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제주항공이 생각하는 책임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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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주진희 기자] "코로나 때문에 소통하지 못했습니다."

'1년 넘도록 입사 대기중인 신입 객실승무원 24명에게 안부를 주기적으로 묻고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한 사측의 답변이다.

제주항공은 그간 '줌(ZOOM)'이라는 화상회의 프로그램을 통해 입사대기자들과 소통했다고 언론에 강조해왔다. 주기적인 소통을 통해 입사 취소 우려를 잠재우고 이들을 위로하고 있다는 것. 그러나 사실은 달랐다. 

입사대기 1년 3개월간 화상회의를 진행한 건 지난해 10월과 올해 2월 겨우 두 차례였고, 회사가 힘들다는 것 외 예상 입사시기 등 별다른 공지는 없었다. 

신입 객실승무원 A씨는 "소통을 해달라고 몇 차례 요청을 했지만 진전이 없었다"며 "최근 15분가량 진행된 두 번째 화상회의에도 그저 '힘들다'는 이유 말고는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냐는 안부나, 회사의 상황, 입사와 관련한 소식은 전혀 듣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국내는 물론 전 세계를 강타했다. 항공업계는 매출 대부분을 차지하는 국제 여객 노선에 비행기를 더 이상 띄울 수 없게 됐고, 경영난에 시달렸다.

2005년 설립 이후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1위라는 타이틀을 거머쥐면서 탄탄대로를 달리던 제주항공도 경영진 임금을 반납하고 전 직원을 대상으로 무급휴가와 단축근무제를 시행하는 등 긴축경영에 돌입했다. 당연히 신입사원들의 입사도 연기됐다. 

입사 대기자들은 이 같은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었고, 지금 당장 입사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요구하지도 않았다.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입사 취소'가 되는 것은 아닌지 매일 밤 소통 소식을 기다렸다. 대기자 신분이지만 회사의 구성원으로서 따뜻한 관심을 받고,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불안감을 잠재워줄 수 있는 사측의 책임감을 바란 것 뿐이다.

하지만 사측은 매번 입사 대기자들의 기대를 저버렸다.

직접 만나 소통을 해온 것도 아닌데, 코로나 때문에 소통을 못했다는 사측의 답변은 그저 무책임한 변명으로 보인다. 

제주항공은 임직원과의 책임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는 경영이념을 자사의 윤리규범의 첫 번째 조항으로 내세우고 있다. 제주항공이 말하는 책임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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