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금리인하 이대로 괜찮은가
은행 금리인하 이대로 괜찮은가
  • 서울금융신문사
  • 승인 2003.09.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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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상반기 이후 증가폭 눈에 띄게 둔화
핵심예금 이탈 우려 증대...위기 염두에 둘 시점

은행들의 예금금리 인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일각에서는 지나친 수신금리 인하가 핵심예금 이탈로 이어져 금융시장의 대혼란을 불러일으키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은행들은 최근 장·단기 할 것 없이 일제히 금리를 인하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이 달말 대표적 단기예금 상품인 수시입출금식예금(MMDA) 금리를 0.5%포인트에서 최고 1%포인트까지 인하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개인 및 기업 MMDA는 금액별로 0.5%∼2.5%, 1.0%∼2.5%로 각각 떨어지게 됐다.

또한 국민은행은 1년만기 정기예금 금리를 0.05%포인트 인하해 4.0%로 낮췄으며, 신한·외환은행도 4.0%로 연초대비 0.9%포인트 낮췄다.

은행권 전체로는 올 6월말 기준 은행수신 잔액이 707조6천740억원을 기록, 상반기중 24조220억원(+3.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증가폭은 지난해 하반기 37조1천460억원(+5.7%) 대비 축소됐으며, 지난해 상반기 49조7천970억원(+8.3%)을 정점으로 계속 하락하는 추세다.

시중은행들의 수신금리 인하와 은행수신 증가폭 하락 움직임에 대해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안전성 선호 현상으로 아직은 시중 자금이 은행에 머물러 있지만 어떤 계기를 통해 저원가성 핵심예금이 순식간에 이탈할 경우, 대혼란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는 것.

한국은행 한 관계자는 “미국 은행들의 경우 핵심예금 이탈을 염려해 수신금리 인하에 매우 조심스러운 반면 우리나라 은행들은 금리인하에 대해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같다”며 “아직은 외환위기 등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급격한 예금 이탈을 경험해 보지 못했지만 만약의 사태가 발생했을 때에는 은행이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경기 불확실성으로 주식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미약하고 투신, 상호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의 구조조정이 미완성이라 당분간은 급격한 예금 이탈을 예상하기 힘들지만 만약 어떤 시점, 어떤 기회를 계기로 예금이탈이 촉발될 경우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도래할 수도 있다는 것.

일반 예금자들 사이에서도 기회만 오면 언제든 은행 예금을 빼 다른 곳으로 옮기고 싶어하는 심리가 팽배해 있다.

여의도 한 벤처업체에서 일하고 있는 김모씨는 “은행 이자가 너무 적어 만기가 도래할 때마다 어디에 예치할까 고민하게 된다”며 “지금은 바쁘고 귀찮아서 그냥 놔두고 있지만 기회만 생기면 언제든 옮기고 싶다”고 말했다.

제일은행 한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예금이탈을 걱정할 시점은 아닌 것 같다”며 “다만 위기는 예고 없이 찾아오므로 고객들의 분위기가 돌변할 가능성만큼은 미리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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