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인당 국민소득 3만1755달러 '1.1%↓'···성장률 -1.0% (종합)
작년 1인당 국민소득 3만1755달러 '1.1%↓'···성장률 -1.0%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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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에 원화약세 겹쳐···성장률은 외환위기 이후 최악
실질·명목성장률 98년 이후 최악···한은 "伊추월 지켜봐야"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3만1755달러로 전년보다 1.1% 줄어들었다. 1인당 GNI가 2년 연속 감소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경제성장률이 역성장한 데다, 환율이 상승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대를 기록했다. 실질 GDP 성장률(-1.0%)과 함께 국제통화기금(IMF) 위기가 왔던 1998년 이후 22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경기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3일 서울 중구 명동거리의 상점에 임대 안내문이 붙어있다. (사진=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경기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3일 서울 중구 명동거리의 상점에 임대 안내문이 붙어있다. (사진=연합뉴스)

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4분기 및 연간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명목 GNI는 3만1755달러로 전년(3만2115달러) 대비 1.1% 줄어들었다. 지난 2019년(-4.3%)에 이어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세다. 외환위기 때였던 1997~1998년, 글로벌 금융위기인 2008~2009년에도 2년 연속 국민소득이 감소했었다. 모두 위기 상항이었고 환율이 급등했던 시기였다.

1인당 GNI는 가계·기업·정부가 한 해 동안 벌어들인 명목 GDP에다 무역손익을 더해 통계청 추계인구로 나눈 것이다. 한 나라 국민의 평균적인 생활수준을 보여준다. 한국은 2017년(3만1734달러)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에 진입하며 인구 5000만명 이상인 미국·영국·프랑스·독일·일본 등과 함께 '3050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이번에 국민소득이 뒷걸음질한 큰 이유는 체감경기를 보여주는 지난해 연간 명목 GDP 성장률이 전년대비 0.3% 성장에 그친 것이다. 이는 1998년(-0.9%) 이후 22년 만에 가장 저조하다. 명목 GDP는 그해 물가를 반영하기 때문에 사실상 체감 경기에 더 가깝다. 또 다른 이유는 원화 약세다.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까지 약 1.2% 상승해 달러화로 환산되는 1인당 국민소득이 줄어들게 됐다. 원화 기준으로는 3747만3000원으로 1년 전보다 0.1% 증가했다.

신승철 한은 국민계정부장은 "지난해는 GDP 디플레이터(+1.3%)가 상승해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했지만, 실질 GDP가 역성장한데다 환율이 상승하면서 결과적으로 1인당 소득이 줄었다"며 "주요국들도 실질 GDP 성장률과 명목 GDP 성장률이 큰 폭의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1인당 국민총소득이 크게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GDP 디플레이터는 국민경제의 종합적인 물가수준을 보여주는 지표다. 명목 GDP를 실질 GDP로 나눈 값이다.

4일 신승철 한국은행 국민계정부장이 '2020년 4분기 및 연간 국민소득(잠정)' 설명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4일 신승철 한국은행 국민계정부장이 '2020년 4분기 및 연간 국민소득(잠정)' 설명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달러 기준 1인당 GNI 규모는 감소했지만 순위는 미국·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캐나다·일본 등 주요 선진국 7개국(G7) 국가 중 이탈리아를 앞지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탈리아는 최근 지난해 1인당 GNI가 유로화 기준 전년대비 7%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이탈리아 성장률은 -8.8%로 우리나라 성장률이 1.0% 역성장한 것과 비교해 낙폭이 컸다. 제조업, 수출 중심인 우리나라와 달리 이탈리아는 관광 등 서비스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코로나19 타격을 더 크게 받은 결과다.

다만 국가간 비율은 동일한 환율을 적용해야 하기 때문에 IMF,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의 통계를 확인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아직 지표가 발표되지 않았지만 이런 전망이 현실화한다면 한국의 1인당 GNI가 G7 중 하나를 넘어선 첫 사례가 된다.

지난해 실질 GDP는 전년대비 1.0% 감소했다. 이 역시 지난 1998년(-5.1%) 이후 22년 만에 최저치다. 지난 1월 발표된 속보치와 같은 수준이다. 2017년 3.2%에서 2018년 2.7%, 지난해 2.0%로 3년 연속 미끄러져내리다 지난해엔 코로나19 여파로 마이너스(-) 성장했다. 민간소비가 4.9% 감소해 1998년(-11.9%)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고 수출도 -2.5%를 기록하며 꼬꾸라졌다. 수출은 1989년(-3.7%) 이후 가장 저조했다.

지난해 4분기 GDP는 전기대비 1.2% 성장했다. 이는 속보치와 비교해 0.1%p 상향조정된 것이다. 지출항목별로 지식재산생산물투자(-0.3%p) 등이 하향 수정된 반면 수출(0.3%p), 설비투자(+0.1%p), 민간소비(+0.1%p) 등은 상향 수정된 영향이라고 한은은 설명했다. 지난해 분기별로는 1분기 -1.3%, 2분기 -3.2%로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으나 3분기 수출 호조에 힘입어 2.1%로 반등했다.

확산세가 멈추지 않고 있는 코로나19의 여파가 어디까지 미칠지가 올해 성장률의 가늠자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은 지난달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0%로 전망했다. 올 하반기쯤 코로나19 확산이 진정되는 기본 시나리오에 따른 것이다. 코로나19 확산세가 기본 시나리오보다 빠르게 진정될 경우 3.8%까지 성장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국내 코로나19 확산세가 기본 시나리오보다 더디게 진정될 경우 성장률은 2.4%에 그칠 전망이다. 내년 성장률은 2.5%로 예상됐다.

표=한국은행
표=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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