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확률형 아이템 논란
[기자수첩] 확률형 아이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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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이호정 기자] 지금으로부터 약 10년 전, 국내 프로농구를 좋아했던 기자는 어느날 원주 동부의 경기를 보고 있었다. 그 당시 동부는 '동부산성'이라는 위용을 가지고 있었고, 경기를 하는 팀과도 실력 차이가 커 무난한 승리가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경기는 이상하게 흘러갔고 어이없게 동부는 패배했다. 당시 기자는 경기 운용 자체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며 지켜봤고 자체적으로 조작이라는 결론에 다다랐다. 이후 친구들에게도 조작 같다고 말을 한 기억이 있다.  

물론 물증은 없는 심증이었다. 그리고 시간은 흘러 2년이 지난 후 그 경기는 뉴스에서 승부조작으로 결론이 났다고 나왔다. 그 뉴스를 본 후 기자는 분노와 실망감을 감출 수가 없었다. 농구를 좋아하는 입장으로 심증은 있었지만 아닐 거라는 '믿음'도 함께 존재했기 때문이다. 

최근 게임업계에 핫한 이슈가 되고 있는 '확률형 아이템' 논란을 지켜보며, 유저들이 어떤 기분일지 상상을 해봤다. 그리고 지금 유저들이 느끼고 있는 기분이 그때의 나와 같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확률형 아이템의 경우에도 그간 지속적으로 논란이 있었지만, 회사가 공개하지 않는 이상 물증이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심증이 확신이 되는 순간 지금까지 가져온 믿음에 배신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커지게 된다. 

또 믿음이 크면 거기에서 오는 실망도 크다. 게임업계와 유저들은 그간 게임이 천대 받던 상황에서도 서로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좋은 동반자로 걸어왔으니 말이다. 

한번 깨진 신뢰는 금방 회복시키긴 어렵다. 달라진 모습을 지속적으로 보여주며 유저들의 마음을 열어야 한다. 

위기 뒤에는 기회가 온다는 말이 있다. 게임이 '문화'로 정착하고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이번 논란을 말끔히 해결하고 신뢰를 다시 회복해야 한다. 

"게임에 대한 우리 사회의 눈높이가 달라지고 있는데, 저부터가 이와 같은 변화를 인식하지 못하고 제자리에 머물러 있었던 것이 분명합니다. 반성합니다"라는 이정헌 넥슨 대표의 성찰을 계기로 앞으로 게임업계의 변화된 모습을 기대한다. 

아이템 확률의 '공정성' 문제는 비단 문제을 야기한 넥슨 뿐 아니라 게임업계 전체가 되돌아보고 개선해야 할 큰 이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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