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면 50주기 유일한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
영면 50주기 유일한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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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건강 향상과 기술 인재 양성 위해 1926년 유한양행 창립
1969년 소유와 경영 분리···현 임직원 1900여명 중 친인척 전무 
서울 동작구 대방동 유한양행 본사 1층 유일한 기념관 내부 모습. (사진=서울파이낸스 DB)
서울 동작구 대방동 유한양행 본사 1층 유일한 기념관 내부 모습. (사진=서울파이낸스 DB)

[서울파이낸스 이주현 기자] 우리나라 기업인 가운데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의 상징으로 꼽히는 유일한 창업자가 세상을 떠난 지 50년이 지났다. 1985년 1월15일 평양에서 태어난 유일한은 75살 때인 1971년 3월11일 별세했다. 

11일 유한양행은 유일한 창업자 영면 50주기를 맞아 그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 사례를 소개했다. 유한양행 설명을 종합하면, 유일한은 기업의 소유·경영 분리와 부의 사회 환원을 실천하며 우리 사회의 '참 기업인'으로 인정받았다.  

9살 때인 1904년 미국 유학길에 오른 유일한은 미시간대학교를 졸업한 뒤 숙주나물 통조림을 생산하는 라초이식품을 세워 성공했고, 1926년 한국에 돌아와 '건강한 국민이 주권을 누릴 수 있다'는 신념으로 서울 종로2가 덕원빌딩에 유한양행을 세웠다. 유한양행 창립 목적은 국민 건강 향상과 교육을 통한 기술 인재 양성이다. 

유한양행 창립 이후 유일한은 다시 미국으로 건너가 서던캘리포니아대(USC)에서 경영학 석사(MBA) 학위를 받고 독립운동에 뛰어들었다. 그는 직접 일본군과 싸우기 위해 미국에서 특수군사훈련까지 받았는데, 일본의 항복으로 1946년 한국으로 돌아와 대한상공회의소 초대 회장을 맡았다.  

유일한은 일찍부터 '기업은 사회의 것'이라 믿었다. 1936년 유한양행을 주식회사로 바꾸고, 1939년 우리나라 최초로 종업원지주제를 채택한 이유다. 게다가 1969년엔 경영권 상속을 포기하고 전문경영인에게 사장 자리를 넘겼다. 

1969년 이후 지금까지 유한양행에선 평사원 출신 전문경영인을 사장으로 뽑고 있다. 특히 현재 유한양행 임직원 1900여명 중 유일한의 친인척이 한 명도 없을 만큼 소유와 경영 분리 원칙을 어기지 않았다. 

유일한은 '기업에서 얻은 이익은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믿음도 지켰다. 고려공과기술학교 설립(1952년), 연세대와 보건장학회에 개인 소유 주식 1만7000주 기증(1963년), 학교법인 유한학원과 유한공업고등학교 설립(1964년), 재단법인 한국사회 및 교육 원조신탁기금(현 유한재단) 설립(1970년) 등 영면 전까지 인재 양성을 위한 장학·교육 사업에 힘을 쏟았다. 

유일한 영면 뒤 공개된 유언장도 노블레스 오블리주 사례로 부족함이 없다. 그는 장남 유일선한테 "대학까지 졸업시켰으니 앞으로는 자립해서 살아가라"면서 손녀인 유일링(당시 7살)의 학자금 1만달러만 남겼다. 딸 유재라에겐 학생들이 뛰놀 수 있도록 유한중·공업고등학교 일대 땅 5000평을 남기며 "주식을 비롯한 모든 재산은 사회·교육 사업에 쓰라"고 당부했다.

유한양행은 "(유일한) 작고 후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비밀문서가 공개돼 생전 해외에서 독립운동 행적이 알려지며 다시 한 번 많은 이들의 귀감이 되었다"고 설명했다. 또 "유재라씨는 1991년 세상을 떠나면서 본인이 갖고 있던 주식 등 200억원대 재산 모두를 사회에 기부해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대를 이었다는 칭송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유일한 어록

◇국가
▲국가(國家), 교육(敎育), 기업(企業), 가정(家庭) - 이 모든 것은 순위를 정하기가 매우 어려운 명제들이다. 그러나 나로 말하면 바로 국가, 교육, 기업, 가정의 순위가 된다. 
▲건강한 국민, 병들지 아니한 국민만이 주권을 누릴 수가 있는 것이다. 
 
