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내홍'···노조 '퇴진요구' 압박에 시달리는 윤석헌
금감원 '내홍'···노조 '퇴진요구' 압박에 시달리는 윤석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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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윤 원장 연일 저격···안팎서 채용비리 질타 쏟아져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금융감독원 내홍의 그늘이 깊어지고 있다. 윤석헌 금감원장의 임기를 두 달 앞두고 내부에서는 그동안 참아왔던 독선적 리더십에 대한 성토대회가 한창이다. 금융위원회와의 충돌, 그동안 쌓인 인사 적체와 임금 삭감에 이어 '3연타'로 터진 채용비리 연루자 승진 사태로 내부 불만은 폭발 직전이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사진=서울파이낸스 DB)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사진=서울파이낸스 DB)


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윤 원장은 최근 정기인사와 관련해 노동조합(노조)와 갈등을 빚고 있다. 과거 채용비리에 얽혔던 A팀장과 B수석조사역을 각각 부국장과 팀장급으로 승진했기 때문이다. 채용비리에 대한 연대책임으로 금감원 전 직원이 임금삭감, 상위직 감축 등 각종 불이익을 감수하고 있는데 정작 문제의 발단이 된 직원들이 상위직에 오른 것이다. 

지난달 25일 노조는 여의도 금감원 본원 앞에서 채용비리 직원 승진 항의집회를 열고 "윤 원장은 연일 금감원의 독립성을 이야기하면서 실제로는 금감원을 금융회사의 조롱거리로 만들었다"며 "과연 금융지주 회장 연임과 관련해 이사회 절차의 투명성을 언급할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정기인사 논란으로 임직원들은 윤 원장에 대한 적잖은 실망감을 표출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금감원 한 직원은 "윤 원장에게 소신 발언하며 '쓴소리' 했던 C 부원장보는 이미 금감원을 떠났고 D 국장은 자리를 반납해야 했다"며 "전현직 주요 노조원들은 승진인사에서 모조리 제외됐다. 부당한 것 아닌가"라고 했다. 금감원 익명 블라인드 앱에서 한 직원은 "개인의 비리행위를 조직이 비호하는 것은 조직이 부패한 것"이라고 일갈했다. 

윤 원장이 학자 시절부터 주장하고 있는 '금감원 독립'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문재인 정부의 공약 중 하나인 금융감독체계 개편이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있는 가운데 성과를 내기는 커녕 매년 공공기관에 지정될까, 상여금이 깎일까 조마조마하며 한 해를 보내고 있는 탓이다. 

한 때 '혼연일체'를 강조하며 한 목소리를 냈던 금감원과 금융위는 윤 원장 취임 이후 대립각을 세우며 갈등이 격화하는 양상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 재임 시절 금융위는 주요 사안마다 갈등을 빚었던 금감원의 예산을 2년 연속(2018~2019년) 삭감했다. 그나마 은성수 금융위원장 취임 이후 첫해인 지난 2020년이 되서야 금감원 예산은 전년대비 2.1% 늘었다. 

이런 상황에서 윤 원장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12월 송년 기자간담회, 올해 신년사를 통해서도 독립론을 재차 강조했다. 당장 실현 가능성은 크지 않은데 갑론을박만 이어지는 양상이다. 실익은 하나도 얻지 못하면서 이해관계자나 여론의 피로감만 높아져 되레 장기적인 추진력만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라임·옵티머스 자산운용 등 대규모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로 부실 감독 비판이 커진 현 시점에서 금융감독 체계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은 여론의 공감을 얻기 어렵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앙은행의 독립과 금감원의 독립은 다른 차원에서 생각할 문제"라며 "현재 금감원은 금융기관, 금융소비자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독립을 주장하기 보다 금융감독을 실제로 적절하게 수행하고 있는가에 초점을 두는 게 더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금융권 안팎에서 윤 원장이 연임 의사를 갖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노조도 연임반대를 공식화하며 날선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또 다른 금감원 직원은 "윤 원장이 지난달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만나는 등 (연임을 위해) 정권 실세와 접촉면을 확대하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귀띔했다. 

오창화 금감원 노조위원장은 이날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 원장에게 오는 5일까지 거취를 결정해 달라고 요구했다. 오 위원장은 "윤 원장의 과거를 추적해보면 그는 감투를 쓰기 위해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정치철새, 폴리페서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는 "이번 인사참사도 3년 연임을 위한 큰 그림에서 나온 것 같다"며 "원장이 시키는 대로 따르면서 자신을 연임 원장으로 옹립해줄 수 있는 자들을 승진시키겠다는 노골적인 의사표시였다"고 말했다. 

다만 그간 금감원장의 연임이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없었다는 점이 윤 원장 연임설의 힘을 빼고 있다. 때문에 윤 원장이 차기 금감원장으로 김은경 금감원 부원장을 밀면서 독립을 외칠 불씨를 남길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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