의 노동과 데이터 소유권'의 경우, 자유롭게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만큼 일하는 새로운 근무 형태가 등장하면서 노동자의 지위 하락이라는 그림자가 따라 왔다. 이에 따라 사회 전체의 합의를 통해 고용 유연성을 유지하는 동시에 근로자들이 근로환경의 위험과 불확실성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합리적 제도 마련이 필요할 전망이다. 이 외에도 플랫폼 기업들이 생성하는 이용자 데이터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데이터의 가치과 중요성도 날이 갈수록 증대되면서 데이터의 관리정책, 지침, 표준, 정책 및 방향을 수립하고 데이터를 관리할 수 있는 조직과 서비스를 구축하는 IT 관리 체계를 갖출 필요가 생기고 있다. 또 데이터 소유권이 개별 소유자의 것인지 플랫폼 기업들의 것인지 등 이슈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상황으로 이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주주권 강화'와 관련해서는 기업지배구조와 관련한 입법 및 규제에 관한 내용이 예정돼 있고 이런 제도적 변화 외에도 시장에서는 기관투자자를 중심으로 한 주주관여활동 증가가 예상된다. 이런 다양한 관점에서 ESG 경영에 대한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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