◇인간 
▲눈으로 남을 볼 줄 아는 사람은 훌륭한 사람이다. 그러나 귀로는 남의 이야기를 들을 줄 알고, 머리로는 남의 행복에 대해서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은 더욱 훌륭한 사람이다. 
▲이상적인 인간형성을 위해 근면, 성실, 책임감은 바람직한 3대 요소이다. 그러나 여기에 성급하지 않은 성격까지를 구비한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 
▲하나의 인간은 체구를 가지게 되며 그 몸에는 귀, 눈, 코, 입 등의 여러 기관이 부수되어 있다. 그 중 하나의 기관만 없어도 완전한 인간일 수는 없다. 사회도 또한 마찬가지이다. 여러 사람이 각기 사회를 위해서 유익한 기관의 구실을 다할 때 비로소 그 사회는 완전할 수가 있는 것이다. 
▲사색하고 관찰하는 습관은 인간의 지적 성장을 위한 촉진제이다. 
▲사람은 죽으면서 돈을 남기고 또 명성을 남기기도 한다. 그러나 가장 값진 것은 사회를 위해서 남기는 그 무엇이다. 
▲약한 사람에게는 부드럽게 대하고 강한 사람에게는 강하게 대하라. 특히 외국인에게는 강하게 대하라. 
▲실패, 그것으로 해서 스스로 나의 존재가치를 깨닫는다면, 실패 그것은 이미 나의 재산인 것이다. 
▲어느 정도를 아느냐, 그것이 문제가 아니다. 아는 것을 어떻게 이용하느냐, 이것이문제인 것이다. 
▲죽음을 눈앞에 보는 연령이 되면 누구나 결국은 자기자신이 평범한 한국인이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너무나도 부족한 점이 많은 한국인이었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기업 
▲기업의 생명은 신용이다. 
▲기업에서 얻은 이익은 그 기업을 키워 준 사회에 환원하여야 한다. 
▲연마된 기술자와 훈련된 사원은 기업의 최대 자본이다. 
▲기업은 한두 사람의 손에 의해서 발전되지 않는다. 여러 사람의 두뇌가 참여함으로써 비로소 발전되는 것이다. 
▲기업의 제 1목표는 이윤의 추구이다. 그러나 그것은 성실한 기업활동의 대가로 얻어야 하는 것이다. 
▲이윤의 추구는 기업성장을 위한 필수 선행 조건이지만 기업가 개인의 부귀영화를 위한 수단이 될 수는 없다. 
▲기업의 기능이 단순히 돈을 버는 데서만 머문다면 수전노와 다를 바가 없다. 
▲기업의 기능에는 유능하고 유익한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까지도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 
▲기업의 소유주는 사회이다. 단지 그 관리를 개인이 할 뿐이다. 
▲기업은 사회의 이익증진을 위해서 존재하는 기구이다. 
▲양질, 염가의 제품 생산, 이것은 기업성취의 ABC이다. 그러나 이것은 기업의 사회에 대한 책임인 것이다. 
▲기업과 개인적 정실(情實-비록 그것이 가족의 경우라도)은 엄격히 구별되어야 한다. 그것은 기업을 키우는 지름길이요, 또한 기업을 보존하는 길이기도 하다. 
▲기업은 물건으로 성장하는 것이 아니다. 아이디어, 이것이 기업에 성장을 가져오게 하는 것이다. 
▲기업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은 기업활동을 통한 하나의 공동운명체이다. 
▲돈을 벌어야만 하는 사람과 돈을 써야만 하는 사람이 만나서 일체가 되어 일을 할 때, 거기에 창조적 작업이 이루어진다. 
▲기술자가 되려면 자기가 하는 일에 흥미를 가져야 한다. 그리고 열심히, 또 정확히 하여야 한다. 
▲정직(正直)-이것이 유한(柳韓)의 영원한 전통이 되어야 한다. 
▲기업으로 해서 아무리 큰 부(富)를 축적했다 할지라도 죽음이 임박한, 하얀 시트에 누운 자의 손에는 한푼의 돈도 쥐어져 있지 아니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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